단번에 나의 인생책으로 등극
스토너
와. 왜 이게 나를 이렇게 엉엉 울게 만드는 건지.
어느새 외로움이란 그냥 나 그 자체임을 알게 되는 마흔이 되어서 인지, 아니면 나를 포함의 주변의 사람들이 나이 들어감을 알고 스토너의 삶에 찐하게 이입을 할 수가 있어서였는지는 몰라도 엄청난 책이었다.
올해 12월 북클럽 책이어서 지금 읽을 필요는 없었는데, 도서관에 갔다가 있길래 가져왔다. 읽어야 할 책 순서가 있었는데도 이상하게 자꾸 손이 간 책이다. 조금만 읽어보다 반납할 요량이었는데 잘 안된 책. 결국엔 엉엉 울면서 마지막 책장을 덮어버린 책.
매일 밤 어두운 방에 스탠드 조명하나 키고 책을 읽는 며칠 너무 행복했다. 페이지가 줄어드는 걸 아쉬워하며 천천히 한 줄 한 줄 음미하고 싶은 책은 오랜만이었다.
답답하다가도 안쓰럽고, 이해가 되면서 결국에는 대단하다고 느껴지는 스토너의 삶이 우리와 별반 다를 게 없다는 게 위안이 되고 그래서 이 책을 더 오래 읽고 싶었던 게 아니었나 싶다.
책 말미에 글을 번역해 주신 분의 말 중 와닿는 내용이 있다. “그가 대부분의 사람들보다 나은 삶을 살았던 것은 분명합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그 일에 어느 정도 애정을 갖고 있었고, 그 일에 의미가 있다는 생각도 했으니까요.”
도서관에서 일하면서 하루에도 몇 번이고 생각했다. ‘책에 둘러 쌓여 도서관에서 일하는 게 좋은데, 애들 잘 키울 수 있을까, 노후에 내가 원하는 대로 살 수 있을까’. 아직 가보지 않은 먼 미래에 있을지도 없을지도 모르는 불안의 모습 때문에 그 온전한 행복을 느낄 수 없을 때가 많았다. 근데 이 스토너를 보고 알았다. 나는 서술형 문제 풀이를 잘하고 있고, 내가 하고 있는 일은 내게 안 좋은 일이 벌어져도 나를 0으로 되돌려 주겠구나라는 확신이 생겼다.
스토너에게 감사하다. 이런 글을 써준 존 윌리엄스에게도.
아직 안 읽었다면, 어서 읽으세요. 꼭 읽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