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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사서가 되기까지 - ②

이제부터는 눈치게임이다

by 뉴욕사서

그렇게 나는 파트타임 도서관 사서가 되었다.


글을 쓰려다 언제인지 정확히 기억이 안 나서 찾아보니 2015년 4월에 발론티어를 시작하고 6월에 사서로 취업을 한 거였다. 두 달 만에 벌어진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일이 되려니까 그렇게도 되더라.


지금 생각해 보니 정말 꿈만 같은 때였었네.. 다시 초심으로 돌아간다. 오퍼 전화를 받았을 때 얼마나 행복하고 꿈만 같았는지..


사서로 취업이 된 기쁨은 잠시, 나의 또 다른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미국 공공 도서관이 타운 소속이라 시청으로 오리엔테이션을 갔다. 친절하지 않은 직원이 나에게 엄청난 서류를 안겨주면서 작성을 하라더니, 보험은 뭘로 할 거야? 페이는 어떻게 받을래? 은퇴자금 계좌 만들 거야? 무슨 얘기를 하는지 도통. 아이고 누가 좀 도와줘~~


어찌어찌 모든 절차를 마치고 드디어 대망의 첫 출근 날! 내가 속한 팀은 모두 사서로 구성되어 20명 정도 되었던 것 같다. 나 빼고 모두 풀타임. 시간표에 빼곡히 들어가 있는 이니셜들이 매 시간마다 어느 데스크에서 업무를 봐야 하는지를 알려주었다.


나는 파트타임이라서 일주일에 3일만 가면 되는 거였는데 하루는 토요일이고, 주중에 하루는 저녁 9시 클로징 타임을 맡아야 했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아무도 맡고 싶지 않아 하는 시간대였는데 그때는 도서관에서 일한다는 자체에 신이 나서 뭐든 주면 감사하게 일하겠다고 했었다.


자리를 배정받고, 내 전용 북카트도 받고, 이메일 세팅까지 다 하니 어엿한 미국 직장이 된듯해 바라만 내 자리를 바라만 봐도 신이 났었다.

책들을 다 펼쳐 놓고 일할 수 있는 널찍한 책상+보라색카드


문제는 내가 레퍼런스 데스크에 있을 때였다.


상사와 직장동료는 내가 직장일이 처음이기도 하고, 다들 너무 친절해서 내가 모르면 알아들을 때까지 몇 번이고 설명을 해주었지만, 도서관 이용자들은 아니었다.


찾고 있는 책이나 DVD의 제목을 못 알아들을 때나 내가 래퍼런스 질문(Reference Questions)에 제대로 대답을 못할 때는 온몸에 식은땀이 줄줄 났다. 그야말로 하루하루가 눈치게임이었다. 기억나는 질문 중에 "항산화물질이 가장 많은 과일이 뭐야?" "마시기 제일 좋은 물은 어떤 거야?, 수돗물 마셔도 돼?" 그리고 집에 인터넷이 없던 할머니 할아버지는 오전 중에 전화를 걸어, 신문에 나온 스토쿠를 풀고 있는데 도저히 답을 모르겠어서 전화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아 옛날이여-


지금은 이런 질문은 잘 안 받는데 그 당시에 나는 관심도 없었던 문제에 대해서 답을 찾아내고야 말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곤 하는 열정을 발휘했더랬다.


그렇게 일한 지 6개월이 지났으려나, 동료들 중에 하나가 일을 그만두게 되었는데 다들 풀타임에 지원해 보라고 했다. 일도 이제는 어느 정도 익숙해졌고, 이 정도면 나도 풀타임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나 스스로에게도 들기 시작했다.


나 이제 풀타임 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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