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맛집] 뉴욕 소호의 도미니크 앙셀 베이커리
위이이이이이잉... 스테이트스트리트를 지나 배터리플레이스 쪽으로 달려오는 NYPD의 사이렌 소리가 잠을 깨웠다. 그나마 조용한 축에 속하는 배터리파크 근처라지만, 맨해튼에서 사이렌 소리를 완전히 피하기란 불가능하다. 어제 서울에서 14시간을 날아와 내 옆에 안착한 친구는 시차와 뉴욕의 소음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내가 깨어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눈치다. 100년 전 지어진 건물의 묵직한 창문을 힘껏 들어 올려 친구에게 뉴욕의 아침 첫 공기를 선물했다. 이미 하늘은 환해져 있고, 오늘 날씨도 제법 괜찮을 것 같다.
크로넛 먹으러 갈래?
친구에게 뉴욕에서의 첫 번째 메트로카드를 끊어주고, 다행히 늦지 않게 도착한 지하철에 오른다. 시청에서 6호선으로 한 번 갈아탄 다음 Spring Street 역에서 내려 아직 조용한 소호 거리를 가로지른다. 벌써 몇 번째더라, 이 시간에 이 길을 걷는 것이.
언제나처럼 '크로넛'은 핑계고, 나는 붐비지 않는 소호를 친구에게 제일 먼저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파스텔톤의 캐스트 아이언 빌딩, 반들거리는 코블 스톤 길을 지나 그 끝에 기다리는 달콤함까지 맛보고 나면 시차 같은 건 그리 중요하지 않게 되어버리니까.
최고급 프렌치 레스토랑 다니엘에서 페이스트리 셰프로 경력을 쌓은 DOMINIQUE ANSEL은 크루아상(croissant)과 도넛(doughnut)을 합친 크로넛(Cronut)으로 전 세계에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뉴욕에서는 단 한 곳. 도미니크 앙셀 베이커리에서만 크로넛을 판다.
189 Spring Street - 소호의 끝자락. 도미니크 앙셀 베이커리 앞에는 이미 사람들이 모여있다.
3년 전, 처음 크로넛이 출시되었을 때보다는 한결 느슨해진 줄이지만, 하루 350개로 생산을 제한하고 매 달 새로운 맛을 선보이는 영리한 정책 탓에 여전히 베이커리 문을 여는 시간에 맞춰 가야 '안전하게' 맛볼 수 있다.
고소한 냄새가 솔솔 거리로 풍겨나와 군침을 참기 어려워질 때쯤이면 점원이 따끈한 마들렌을 나눠주며 사람들을 달랜다. 레몬향 살짝 풍기는 촉촉한 마들렌은 레스토랑 다니엘에서 코스 맨 마지막에 내주는 시그니처 디저트인데, 도미니크 앙셀 베이커리에서 그 맛을 재현하는 것.
기다림의 시간이 지나고, 도미니크 앙셀 베이커리로 입장.
이른 새벽부터 손님맞이를 준비했을 베이커리는 분주하다. 한쪽에 가득 쌓여 있는 따끈한 크로넛, 바삐 손을 움직이고 있는 도미니크 앙셀의 뒷모습도 보이고, 갓 구워낸 갖가지 디저트가 우리의 눈과 코를 유혹한다.
디저트의 한 종류인 파리-브레스트에 초콜릿, 피넛버터, 캐러멜을 채워 넣은 Paris to NY, 마시멜로 안에 초콜릿 칩 섞은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넣은 Frozen S’mores, 쿠잉 아망에 자신의 이름을 붙인 DKA(Dominique Kouign Amann), 주문하면 즉석에서 구워주는 Madeleines. 이 외에도 여름철 별미 가스파쵸(Gazpacho; 토마토, 오이 등 생채소로 만드는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의 찬 수프)를 포함해 그뤼에르 치즈가 들어간 키쉬(Quiche; 치즈, 고기, 해산물 등을 섞어 만든 커스터드를 타르트처럼 구워내는 프랑스 음식), 샌드위치류도 수준급인 도미니크 앙셀.
뒤뜰에 마련된 테이블에서 간단하게 아침을 해결하고, 다시 길을 나선다. 친구와 함께인 뉴욕은 오늘따라 더 예쁜 것 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