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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민 Dec 23. 2015

북극의 빛, 오로라.

겨울왕국에서, Day 11

오로라 여행을 떠나온 이상 누구라도 잠들 수 없는 밤이 계속되었다. 그렇게 열 하루째. 난로에 넣을 땔감을 옮기려 문을 연 순간, 앞산 너머 밤하늘이 환해지는 것을 느꼈다.

사람의 눈보다는 카메라의 렌즈가 오로라를 잘 찾는다. 재빠르게 카메라 셔터를 눌러 촬영결과를 확인한다. 미세하게 산등성이를  감싸고도는 초록빛과 서로 다른 밝기의 별빛이 섞이며 묘한 그라데이션이 나타나고 있었다. 오로라다! 소리쳐 친구들에게 알리고, 급히 옷을 걸쳐 입고 방한화를 신고 장비와 삼각대를 둘러멘 채 호수 쪽으로 달렸다. 기다리는 동안 몇 번이나 예행연습까지 해봤건만, 낮에 정해둔 촬영 위치까지 가지도 못하고 제 자리에 멈춰 서고 말았다.

지평선에 걸려 있던  초록빛은 조금씩 위로 솟구쳐 강렬해지더니 한순간 뚜렷한 곡선을 이루며 춤추기 시작했다. 북극의 빛, the Nothern Lights. 오로라다. 잔잔하게 흐르는 빛의 파도처럼, 한없이 하늘하늘한 실크 커튼처럼, 오로라는 온 하늘을 뒤덮다가 불꽃놀이 폭죽처럼 펑펑 터지기도 했다.

긴 기다림을 보상하듯, 거듭 형태를 바꾸어 나타나던 오로라는 내 머리 바로 위에서 날개를 활짝 펼쳤다. 과학의 시대에, 불사조를 목격했노라 고백이라도 해야 하는 걸까. 직접 보기를 권할 수 있을 뿐, 이 놀랍고 신비로운 장면을 설명할 길이 없다. 누군가는 정신없이 셔터를 눌렀고 누군가는 그저 하늘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다. 빠른 속도로 머리 위를 지나는 오로라의 녹색 스트림이 여전히 생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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