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왕국 화이트호스의 낮
리틀 애틀린 레이크 위로 해가 떠올랐다. 해가 귀한 겨울왕국에 활기가 도는 날이다. 온도계 눈금은 여전히 영하권을 한참 밑돌고 있지만 이런 기온에도 제법 '따뜻하다' 느껴질 만큼 이곳 생활에 적응을 했다.
가을 무렵부터 얼기 시작해 아스팔트처럼 단단해진 호수 위로 눈이 쌓여 드넓은 설원雪原이 탄생했다. 영하 20~30도의 강추위에 저들끼리 엉겨 붙을 겨를도 없이 가루가 되어 흩뿌려진 눈은 사막의 모래를 닮았다. 건조하고 가벼운 눈 알갱이들이 빛을 받아 반짝인다. 먼 산과 맞닿은 지평선 끝까지, 인적 없는 이 영토는 온전히 나의 것이다.
썰매에 낚시채비, 삽과 핸드드릴을 싣고 호수 한복판까지 걸어 들어갔다. 살짝 굳어있던 눈의 표면은 발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부서지며 사각사각 소리를 냈다. 길게 흔적을 새기고 나니 개척자라도 된듯한 기분이다.
얼음낚시를 하려면 두껍게 쌓인 눈을 퍼내고 드러난 얼음 표면에 핸드드릴로 깊숙한 구멍을 내야 한다. 숨이 차오르고 온몸에 열은 나는데, 자꾸만 헛도는 초보자의 드릴을 보다 못한 민박집 주인아저씨가 지원에 나섰다. 마지막 스크류가 얼음을 관통하니 샘물이 솟듯, 주변에 물이 빠르게 차올랐다. 미끼로 쓸 작은 생선이 꽁꽁 얼어있어 보온병의 뜨거운 물을 부어 녹이고 겨우 낚싯바늘을 꿰었다. '이제 얼음 구멍 사이로 낚싯대를 드리우고 섬세한 동작으로 챔질을 반복하기만 하면 된다' 당부를 남기고 아저씨는 떠났다.
여름철이면 팔뚝만한 노던 파이크(Northern Pike)가 수시로 낚인다는 리틀 애틀린 레이크지만 모든 것이 얼어붙은 이 계절에는 뾰족한 수가 없다. 북극의 해가 빠르게 서쪽으로 움직이는 동안 얼음 위의 낚시꾼은 애꿎은 미끼만 계속 갈아 끼웠다. 내 솜씨가 서투른 탓인지, 진짜 노던 파이크가 미끼를 채가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와중에 하나, 둘, 셋, 넷... 준비한 미끼가 모두 동나고야 말았다. 오로라만큼이나 낚시도 기다림에 익숙해져야 하는 법. 어차피 이 곳에서 마음대로 움직여주는 것은 내 몸뿐. 아쉬움은 없다.
눈을 헤치고 만들어놓은 길을 되짚어 나오자 어느새 밤이 되었다. 오렌지빛 가스등이 반겨주는 저 곳이 나의 보금자리. "어서 와. 또 창 밖을 내다볼 시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