숯불 토스트로 교토의 아침을 연다면
니시키 시장은 아직 고요했다. 북적임이 시작되기 전, 그 시간대의 교토를 좋아한다. 골목을 천천히 걸어 내려가 모퉁이를 돌면 나타나는, 겉보기에는 평범한 집 한 채. 안으로 들어서면 왜 이곳이 아침부터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지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된다.
가게 안쪽에는 교토의 오래된 가옥, 교마치야 특유의 구조가 기다린다. 따스한 결을 가진 나무 가구와 은은한 조명, 유리문 너머로 보이는 교토식 정원. 한 박자 느린 시간이 이 안에 흐른다.
우리, 뭐 먹을까?
何がいいかな。
메뉴판을 넘기며 사진을 바라보고 있자니, 아침이 조금씩 더 선명해진다. 대충 배고프다는 뜻.
잠깐의 기다림 끝에, 주문한 풀 브렉퍼스트가 테이블을 채우기 시작한다. 교토산 밀로 반죽해 숯으로 구웠다는 토스트는 설탕과 버터, 탈지분유를 쓰지 않아 담백한 맛이다. 요즘 유행하는 브리오슈 계열의 식빵과는 전혀 다른 풍미. 겉은 바삭하고 속은 폭신. 손으로 쭈욱 찢으니 결이 살아 움직였고, 아와지섬 해초 소금이 들어간 코지버터를 살짝 올리니 은근한 향과 바다 소금의 섬세한 짠맛이 겹쳐진다.
부드러운 스크램블 에그는 단바 미즈호 농장의 달걀로 만들었고, 옆에 놓인 수제 소시지는 도쿄 신마치의 독일식 수제 소시지 전문점 '파인슈메커 사이토'에서 가져온 것. 계절 채소를 갈아 만든 따뜻한 포타주까지 더해 한상이 완성됐다. 단순한 조합이지만, 재료가 어디서 왔는지 알고 먹으면 역시 좀 더 재미있고 특별한 기분.
커피는 넬 드립으로 천천히 내려 준 에티오피아 미디엄 블렌드였다. 첫 모금에서 포도와 사과의 산미가 살짝 스치지만 한 템포 뒤에 찾아오는 묵직한 바디감이 이 집의 스타일을 다시 확인시켜준다. 평소에는 더 화사한 커피를 좋아하지만, 이런 아침 메뉴들과 함께라면 환영이지. 유기농 아이스커피는 얼음과 섞여 점점 가벼워졌고, 덕분에 조금 더 취향에 맞는 농도로 마실 수 있었다.
가게를 나서니 저 멀리서 북소리와 사람들의 함성이 들려왔다. 사실 이날은 기온 축제가 열리는 날이었다. 뜨거운 한여름, 거리는 이미 퍼레이드를 보기 위해 모여든 인파로 가득했다. 정원의 고요함과 축제의 열기. 한 도시 안에 공존하는 두 개의 시간.
브런치로 아침을 열었으니
이제 나도 기꺼이
뜨거운 교토의 여름 속으로 걸어 들어가 볼까.
책 쓰는 미식가의 #내돈내산 추천 맛집
오가와 커피 小川珈琲
사카이마치 니시키점
・니시키 시장에서 도보 3분
・07:00~11:30 브런치 / ~14:30 런치 / ~20:00 커피, 디저트 중심
・간단한 단품과 커피 1400엔부터, 풀 브렉퍼스트 2700엔
・예약 불가 / 브런치 주문하려면 10시 전에 방문 추천/ 카드결제 및 영어 응대 가능
Prologue.
교토는 무척 흥미롭습니다.
르 라보의 잔향이 스치는 골목
에이스 호텔 로비의 공기
말차와 커피의 간극, 그 사이 어딘가
전통과 현대가 느슨하게 교차하는 지점을 발견할 때마다 즐거워져요. 그런 교토에 대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아 결국 책을 썼습니다. 오래된 질서 속에서 변화의 흐름을 맞이하는 도시를 계속 지켜보고 싶었거든요.
물론 이번 연재에 소개할 장소들은 제가 이미 출간한 책의 지극히 작은 부분에 불과합니다. 여행서답게 테마와 정보, 다양한 취향을 촘촘히 눌러 담는 데 집중했다면, 브런치에서는 그 빈틈에 남은 조각들을 한 곳씩, 느린 호흡으로 건져 올려보려 합니다.
⟪팔로우 오사카·교토⟫의 B-side라 해 둘까요?
얼마나 꾸준히 이어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일단 10편 연재를 목표로, 그 첫걸음을 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