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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실처럼 쌓아 올린 교토 몽블랑의 맛은

교토 디저트 카페 - 와구리 전문 사오리

by 여행작가 제이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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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모강(카모가와 鴨川)과 나란히 흐르는, 좁은 운하 다카세강을 따라서, 복잡한 폰토초 쪽 말고 반대 방향으로 내려가면 훨씬 조용한 분위기의 주택가가 나온다. 그 길에 교토에서 가장 유명한 몽블랑 카페가 있다. 2층 구조의 오래 된 목조 건물. 좁은 현관과 작은 간판. 내부로 들어서면 먼저 드는 생각은 이곳이 ‘디저트 카페’보다는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에 가깝다는 것. 실제로 한 끼 식사만큼의 가격대를, 몽블랑에 써도 괜찮은 걸까?

C1460859-1.jpg 글/사진 by '팔로우 오사카·교토' 저자 제이민

단바 밤의 은근한 단맛

사오리의 메뉴판은 밤의 산지와 품질에 따라 세분되어 있다. 이름에 ‘사오리’가 들어간 세 가지 몽블랑, 그계절 한정 파르페와 빙수, 파이와 떡 디저트까지. 한글 메뉴도 준비되어 있어, 일본어에 익숙하지 않아도 주문 자체는 어렵지 않다. 가장 눈에 띄는 메뉴는 단연 ‘사오리 샤(紗)’. 하루 40그릇 한정으로 준비되는 이 몽블랑에는 교토부와 효고현 경계, 단바(丹波) 지역에서 나는 밤을 사용한다. 일본 전체 생산량의 1%에 불과한 재료로, 알이 크고 단맛의 밀도가 높은 이 단바 밤을 농가와 직접 계약해 들여온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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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mm 굵기라서
킨시(金糸 - 비단실) 몽블랑


사오리의 몽블랑은 머랭, 생크림, 마론 페이스트라는 세 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저온에서 천천히 구워 낸 머랭이 접시 위에 먼저 놓이고, 그 위에 홋카이도산 생크림을 얹는다. 맨 위에는 직접 개발했다는 압출기를 이용해, 마론 페이스트를 1mm 굵기로 뽑아 내리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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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퍼포먼스를 제대로 보고 싶다면 1층 카운터석이 최적의 자리다. 넷플릭스 ‘미친 맛집’ 시리즈에 소개됐을 때, 마츠시게 씨가 앉았던 그 자리에서라면, 설탕이 아닌 재료의 질감이 중심이 되는 ‘킨시(金糸) 몽블랑’의 탄생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볼 수 있다. 사람 손으로는 도저히 낼 수 없을 것 같은 속도로, 밤 크림이 얇은 실처럼 쏟아진다. 카운터석에 앉아 몽블랑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고 있으면, 얇고 고운 비단을 실로 엮어 직조한다는 뜻의 ‘사오리(紗織)’라는 이름이 과장만은 아니라는 걸 곧 이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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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접하는 몽블랑이 설탕과 버터의 존재감을 앞세우는 디저트라면, 사오리 샤는 그 반대편에 서 있다. 단맛을 줄이는 대신, 밤 자체의 질감과 향을 세밀하게 끌어올린다. 덕분에 포크로 한 조각 떠 넣는 순간, 입안에 먼저 들어오는 것은 뜨겁게 삶은 밤을 식혀 먹을 때의 은은한 향에 가깝다. 몽블랑과 준비해주는 차와 함께 한 숟가락, 두 숟가락씩 먹다 보면, ‘교토에 와서 굳이 이런 종류의 디저트를 먹을 이유가 있나’라는 의문도 조금씩 해소되어 간다.


시선은 자연스럽게 창밖 풍경과 접시 사이를 오간다.

화려함은 없지만, 무척 담백한 그 맛은

가모강의 풍경을 닮았다고 생각하면서

조용하게 흘려보내는 교토의 오후



책 쓰는 미식가의 #내돈내산 추천맛집

와구리 전문 사오리

和栗専門 紗織

사오리 샤(紗): 3,080엔 / 사오리 로(絽): 2,420엔 / 사오리 츠무기(紬): 1,980엔 / 한글 메뉴 있음

운영시간: 10:00~20:00

구글맵·홈페이지 예약 권장(취소 수수료 있음)

‘샤’는 하루 40그릇 한정이니 오전 방문 권장

여름에는 빙수, 가을에는 밤 종류 강화 - 계절마다 바뀌는 파르페 등 시즌 메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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