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아저씨
미국에서도 시카고 다운타운의 공립교 수준은 최악이다.
학교 밖은 둘째치고 학교 안에서도 총기 사고와
마약 밀매가 성행한다.
학교 잘 다녀오라는 말이 마지막 인사가 될 수 있는 곳이다.
아빠는 마약거래, 가정 폭력 같은 죄목으로 감옥에 가 있고
엄마는 새벽부터 출근을 해 밤늦게 귀가한다.
아예 마약 중독자 부모를 둔 아이들도 있다.
어느 아이는 5명의 동생들을 돌보며 학교에 다닌다.
선택의 여지없이 거리로 내몰린 아이들은 각종 범죄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대낮에도 총성이 오가는 곳에서 그들은 과연 다음 생일을 맞을 수 있을까?를
걱정한다.
아직 여리고 어린 고교생들이 죽음을 걱정한다.
그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공부하고 싶어 하는 아이들이 있다.
자신의 꿈을 좇고 싶은 아이들
이 지긋지긋한 삶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아이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가고 싶단다.
학비는 있냐고 TV 기자가 물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밝게 인터뷰하던 아이들의 얼굴이 바로 어두워졌다.
급히 고개를 떨구는 아이도 있었다.
언제나 돈이 문제다.
돈이 있거나 돈 갚을 능력이 있어야 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 있다.
카메라 밖에서 어린 동생이 보채는 소리가 들린다....
어느 날, 예고 없이
학교 강당에 12학년(한국의 고3) 학생을 모두 불러 모았다.
웅성거리며 강당으로 모이는 학생들
표정들이 밝지 않다.
보통 나쁜 소식이 전해지기 때문이다.
우범지역이다 보니 총기 사고 소식을 알리는 일이 흔하다.
좋은 소식을 기대할만한 일은 없다.
영문을 모른 채 조용히 앉아있는 아이들
처음 보는 사람이 강당의 마이크 앞에 선다.
모두가 긴장한 채로 있다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남자는 밝게 웃으며 이야기한다.
"길게 이야기할 것 없고
이 학교 전교생에게 학비, 기숙사비를 포함한 모든 비용을 지불하겠다."
돈 걱정 말고 대학에 가라!
팡파르가 울리고 색종이가 터트려진다.
영문을 모른 채 앉아있던 아이들이 서로 얼싸안고 환호를 지른다.
그대로 앉아 울음을 터트리는 아이들도 있다.
무대에 있던 사회자와 선생님들은 함께 춤까지 춘다.
무대에서 사회를 보던 이는 핏 케이든스 (Pete Kadens)
이 사람도 시카고 우범지역의 공립학교 출신이다.
시카고에서 성공한 사업가
가족과 시간을 더 보내겠다며 40세의 나이에 CEO를 그만둔 사람
지금의 자신을 있게 해 준 시카고에 보답코자
공립학교의 학생들을 돕게 됐단다.
이제는 시카고 외 다른 도시 학생들에게 까지 혜택을 넓히고 있다.
방송을 보는 내내 열악한 학생들의 모습 때문에
가슴이 먹먹했는데 한순간 뚫렸다.
체증이 사라졌다.
기뻐하는 학생들의 얼굴을 보니 코끝이 찡했다.
선정된 5개 공립 고교생 모두에게 4년간 학자금은 물론
기숙사 비, 책 값 등 모든 비용을 지불해 준다.
학생이 원하면 부모 중 한 명도 같이 대학에 보내 준단다.
대학을 가겠다면 이유불문 도와준다!
솔직히 이런 게 미국을 버티게 하는 힘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성공 후에 초심이 되어 출발점을 보는 사람들
삐딱하게 보면 저만 잘 살면 눈치가 보이는 나라 미국
팬데믹 기간에 기부금이 더 늘었단다.
희망 없는 삶을 하루하루 연명하 듯 사라 온 아이들에게
살아갈 이유를 줬다. 다행이다.
가망 없는 어른 것들을 도와준 것이 아니라 더 기분이 좋다.
내가 어른 것들을 겪어봐서 조금은 안다.
Pete Kadens가 강조하듯 학생들에게 말했다.
선물이라고 절대 생각지 마세요!
저는 여러분에게 책임감을 준 것입니다!
멋진 아저씨 아닙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