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 캐슬 뒷 북 치기

드라마 몰아보기

by Henry Hong

워낙 명성이 높던 드라마라 꼭 보고 싶었다.

하지만 볼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몇 년이 지나고 이제야 넷플릭스에서 '스카이 캐슬'을 발견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아내와 아들에게 꼭 봐야 할 드라마라며 재촉했다.

드라마 1편이 끝나기도 전에 아내와 나는 빠져 들었다.

아들은 도저히 못 보겠다고 기권.. 수험생인 아들은 자기 숨이 막히는 것 같단다.

아내와 나는 틈나는 대로 혹은 틈을 만들어서 드라마를 정주행 했다.


일단 연기자들의 연기에 놀랐다. 설마 진짜 저러겠어? 하는

과장된 부분이 모두 설득력 있게 보였다.

아이부터 어른 연기자들의 시니컬(Cynical)하면서도, 흔들리는 내면 연기가 너무 좋았다.



연출?


아주 영리하게 찍었다고 생각한다.

보는 이가 자연스럽게 연기자의 심리상태로 이끌렸다.

클로즈 업을 찍을 때는 프레임 끝에 얼굴을 가까이해 나까지 답답했고,

유리를 이용한 더블 익스포져로 연기자의 이중인격이 적나라하게 보였다.

그리고 나까지 떨리게 만들었던 핸 헬드 샷(Handheld shot)

하루도 마음 편할 날 없는 상위 1%의 삶이 카메라를 통해 전해졌다.

주로 '예서' 엄마를 찍었던 그녀의 뒷모습, 신발의 클로즈 업은

대사 한마디 없이 그녀의 다급함이 공감되기 까지 했다.


스카이캐슬2.jpg 드라마 장면 캡처


드라마를 끝까지 보고 나니 당연히 현실과 대비됐다.


돈 갖은것으로 만 봤을 때 상위 1% 인 집안을 안다.

그 사람들은 명문대를 졸업하지는 못했다.(상위 1%의 조건에는 학력도 포함되지요?)

그 집 자식 중에는 고졸도 있다. 그 자식이 고졸로 끝나기 전까지 돈 무진장 퍼 썼다.

가정교사, 학원, 조기 유학까지.. 그러나 현재 28살인 그 자식은 고졸이다.

왜?

공부가 적성에 안 맞는단다.

박사 공부를 하란 것도 아니고 대학 졸업장이나 받으라는데 적성 타령이다.

대학 졸업장은 살아가는데 필요한 운전면허 같은 거라고 하니,

책상 앞에 앉아있으면 죽을 거 같아 못 하겠단다.

실제로 책상 앞에서 숨이 넘어가던 아이가 책상을 벗어나니

혈색이 좋아지고 그렇게 행복해 보일 수가 없었다. 역시나 자식이기는 부모 없고,

부모가 자식 교육을 포기하니 지금 그 집안 무지 화목하다. 싸울 일도 없다.

스카이 캐슬의 현실판이다.


아들이 아이비리그를 목표로 공부하고 있다.

합격하면 무지 기쁠 것이고, 안되면 조금 기쁠 것이다.

안돼도 기쁜 이유는 아들이 노력하는 모습을 쭈욱 지켜봤기 때문이다.

나는 아들이 아기였을 때, 몸을 뒤집으려 기를 쓰는 모습을 보고 감동받았다.

눕혀 놓았는데 지치지 않고 발버둥을 쳐댔다. 호기심에 그냥 놔뒀는데,

한참을, 팔, 머리, 몸통을 기웃기웃하더니 결국 몸을 뒤집었다.

그리고는 생후 2개월 정도의 아기가 해냈다.라는 듯 한 숨을 내쉬었다.

아기에게 박수를 쳐 줄 수밖에 없었다. 거북이가 몸을 뒤집는 것보다 훨씬 볼만한 광경이었다.


기를 썼는데도 안되면 안 되는 거다. 그리고 솔직히 갈 학교는 많다.


아이비 대학은 갈 아이들이 간다. 그래야 버틸 수 있다.

주변의 성화로 혹은 뚜렷한 목표 의식 없이 입학한 학생은 중도 포기한다.

졸업률이 가장 높은 프린스턴도 10% 정도는 졸업을 못한다.

나머지 학교는 80% 대의 졸업률을 유지한다.

졸업을 한다 해도 목표 없는 성적표로는 갈 곳도 없다.

성적표를 보면 당연히 학생의 관심 대상, 이해도, 난이도, 성취도를 알 수 있지 않은가!

아이비 나온다고 별 수 있는 게 아니다.

학교 이름보고 사람 뽑는 시대는 지났다. 믿거나 말거나....


등록금은 좀 비싸?

하지만 등록금 만으로 되는 것도 아니다.

보통 1년에 들어가는 비용이 8만 불 정도를 한다. 한국 돈으로 약 9천8백만 원이다.(환율에 따라 다소 차이)

학생들 중에는 아이비리그에 합격하고도 안 가는 학생들이 있다.

대신 장학금을 많이 주는 학교를 선택한다.


자랑은 절대 아니고.. 솔직히 처남, 처제 자랑해봐야 무엇에 쓰겠나?

처남, 처제가 아이비리그의 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했다.

처남은 콜럼비아, 처제는 다트머스를 졸업했다.

나이 차 많이 나는 어린 처남은 어렵게 공부를 마치고,

가정 형편 어려운 학생들을 돕는 비 영리 재단에서 일하고 있다.

아이비리그에 가서도 많은 장학금을 받았던(내가 보기에 정상이 아닌)

처제는 제약 회사에 들어 가 임원이 되었다.

가족 중, 아이비리그를 졸업해서 좋은 점은 딱 한 가지다.

그들을 우습게 볼 수 있다는 것. 아이비 석사, 박사인데도 모르는 게 너무 많다

그냥 공부만 잘했던 사람들이라는 걸 알게 된다.


곁에서 가깝게 지켜본 아이비리그 졸업자를 보자면, 공부는 해야 할 사람이 해야 한다.

이를테면 공부하는 기술도 타고나는 것 같다.

누군 책상 앞에서 죽을 거 같은데, 누군 즐기고 있다.

제가 죽을 뻔해봐서 아주 잘 압니다.


'스카이 캐슬'의 많은 부분이 과장됐음을 알면서도 보는 내내 어린 학생들이 걱정됐다.

부모의 욕망에서 벗어날 수 없는 아이들이 안쓰러웠다.

그 아이들이 자라 똑같은 어른이 될까 봐 무서웠다.


스카이캐슬3.jpg 드라마 장면 캡처


제 아들은 어떻게 키우냐 굽쇼?

저보다 나은데 무슨 말을 하겠습니까?!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