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도 승단 시험 후기
오랜만에 긴장감을 만끽했다.
뉴욕에서 4시간 정도 거리의 보스턴까지 가서 검도 4단 승단 시험을 치렀다.
결과는 좋지 않았다. 4단 심사는 실패로 끝났다.
코비드 영향으로 운동을 게을리 한 내 탓이 제일 크겠지만 왠지 억울한 부분도 있다.
몸이 예전 같지 않다. 그런데 그게 정신의 영향 같다.
오랜만에 긴장된 자리에 서게 되니 몸이 무척 무거웠다. 4단 시험을 치르기까지
거쳤던 그동안의 심사나 대회에서는 없었던 일이었다.
유난히 긴장이 되었고 그 스트레스를 몸은 견디지 못했다. 어깨가 경직된 걸 내가 느낄 정도였다.
다리가 따라 주지 않는 게 당연했다. 팔과 다리 그리고 죽도가 따로 놀았다.
나 자신이 창피하고 한심하게 느껴졌다.
아들에게 수없이 해 온 "어깨 힘 빼고 긴장을 풀라고!!"가 그저 메아리처럼 허망했다.
"아빠인 너나 잘하세요!" 보스턴에서 돌아오는 길 내내.. 자책을 했다.
그토록 쉽게 나오던 긴장 풀라는 말이.. 사실은 제일 어렵다는 걸 이제 안거야?
긴장하지 말라고!
그래서 어떻게?
솔직히 겪어보니 잘 모르겠다.
살다 보니 해봐서 잘 아는 것도 있고, 해보니 더 모르겠는 것도 있다.
배운 게 있다면 아들이나 후배들에게 긴장하지 말라는 소리 함부로 하면 안 되겠다.
(그게 마음대로 안 되는 게 탈이지만.)
나이 먹고 긴장된 자리에 설 기회가 없다 보니 긴장 푸는 방법 같은 거 알지도 못한다.
아는 척을 할 뿐이다. 라떼는 말이야.... 물론 하나마나 한 이야기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거 투성이다.
이제 긴장 풀라는 말보다는 좀 더 구체적으로 해법을 제시해야겠다. 긴장 풀라는 말.. 듣는 사람에게는
고문 아니겠어요? 이겨 내라고요? 방법 좀 알려주세요.
보스턴에서 내려오는 길, 가족 단톡방으로 문자를 보냈다.
[검도 시험 실패!]
[아빠 괜찮아 다음 기회에.. 운전 조심하세요]
냉장고에 맥주를 넣어 놨다는 아내의 문자도 받았다. 시험을 대비해 2주간 금주를 했었다.
차가운 맥주 생각이 간절하던 참이었다. 새삼 가족이 고마웠다. 결코 시험 실패로 깨달은 건 아닙니다.
다음 승단 시험은 10월에 있을 예정이다.
긴장을 풀려면 훈련을 열심히 하고 볼 일 이겠지요. 다음에는 성공 후기를 올리는 것이 바람입니다.
그래야 긴장 푸는 법을 제대로 알려 드리지요.
지금 긴장 상태에 계신 모든 분들, 우리 심호흡부터 다시 시작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