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라보?
아들이 여자 친구와 헤어졌다.
여자 친구가 생겼다는 소식을 전할 때처럼
갑작스러운 뉴스였다.
나는 축하한다며 아들을 안아줬다. 파티라도 할
기분이었다. 아들이 입시생입니다요.
아들은 슬픈(?) 소식을 전하며 내가 기뻐할 줄 알았단다.
당연하지, 지금 때가 어느 때인데.. 부라보! 라도 외치고 싶은 심정이었다.
왜, 헤어졌는지는 묻지 않았다. 아내가 물으려고 하는 것도 막아섰다.
말은 태연하게 해도 마음이 아플 아이를 배려하고 싶었다. 쉬운 이별은 없다.
나도 이유가 궁금했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었다.
참고 참았다가 일주일 정도가 흐르고 물었다. 티가 났을지는 모르지만 최대한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별로 몰아갔다. 그리고 물었다.
"학교에서 얼굴 보면 아는 척 해?"
아는 척은 한단다.
"Are you ok? How do you feel?"
"No Problem 아빠! We are cool" 헤어졌어도 쿨한 관계란다.
"그 애랑 뭐가 안 맞았어?"
지루하다는 뜻밖의 대답이 나왔다. 만나면 늘 똑같은 게 재미없었단다.
'아니.. 만나면 그냥 좋을 때 아니야? 지루할 틈이 있어? 내 아들 정상 맞아?'
뭘 했는데 지루해?
먹으러 다니고.. 쇼핑몰 구경하고.. 걷고.. 또 걷고.. 별다른 공감대가 없었단다.
이야기를 듣고 보니 나도 예전에 경험했던 일들이 지만, 나는 지루해하지 않았다.
무엇이든 상대방을 이해하려 했고 그걸 당연한 걸로 받아들였다. 없는 공감대는 만들려고 했다.
아들의 이별을 곰곰이 생각해봤다.
나와 아들이 다른 점? 딱 한 가지.
아들 눈의 콩깍지가 쉽게 떨어져 나갔나 보다. 남의 단점이 쉽게 보였나 보다.
공부에 집중해야 할 때이니 이별 소식이 반갑긴 했지만 너무 쿨한 거 아니야?라는 이율배반적인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겪을 이별을 예행연습하는 것도 아니고..
뭔 이별이 이리 쿨해? 그래도 되는 거야?
예전 나와 친구들은 여자 친구에게 차였 건,
찼건 간에 이별 자체를 슬퍼했는데.. 수없이 아쉬움을 달래는 밤이 있었는데..
세상에 쉽게 이어진 인연은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별 후에 군대 간 친구가 한둘이 아니었는데..
중년의 나이에도 첫사랑을 못 잊는 이 가 수두룩한데....
이전에 아들의 여자 친구 이야기를 쓴 적이 있는데 이렇게 빨리 이별 이야기를 쓰게 될지는 몰랐습니다.
세대가 다르다고요?
쿨한 이별.... 그런 게 세상에 있다고요?
이번에는 아들의 이별이 못마땅하다..
참.. 모자라는 아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