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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nry Hong May 20. 2022

입시 스펙 쌓기의 시작

얼떨결에 경기장 입장

요즘 한국에서도 미국의 아이비리그 대학에 관심이 많은 거 같다.

명문대 입학에 필요한 스펙은 어떤 것이 있을까?

지금 내가 겪고 있는 이야기를 해보자면 늦어도 중학교부터는 스펙 쌓기를 시작해야 한다.

미국식으로 이야기하자면 펜시 이력서(Fancy Resume) 만들기.

참으로 많은 일을 해야 한다. 얼떨결에 가족도 선수의 일원이 된다.

아빠는 운전이라도 열심히 해야 한다. 데리고 다녀야 할 곳이 정말 많아요..


지금 11학년에 재학 중인 아들의 예를 들어 보겠다. (12학년이 졸업반)

초등학교 졸업 무렵 특수교인 헌터 중학교 입학시험이 있었다.

자녀를 둔 학부모라면 모두가 욕심을 내는 특수교다. 오직 헌터 중학교 입학을 위한 학원도 여럿이다

헌터 중학교에 입학을 하면 헌터 고등학교까지 자동으로 진학하고 7년간 엘리트 교육을 받게 된다.

양질의 교육은 물론 학비를 비롯해 모든 비용은 뉴욕시에서 부담하게 된다.

아들은 안타깝게도 헌터 중학교 입학시험을 치를 자격이 안됐다. 아들이 중학교 갈 때의 커트라인은

평균 성적이 94점이었던 걸로 기억되는데 아들은 92점이었다. 94점의 아이들만을 모아 입학시험을 보는 거다.

안타까웠지만 어쩌랴? 헌터는 집에서 멀어 합격해도 걱정이었다며 세 식구는 서로를 위로했다.

사실 초등학교를 다니는 5년 동안 학원 한 번 안 보냈으니 실망이 크진 않았다.

그 대신 아들은 유치원 때 수영을 시작했고 초등학교 3학년부터는 펜싱을 시작해 재미를 붙여가고 있었다.

내 경험상 인생은 어차피 체력으로 결정 난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영재가 아니면 체력이라도..

아들은 학군에 따라 집 근처의 학교에 배정됐다. 학교는 10점 만점에 8점 정도를 받는 준수한 학교였다.

그리고 입학하자마자 치러진 레벨 테스트.

점수가 좋으면 특수반 아너스 클래스(Honors Classes)로 가게 된다. 미국에 우열반 당연히 있다.

아들은 아너스 클래스에 들어갔다. 아이스크림 케이크를 준비해 간단한 파티를 열었다.

아너스 클래스에 들게 되면 배우는 수준이 높게 책정되고 고등학교 수준의 클래스도 듣게 된다.

중학교에서 미리 듣게 된 클래스는 고등학교에 가서 들을 필요가 없다.

시간 낭비를 줄이면 다른 특별활동을 할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된다.

중학교 입학과 더불어 싫든 좋든 입시 경쟁에 뛰어들게 됐다.


중학교에서 학업을 쫓아가는데 별 문제가 없었는데, 문제는 고등학교 수준의 클래스를 들을 때 생겼다.

3년 내내 평균점수를 92로 유지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사실 내가 아들의 나이 때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점수였다. 강호가 어지러운데 책만 붙잡고 있을 수 없던 시절이었다. 주윤발 형님이 책상 앞에 앉아있는 걸 원치 않으셨다.

아들은 중학교 졸업반이 되면서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뉴욕시 특수고 시험을 치르기 위한 준비였다.

1주일에 3~4일, 펜싱을 해야 했고 색소폰 교습도 있어 학원은 토요일 하루만 갈 수 있었다.

시험 준비를 하면서도 우리 가족은 내심 타운센드 해리스라는 학교에 가기를 바랐다. 공립학교인 이 학교는

특수고가 아니면서도 최상위를 유지하는 학교이고 신입생을 백 퍼센트 내신 성적으로 뽑는 학교다.

입학시험이 필요 없단다. 내신 성적과 출석률이 좋은 학생 중에 선발한다.

평균 점수를 92점 이상으로 유지하려 했던 이유는 내신으로 학생 선발을 하는 이 학교 때문이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7학년 평균이 91점이었던 아들은 이 학교에 불합격했다. 사회과목에서 88점을 받은 게 화근이었다. 평균 점수가 90 점을 넘어야 하고 모든 과목이 90점 이상이 되어야 하는 룰이 있었다.

예를 들어 모든 과목이 96점이라도 단 한 과목에서 80점대 점수를 받으면 낙방이다.

커트라인은 매년 조금씩 차이가 있다고 하고 점수는 매년 더 올라간다고 한다.

그 후, 아들은 시험 문제만 열심히 풀다가 운 좋게 브루클린 텍 특수고에 합격했다. 문제풀이 효과가 있었다.


중학교 때까지의 특별활동을 보자면

1. 공원 청소일을 했다. 친구들과 공원에 모여 쓰레기를 줍고 리더가 봉사 시간을 선생님에게 제출한다.

2. 몇 번의 전국 규모의 펜싱 대회 참가를 했다. 미 동부 펜싱대회에 나가 20위 권 내에 든 것이 최고 기록이다. 3. 취미로 시작한 색소폰 연주는 학예회 수준의 콘서트에 한 번 나갔고 우스운 뮤직 비디오를 하나 찍었다.

중학교부터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단 한 가지입니다. 갑자기 생성된 스펙은 쓸모없기 때문입니다.

학생이 대학 입시 전까지 어떤 삶을 살았는지를 일관성 있게 보여줘야 한답니다.


미국 학교의 학년제

초등학교 5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4년 제로 되어있다. 합이 12학년제


하버드의 여름 캠프 교재


특수고에 입학하면서부터 본 경기는 시작됐다. 보통 9학년부터 고등학교 시작이다.

특수고의 경우 전공을 정해야 한다. 학교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과학 전공에서 사회학, 언어학까지 다양하다.

고등학교 때의 전공이 대학까지 이어질 필요는 없지만 관심 있는 분야에 일반 학교 학생들보다 일찍 발을

내딛는 것은 사실이다. 전공을 정했다면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AP(Advanced Placement) Course를

선택해야 한다. 대학 수준의 클래스를 듣는 AP Class의 중요성은 SAT 또는 ACT 시험 점수 제출이 없어지며 더욱 높아졌다. 명문고를 판가름할 때  AP Class가 중요한 요소가 된 건 이미 오래다.

아들은 11학년 현재까지 AP과목 6개를 수강했고 졸업 전까지 4개를 더 수강할 계획이다. 명문대 진학을 위해서는 보통 8개에서 10개의 클래스를 수강한다. 다른 기회가 있을 때, 수강 과목을 정리해보겠다.


아들의 스펙 쌓기를 보자면,

전 과목 90점 이상의 평균점수 유지, 컴퓨터 코딩과 오피스 기본 프로그램 숙지

방과 후 과학선생님의 조교 노릇


팬데믹 기간 중 음식 배달 봉사


자원봉사 프로그램과 농구대회 진행 요원 활동


펜싱팀 주장으로 뉴욕시 펜싱 대회 우승과 준우승 한 차례씩

여자 펜싱팀 어시스턴트 코치


뉴욕시 공립교 영화제에 단편 영화 출품


2021년 하버드 대학 섬머 캠프 참여

2022년 7월 대학교 섬머 캠프 참여 예정

8월 인턴쉽 프로그램 시작 예정

그밖에 관심 있는 학교의 모든 설명회와 인터넷 미팅에 참여했다. 학교 측에서는 출석 확인까지 하며

참여자에게 관심을 갖었다.


대략 이 정도가 아들이 중학교부터 쌓은 스펙이다.

한국에서 입시 스펙 쌓기가 뉴스가 되고 있는 와중에 공교롭게도 내 아들이 그 상황이다.

아들은 조금씩 조금씩 자신의 꿈을 위해 스펙 쌓기를 하고 있다. 나와 아내는 뱁새가 다리 안 찢어질 정도만

도우려 한다. 결과야 모르겠지만 세 식구 함께 노력한 기억은 오래 남을 것이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불법적 요소가 있는 스펙 쌓기는 학생 인생을 망칠 수 있다.

불법적 행위에도 불구하고, 운이 좋아 명문대에 입학한다 해도 학부형 협회나 동창회에서 알게 되는 순간,

학생은 퇴학 처분을 받게 될 것이다. 학생에게는 주홍글씨가 평생 따라다닌다. 부모의 잘못 때문에!

사실 학교 자체의 조사보다 무서운 것이 학부모 협회와 동창회다. 학교 명성에 해가 되는 일은 용서가 없다.

하버드 대학이 고소를 당한 이유도 입학시험이 공정치 못하다는 의심에서 시작됐다.


자신들의 자녀들이 왜 불법을 저지른 학생들과 같은 캠퍼스에 있어야 하는가? 부모로서 당연한 행동이다.

몇 년 전 유명 배우와 중국의 부호가 입시 비리에 연루돼 큰 뉴스가 됐다.

부모들은 감옥을 가야 했고 학생들은 퇴학 처분을 당했다. 작은 내부 고발로 시작해, 사건의 실체가 드러났다.

학부형들은 법원과 학교 앞의 거리로 나서 일부 특권층의 불법성을 알렸다. 명문대들이 연일 망신을 당했다.

미국의 매스컴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연일 방송에서 그들의 도덕성을 질타했다.


두 발 뻗고 잠자려면 거짓 스펙 쌓기는 절대 안 된다. 입학했다고 끝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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