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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nry Hong Jun 06. 2022

박물관에 서 있다가

브루클린 박물관

뉴욕에 살다 보면 양질의 박물관을 쉽게 접할 수 있다.

뉴요커에게는 무료 관람을 할 수 있는 날들도 있고,

간단히 도서관 카드를 이용해 할인이나 무료 초대권을 받을 수 있다. 세금이 비싼 이유다.

사는 곳 하고 거리가 있어 차일피일 관람 기회를 미루던 브루클린 박물관에 다녀왔다.


마침 앤디 워홀 특별전이 열리고 있었다. 

얼마 전 20세기 작품 중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블루 마릴린 먼로'의 작가 

워낙 유명한 예술가지만 글쎄..라는 생각을 갖게 만드는 사람

다른 전시에 대한 호기심은 뒤로 미루고 워홀을 자세히 보려고 노력했다.

나이도 좀 먹고 그랬으니 예전에 안보이던 뭔가가 보이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다.

일단 그의 어린 시절부터 살펴봤다. 슬로바키아 이민자 집안에서 태어났고,

노동자 집안에서 성장. 아버지를 14살에 잃었고, 어머니가 아마추어 미술가였다.


Punching bags


앤디 워홀.. 화가, 영화 제작자, 레코드 프로듀서, 작가, 팝 아트의 선구자

도저히 한 단어로는 정의를 내릴 수 없는 사람. 총까지 맞은 경험이 있다.

그런데 그의 작업을 이해할 수 없는 아이러니..

이게 뭐야?라는 비아냥이 그에게 다가갈 수 없는 벽이 됐을지 모르겠는데, 

나이를 먹고 봐도 그 생각에는 별 변화가 없다.

아는 만큼 보이는 게 사실이라면 아는 게 늘지를 않았다. 


Raphael Manonna


자존심이 상했다.

마치 그의 작품과 눈싸움이라도 하듯 노려보고, 삐딱하게 보고, 멀리서도 보고 가까이서도 보고..

작품 설명도 집중해서 읽어봤다.


도대체 공감이 가야 이해를 하지.

캔버스에 물감을 뿌려되는 잭슨 폴락이 더 이해가 가는 걸 어찌하오리까?


앤디 워홀을 이해해보려던 노력은 많은 의문점을 남기며 끝났다.

전시된 작품을 자세히 공부하듯 봤으니 나름 노력은 한셈이다.

박물관을 나서는데 뒤통수가 간지러운 건 무슨 이유일까?

어떤 아쉬움이었다.

이해하려고 노력을 했는데 한계에 부딪친 느낌 같은 느낌.

워홀을 들여다보다가 나 자신을 들여다보게 됐다.

딱 2시간 30분 정도만 이해 못 하는 걸 이해해 보려고 노력했다면

내 인생이 달라졌을까?

이해 안 되던 수많은 상황과 수많은 사람을 이해해 보려고 얼마나 노력을 해봤나?

시도는 해봤었나? 장 기간에 걸쳐 그들이 밤잠을 설치게 한 적은 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누군가를 이해하려고 2시간 30분 정도를 집중해 본 경험은 없다.

언제나 결론은 그들은 이해할 수 없는 종류라는 것이었다.

소시오패스(Sociopath)가 늘어난다며 사회 탓을 했다.


나에게 상처를 줬던 모든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물론 지금도 이해는 안 된다.


하지도 않은 얘기를 했다는 사람

해놓고 안 했다고 우기는 사람

저만 아는 사람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

약자 앞에서만 강해지는 사람


나는 그들을 외면하며 살았다. 이해라는 수고보다 그들을 피하는 것이 쉬운 일이었다.

그들의 사정은 나와 상관없는 일들이었다. 그들의 사정은 그들의 사정일 뿐이었다.


공감을 해야 이해가 되는 건지?

이해가 돼야 공감이 되는 건지? 괜히 복잡해진다.

그저 외면하면 해결될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갑자기 이해 안 되는 걸 이해해 보려고 한다.

그들의 사정이 듣고 싶다.

이런 것도 갱년기 증상인가?


Last Supper


앤디 워홀 작품을 마주하니 여러 생각이 머릿속을 어지럽힌다.

설마 워홀이 이런 걸 노린 건 아니겠죠? 이 사람 천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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