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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nry Hong Jul 07. 2022

삼성이 욕먹은 이유

돈 들여 욕먹기 쉽습니다.

3년여 만에 세 식구가 여행길에 올랐다.

팬데믹에 억눌렸던 심적 보상을 받기라도 하듯 

여행지를 해외로 잡았다.

보복 소비가 이성적 판단을 억눌렀다.

뒷수습은 여행 후에 생각하기로 했다.


뉴욕에서 7시간 정도 거리의 스페인 바르셀로나.

언젠가는 가봐야지 하던 도시였는데 이번 기회에 

질렀다.


도착 첫날에는 호텔 근처를 둘러보며 스패니쉬로 

덮여 있는 세상에 눈을 익혔다.

영어와 같은 알파벳을 쓰지만 어떤 리듬감이 있는 스패니쉬.

당연하지만 도로 사인부터 광고판, 식당의 메뉴판 모두가 스패니쉬였다.

눈은 생소함에 당황하며 혼돈의 연속,

입은 영어를 하고 있다.

그 와중에 생각은 한국말로 한다.


뉴욕과의 시차는 6시간,

바르셀로나가 6시간 빠르다.

뉴욕이라면 단잠을 자고 있을 새벽 시간에 ,

나갈 채비를 하고 호텔을 나섰다.


적당한 더위에 감사하며 설레설레 걷고 있을 무렵, 저 멀리 고풍의 좁은 거리로 사람들이

몰려있고 그 뒤로 광장이 눈에 띄었다.

광장 뒤로는 아우라가 느껴지는 

성당이 버티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예사 건물이 아님을   

있었다. 성당의 벽은 성곽처럼 높았다.

아직 정면은 보지도 못 한 상황이었다.

세 식구 행여 성당이 사라지기라도 할 것처럼 이리저리 군중과 잡상인들을 피해 가며

성당의 정면으로 향했다.

마치 영화의  장면같이 벽을 따라 걷다가 

턴을 하니 성당 웅장한 모습이 보였다.

바르셀로나 대성당이었다.


와우!


하지만 감탄과 동시에..

이게 뭐야!라는 탄식이 터졌다.

미적 감각이라고는 털끝만큼도 찾을  없는 

광고판이 수많은 인파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광고판이 얼마나 크던지, 어떻게 사진을 찍든 

광고판의 젊은이가 나를 마주 보고 있다.




성당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려고 이리저리 

앵글을 바꿔봐도 소용이 없었다.

삼성이 노린 것이 이런 것이라면  치졸하다.

배경을 빼거나 인물을 클로즈 업으로 찍을 수밖에 없었다.

사진을 찍는데 짜증이 났던 건 나뿐만이 아니었다.

공사 중 차양막이라도 용서가 안됐다.

분명 다른 방법이 있었다고 본다.

광고의 세련됨을 원한다면 욕심일까?

주변에서 영어를 쓰는 사람, 스패니쉬를 쓰는 

사람  한숨 욕을 내뱉는 사람마저 있었다.

제가 욕은 잘 알아듣는데 사진에 목숨 건 사람 

의외로 많습니다.


원래의 성당 모습


뉴욕 타임스퀘어의 삼성 광고는 매일 봐도 자부심을 느끼던 나였다.

그러나 바르셀로나 대성당의 삼성 광고는 과해서 

욕을 먹는 상황이다.

타임스퀘어에있을 법한 광고가 

고딕 양식의 성당 

점령한 모습을 누가 좋아할까?

광고비 내고 욕먹는 상황?

광고 자체도 하필 남성 모델이 전지적 시점으로 

내려다보며 전화기를 들이대고 있다.

경건한 마음으로 성당을 올려다보는데 

 기분 나쁘다.

혹시 내가 삐뚤어진 걸까? 미국인인 아내와 

아들에게 물었다.

 광고 어때? 대답은 간단했다.

없었으면 좋겠어."

좀 더 공감할 수 있는 광고는 없었을까?

광고비 낸 만큼 본전을 뽑을 방법은 없었을까?

최소한 욕은 먹지 말았어야지.. 아쉬웠다.


어느덧 시간은 흘렀다.

나름 보복 소비의 뜻을 이루고 바르셀로나를 

떠나게 됐다.

바르셀로나 여행의 마지막은 당연히도 공항에서의 대기 시간.

게이트 앞의 의자에 앉아 마주하게 된 삼성 광고


최소한 욕먹을 상황은 아닌 듯했다.


20  전부터 텔레비전은 무조건 삼성을 

구입했고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컴퓨터도 삼성제품이다.

삼성의 기술이 세계 최고라는 ,

경험을 통해  안다.

하지만 아쉽다.

이제는   멋진 이미지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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