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어려운 자식 교육
하루의 절반을 헤어져 있던 세 식구가 저녁 밥상 앞에 모였다.
특별한 일은 없었고 텔레비전에 한 눈 팔며 뭔가를 묵묵히 씹고 있었다.
음식을 맛으로 먹는 시절은 예전에 지났다.
뭘 먹는지 알고 먹으면 다행이다.
흔들리지 않는 마음으로 음식을 삼키고 있을 때,
아내의 목소리가 터졌다.
"너 목 위에 뭐야!"
나? 다행히 내가 아니었다. 아내는 아들을 가리키고 있었다.
엄마와 눈을 못 마주치고 음식에 코를 박은 아들이..
"몰라.. 어디에서 긁혔나?" 별거 아니라는 듯 행동했다.
펜싱을 하는 아들에게 긁힘이나 멍은 아무 일도 아니다.
무심한 나에게 아내가 눈 짓을 한다. 왠지 느낌이
싸했다.
나는 아들의 고개를 내 쪽으로 당겨 목 검사를 한다.
아들의 목을 보고 아내와 눈이 마주쳤다.
아내와 나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푸.. 하하하.. 너 장난하냐! 긁히긴 뭘 긁혀!", 이게 긁힌 자국이라고!"
나는 손가락질까지 한다.
“이 녀석 웃기는 놈이네..!"
확신에 찬 부모에 전의를 상실해 버린 아들,
얼굴이 붉어지며 저도 따라 웃는다.
"넌 아빠, 엄마가 멍청해 보이냐! 우리도 옛날에 다 해봤다!" 이 말은 괜히 했나?
역시 영어로 얘기를 하면 필터링이 안된다.
밥상머리에서 난데없이 아들 목의 키스 자국을
발견했다.
일단은 어처구니가 없었고 한편으로는 귀엽기도
해서 웃어넘겼는데, 그다음이 걱정이다.
아내도 같은 생각이었는지 같이 웃을 때는 언제고.. 한 밤중에 나를 닦달한다.
나보고 성교육을 시키란다.
성교육? 어떻게? 어디부터? 되묻는 건 나였다.
콘돔 사용법이라도 알려 주란다.
내가? 이번에도 되묻는다.
"그럼 너지, 누가 가르쳐!" 나를 한심하다는 투로
쳐다보는 아내. 어쨌든 나의 고민은 시작됐다.
다음날 아침, 전철역에 아들을 데려다 주기 위해 차를 탔다. 할 말 있던 내가 아들의 눈치를 본다.
"그러니까 말이지.. 인생은 장난이 아니니까,
조심해라!"
이걸 영어로? "Don't play with your life, life is no joking"
갑작스러운 이야기에 어리둥절한 아들..
"콘돔 사용법은 유튜브 봐라!"
"오케이, 오케이 돈 워리 아빠!"
서먹해진 차 안의 공기, 가는 길은 멀게만 느껴졌다.
아이를 내려주고 돌아오는 길에 떠오른 영화가 있었다.
내가 아들 나이 때 보고 충격을 받았던 영화.
‘젊은이의 양지(A place in the son 1951)'였다.
사귀고 있던 여자가 임신을 했는데,
뒤늦게 다른 여자와 사랑에 빠진 남자 주인공.
남자는 임신한 여자를 죽이려고 계획한다. 계획은 뜻대로 안 된다. 그렇다면?
오래된 영화지만 남자 주인공의 심적 갈등이 잊히지 않는다.
사랑하는 여자와 원치 않는 여자 사이에서 갈등하는 남자. 비극일 수밖에 없다.
자신 없는 성교육보다는, 아들과 영화나 같이
봐야겠다.
사랑 없는 섹스는 허무, 공허, 후회..?
겪어보지 않고는 모를 일을 어떻게 가르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