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문화, 다른 나라
옛날이야기이긴 하지만 한국 유학생들이 교민들에게 욕을 얻어먹을 때가 있었다.
오렌지족이라는 종족이 활기를 뛸 때였다.
미국 학생들은 공부하랴 일하랴.. 바쁘기만 한데,
공부는 뒷전이고 몰려다니며 달러 쓰기에 바쁜
유학생들이 이민자들 눈에 좋게 보일 리가 없었다.
유학생 중에는 오렌지족 외에도 낑깡족, 아르바이트족, 어학원족, 찐 유학생족 등..
다양했는데 어느 쪽이건 억울한 부분이 있었다.
누가 억울하던 지 말던 지 이민자 부모들은 학교에서 한국 유학생들과 어울리지 말라고
당부를 하던 시절이었다.
뉴욕에서 태어나고 자란 아들은,
뉴욕시가 운영하는 공립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다녔다.
학교 내, 인종은 다양했지만 아들이 유학생을 만나 본 적은 없었다.
대학을 간 아들이 한국 유학생들을 만났다.
유학생 출신인 아빠에게 호기심이 생겼다.
한국 유학생들 어때?
뭐가?
영어 잘해? 아니.. 그러니까 말이지 너랑 어울리겠어?
아들의 시니컬한 되물음에 말을 더듬는 아빠.
한국 유학생을 비롯해 세계 각국에서 온 유학생을
만나 본 아들의 느낌을 정리하자면..
영어에 억양이 들어간 것 말고는 별 다른 것이 없단다.
세계 문화에 이미 익숙한 젊은이들.
말하자면 미국의 NBA농구에 열광하고 한국의 BTS에 춤추며
일본의 스시를 먹고, 이탈리아 젤라토가 디저트인 문화.
하지만 제 나라 자랑을 하면 놀림을 받는다는 문화.
이건 우리나라 문화야 라고 말하는 순간 촌스러워진다.
문화가 국경을 허물고 있다.
문화가 어디에서 왔건 I don't care. 내가 좋아하면 그만.
옷차림? 열에 여덟은 후드티에 남자는 아무 바지,
여자는 레깅스다.
미국 대학 옷차림에 신경 쓸 만큼 한가하지 않단다.
아빠는 다시금 머쓱해진다.
나 때는 유학생들이 달랐단 말이야.. 무슨 족이건 간에 촌스러웠다고!
새내기 대학생 아들과 대화를 하다 보니
이 아이가 만나는 사람들의 폭이 다양해짐을 느꼈다.
부모의 노파심이 또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나라별 편견이라는 것이 없다가도 만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어떤 특징의 교집합 때문에 편견이 생기게 되는데 그 편견은 그 사람 하나로 끝났으면 한다.
그 사람 하나를 일반화해 그 나라에 편견을 갖지 않았으면 하고 바란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웃기지 마세요!
유학생들을 욕하던 예전 사장님들, 유학생을 겪어 봤으면 몇이나 겪어 보셨겠나?
예나 지금이나 어려운 환경에서 공부하는 유학생들이 그렇지 않은 학생 보다 훨씬 많다.
오렌지족 1% 때문에 욕먹기 바빴던 나머지족 99%.
누구의 탓도 아니었다.
어차피 유학생의 환경은 부모 경제력에 따라 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