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혹스러운 거리감
익숙함이 생소함으로 다가왔다.
그동안 스쳐지나 듯 본 한국에서
여행자의 눈으로는 느낄 수 없던 감정이다.
여행자의 눈을 벗어나 보니 마주한 건 생소함이었다.
대한민국, 언제나 마음 편하기만 하던 곳이 서먹하게 다가왔다.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길을 가다 깜짝깜짝 놀랐다. 그 놀람은
커피숍에서도, 식당에서도, 당연히 술집에서도 있었다.
한국에서의 시간이 늘어가며 놀람도 잦아졌다.
집 밖을 나가면 자연히 긴장이 됐다.
내 나라, 내 고향에서 왜?
원인을 찾기 시작했다.
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거리감이 이유였다.
예고 없이 다가오는 사람들. 부딪치려고 작정을 한 거 같다.
한 발짝 물러서면 한 발짝 다가오는 사람들.
뒷걸음 치면 달려드는 사람들.
허락되지 않은 나의 공간으로 머리부터 들이미는 사람들이었다.
나는 나도 모르게 도망가고 있었다.
인구밀도 높기만 한 서울에서 도망갈 곳은 없었다.
당연하게도 이건 틀리고 맞고의 문제가 아니다.
문화가 다를 뿐이라는 이야기다.
문제는 내 허락 없이 정신적 거리감을 좁히려는 사람들이다.
배려라고는, 사막에서 북극곰 찾기 만큼 힘든 사람들이다.
이건 길거리나, 식당, 커피숍에서 좁혀지는 신체적 거리감 하고는 차원이 다르다.
갑자기 훅 들어와서, 이상한 사람이라고 느꼈을 때는
이미 얼굴을 한 대 얻어맞은 다음이다.
뒤늦게 사태 파악을 하려 하니 내가 이상한 사람이 돼있다.
저 혼자 친한 척 밀고 들어오는 사람들. 들을 준비도 안된 이야기를 강요까지 한다.
뭐라 대꾸조차 힘든 상황이다.
이미 알고 있다고 단정 짓고 있으니 어떤 변화도 기대할 수 없다.
그들의 떳떳함에 소름이 돋았다. 도대체 그 견고한 자신감은 어디서 온 것인가?
곧 떠날 사람에게 은근슬쩍 가스라이팅을 한다.
이런 사람들이 사회적 약자들을 만난다면?
몸으로 그다음은 정신으로..
아주 가깝게 더 강하게 다가가고 볼 것이다.
도움을 빙자한 괴롭힘임을 그들은 알까?
우월한 지위나 입장을 이용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할까?
모르고 하는 짓이라고?
그렇다면 알면서 저지르는 짓 만 나쁜 짓 인가? 아니다!
나는 그 알지도 못하는 무지가 더 싫다.
그들에게 상대방의 처지 같은 건 애초에 고려 대상이 아니다.
스쳐 지나며 본 나의 관점과 뿌리를 내리고 산 사람들의 관점이
다를 수는 있지만 50대 아저씨가 생소하고 무기력을 느꼈다면,
어리고 젊어서 힘없는 이들은 어떨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최소한의 반항마저 상대방의 눈치를 봐야 하는 이들이다.
제발 그들에게 다가가지 말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