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떠났다.
며칠 전부터 짐을 챙기는 아들의 얼굴은 미소가 떠나질 않는다.
짐은 점점 늘어만 간다.
보다 못한 아빠가 잔소리를 한다.
"이게 진짜 다 필요하다고? 필요한 거만 챙겨라!.."
"이 짐이 전부 차에 들어가겠어!"
잔소리를 하면서도 혹시나 빠진 게 없을까? 눈은 바삐 움직인다.
걸리적거리는지 이번에는 아들이 한마디 한다.
"아빠 Sit down! 나 혼자 할 수 있어!"
아들의 명령대로 앉아서는 아들의 얼굴만 쳐다본다.
장바구니 같던 베이비 캐리어(Baby carrier)에 넣어 왔던 아기가 대학을 간다네..
집을 떠난다네..
아빠 심정은 모른 채 즐거워하는 아들에게 심술을 부렸나 보다.
그동안 둥지를 떠나는 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많았는데 막상 그날이 오니,
기억나는 것도 없고 괜한 잔소리가 될 까봐 입이 다물어졌다.
뉴욕에서 3시간 여를 운전해 유펜 대학에 도착했다.
학교는 신입생을 위한 각종 행사로 활기를 띠고 있었다.
캠퍼스는 크고 작은 웃음소리가 그칠 줄 몰랐다.
한눈에 봐도 좋아 어쩔 줄 모르는 아이들의 얼굴..
그들을 지켜보는 걱정 어린 부모들의 얼굴..
기숙사 입주 날 보다 하루 일찍 왔다. 호텔의 침대가 낯설기만 하다.
내일 아침이면 부모 곁을 떠나야 할 아들.
운전은 내가 했는데 이미 곯아떨어진 아들.
자면서도 웃는 듯한 얼굴이다.
아마도 11월의 추수감사절 연휴 때까지는 못 볼 얼굴.
아들과는 2주 이상을 헤어져 본 적이 없는 아빠다.
자식을 군대에 보낸 부모들이 새삼 존경스럽다.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다 아들에게 몇 자 쓰기 시작했다.
날이 밝고 기숙사로 이사가 시작됐다.
한꺼번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이사하는 모습을 그동안 본 적이 없다.
이렇게 밝은 얼굴로 이사를 하는 사람들 또한 본 적이 없다.
시무룩한 얼굴은 부모들 뿐이다.
아들이 지낼, 방 구경을 했다.
아내는 어느 틈엔가 청소 도구를 들고 나를 밀쳐낸다.
문 밖으로 쫓겨나 박스 정리를 시작했다.
이사가 끝나도 짜장면 시킬 곳은 없다. 아쉽다.
가지고 온 짐들이 차곡차곡 제 자리를 찾아간다.
헤어질 시간이 다가온다.
괜한 한숨이 나온다.
이 녀석을 믿어야 하는데.. 둥지를 떠나 날아오를 아이인데..
불안한 마음에 바닥 걸레질을 한 번 더 한다.
기숙사 앞에서 아들을 안아주며 작별을 했다.
끝내 코 끝이 찡해진다.
걱정하지 말라며 아빠를 안심시키는 아들.
그저 고마운 마음뿐이다.
아빠와 아들이 작별의 포옹을 하는데
아내는 놀려가며 사진을 찍는다.
이 사람은 뭐가 이리 쿨해? 이런 것도 아메리칸 스타일?
운전하며 돌아가는 차 안은 아내와 둘만 남는다.
걱정이다.
집으로 돌아가서도 단 둘이 남는다.
더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