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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nry Hong Sep 05. 2023

텅 빈 둥지

아들이 떠났다.

며칠 전부터 짐을 챙기는 아들의 얼굴은 미소가 떠나질 않는다.

짐은 점점 늘어만 간다.

보다 못한 아빠가 잔소리를 한다.

"이게 진짜 다 필요하다고? 필요한 거만 챙겨라!.."

"이 짐이 전부 차에 들어가겠어!"


잔소리를 하면서도 혹시나 빠진 게 없을까? 눈은 바삐 움직인다.

걸리적거리는지 이번에는 아들이 한마디 한다.

"아빠 Sit down! 나 혼자 할 수 있어!"


아들의 명령대로 앉아서는 아들의 얼굴만 쳐다본다.

장바구니 같던 베이비 캐리어(Baby carrier)에 넣어 왔던 아기가 대학을 간다네..

집을 떠난다네..

아빠 심정은 모른 채 즐거워하는 아들에게 심술을 부렸나 보다.


그동안 둥지를 떠나는 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많았는데 막상 그날이 오니,

기억나는 것도 없고 괜한 잔소리가 될 까봐 입이 다물어졌다.


뉴욕에서 3시간 여를 운전해 유펜 대학에 도착했다. 

학교는 신입생을 위한 각종 행사로 활기를 띠고 있었다. 

캠퍼스는 크고 작은 웃음소리가 그칠 줄 몰랐다.  


한눈에 봐도 좋아 어쩔 줄 모르는 아이들의 얼굴.. 

그들을 지켜보는 걱정 어린 부모들의 얼굴..


기숙사 입주 날 보다 하루 일찍 왔다. 호텔의 침대가 낯설기만 하다.

내일 아침이면 부모 곁을 떠나야 할 아들.

운전은 내가 했는데 이미 곯아떨어진 아들.

자면서도 웃는 듯한 얼굴이다.

아마도 11월의 추수감사절 연휴 때까지는 못 볼 얼굴.

아들과는 2주 이상을 헤어져 본 적이 없는 아빠다.

자식을 군대에 보낸 부모들이 새삼 존경스럽다.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다 아들에게 몇 자 쓰기 시작했다.

내 자식이 되어줘 고맙다는 이야기를 조금 길게 썼다. 


날이 밝고 기숙사로 이사가 시작됐다.

한꺼번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이사하는 모습을 그동안 본 적이 없다.

이렇게 밝은 얼굴로 이사를 하는 사람들 또한 본 적이 없다.

시무룩한 얼굴은 부모들 뿐이다.


아들이 지낼, 방 구경을 했다.

아내는 어느 틈엔가 청소 도구를 들고 나를 밀쳐낸다.

문 밖으로 쫓겨나 박스 정리를 시작했다.

이사가 끝나도 짜장면 시킬 곳은 없다. 아쉽다.

가지고 온 짐들이 차곡차곡 제 자리를 찾아간다.

헤어질 시간이 다가온다.

괜한 한숨이 나온다.

이 녀석을 믿어야 하는데.. 둥지를 떠나 날아오를 아이인데..

불안한 마음에 바닥 걸레질을 한 번 더 한다.


기숙사 앞에서 아들을 안아주며 작별을 했다.

끝내 코 끝이 찡해진다.

걱정하지 말라며 아빠를 안심시키는 아들.

그저 고마운 마음뿐이다.



아빠와 아들이 작별의 포옹을 하는데 

아내는 놀려가며 사진을 찍는다.

이 사람은 뭐가 이리 쿨해? 이런 것도 아메리칸 스타일?

운전하며 돌아가는 차 안은 아내와 둘만 남는다.

걱정이다.

집으로 돌아가서도 단 둘이 남는다.

더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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