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enry Hong Jun 06. 2024

인구감소와 아들

애를 낳으라굽쇼?

자식이요? 사내아이 하나요!

댁은 어떠 신가요?

저희도 아이 하나예요.. 저는 딸아이.

흔하게 주고받는 단순한 질문과 대답이었다.

둘째, 셋째 다른 자식 이야기가 필요 없다.

나 때와는 너무 다르다.

어릴 적 기억으로는 형제 없는 아이를 본 적이 없는데

이제 자식이 하나인 가정을 흔히 보는 느낌이다.


느낌이 맞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방학이라 대학에서 돌아온 아들에게 물었다.

친구 중에 너 같은 외동들 있어?

많단다. 어울리는 친구들 중 거의 반이 외동이란다.

세상이 이렇게 변한 건가?

인종 상관없이 새로운 문화?

아님 외동은 외동끼리 잘 어울리는 건가?

미국의 출산율도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다.


아들에게도 형제는 필요하다고 생각했었다.

잠깐 솔직해지자..

자식 하나가 생기고 보니,

할 일이 태산이다. 아이 둘 갖은 가정이 존경스럽고,

자식 넷이 있는 사촌은 신처럼 보인다.

아이 봐줄 사람 찾는 것부터

교육까지 초짜 부모는 벅차기만 했다.

둘째 가질 엄두가 안 났다.

집안 어른들에게 그래도 형제가 있어야 외롭지 않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애를 키워주시겠어요?

돈을 주시겠어요?

사실 저희에게는 둘 다 필요해요라는 말을 뻔뻔하게 했다.

아빠인 내가 하고 싶은 일도 많을 때였다.

아이가 둘이면 내 할 일 못 할 줄 알았다.

어처구니없게도 아직 제대로 한 일은 없다.


혼자 잘도 놀았던 아들


다행인지 아내도 나와 같은 생각이었다.

하나 있는 자식에 집중하자.

세상은 만만치 않다.

그렇다고 자식 위한 희생 같은 게 있을 리 없다.

단지 세 식구가 같이 하는 시간을 그때그때 즐겼다.


한국의 인구감소가 뉴스가 되고 있다.

한국인의 소멸이라는 극단적인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노동력이 예전에 비해 줄었으니 적당한

인구감소는 환영할 소식이라 한다.

철저한 수요와 공급의 논리라 씁쓸하지만 솔깃한 이야기다.

가뜩이나 경쟁으로 힘들어하는 세대에 머릿수까지 늘릴

필요가 있을까?

저출산 국가의 장점도 이미 알려져 있다.

자원 부족, 환경 부담, 주거 문제, 교통 혼잡, 교용 경쟁의 문제가 자동으로 해결된다.

억울하게 개인탓 할 필요도 없다.

누구나 아이들 잘 낳고 잘 사는 나라는 이미 물 건너가지

않았나?

부부가 자식 낳고 안 낳는 이유 당연히 있다.

괜히 부모세대 눈치 볼 필요 없다.

죄책감 같은 거 가질 이유는 더더욱 없다.


한국 정부가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 같은데..

여학생 조기입학, 쪼이고 댄스 같은 황당 저출산 정책 포함.

남의 사생활에 국가적 사명 같은 부담감을 주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리 모두 애 키우기 쉽지 않은 시대라는 거 알잖는가!

예전에는 전쟁통에도 애 키웠다고요?

순진한 척하지 맙시다.

다 같이 못 살 때가 살기에는 더 좋았잖아요.

지금 같은 상황에서 애를 낳으라굽쇼?

상대적 박탈감 같은 거 알기나 하시나요?라고 대답해 주고

싶다.

부부들 자식 가질 만하면 갖는다.

요즘 아내와 많이 하는 이야기 중 하나가

우린 자식이 하나라서 다행이라는 위안이다.


최소 한 명의 형제를 가지고 있는 나의 친구들.

그중 딱 한 명.. 외동인 친구가 있다.

좀 다르다..

뭐가 다르지?

느낌이 다르다. 그러니까 구체적으로 뭐지?

형제가 없다는 거.. 그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거절의 추억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