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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nry Hong Nov 05. 2024

미식축구 관전

첫 경험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는 미식축구다.

단 한판의 게임으로 챔피언을 가리는 슈퍼볼 선데이는

말 그대로 축제의 날이다.

미국에서 피자가 가장 많이 팔리는 날이기도 하다.


가장 미국적인 스포츠라고 하는데,

땅따먹기 비슷한 룰에 상대방을 속이는 게 가장 중요하다.

공격 포인트 10 야드(9.144 미터) 전진을 위해

쿼터백은 공을 감추고,

공을 주는 척하다가 던지고, 던지는 척하다가 안겨주고

속임수가 기본인 운동이다.

그중 가장 이해하기 힘든 건 백 태클(Back Tackle)이 허용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부상 위험이 많은 스포츠인데 뒤에서 태클을 할 수 있다.

덩치들에게 밀려 나동그라지는 선수를 마음 편하게

보기에는 내가 너무 늙었다.

상대를 속이고 뒤통수까지 치는 게 합법. 스포츠에서?

미식축구 선수들을 폄하하려는 의도는 절대 아니고 이런 이유들 때문에 좋아하지 않는 스포츠라는 거다.

경기룰도 상당히 복잡하다.

공 잡을 때 무릎을 굽히느냐 아니냐에 따라 판정이 달라질 정도다. 몇 번 경기를 보러 가자며 공짜표를 흔들던 지인이 있었지만 거절을 했었다.

아무리 공짜라도 야구, 축구, 농구도 아니고

무슨 아메리칸 풋볼! 전혀 흥미가 없었다.


관심 없던 미식축구를 보러 갔다. 

그것도 3시간이나 운전을 해서. 아들 때문이었다.

아들 학교의 팀이 이번 시즌 홈구장에서 갖는 첫 경기란다.

Home Coming Day라며 가족들을 초대했다.

경기에는 당연히 관심 없었고,

내 마음은 아들을 보러 가는 김에 경기도 볼 까. 정도였다.

입장료는 10불

거기다 12불을 더 내고 Family Night Ticket을 사면

경기 시작 전 입장해, 핫도그와 감자칩을 마음껏 먹을 수

있는 혜택이 있었다.

최소한 밑지는 장사는 아니었다.

먹을 거 먹고, 학교 운동부에 기부금 낸 거라고 생각하면 좋을 일이었다.

근데 이 사람들이 맥주 값을 따로 비싸게 받네..

역시 자본주의의 나라답다.

아무튼 핫도그로 배를 불리고 경기 관람이 시작됐다.

역시나 홈구장의 열띤 응원!

아들의 학교라서 그런지 갑자기 시작된 학교 사랑.

우리 팀이 볼만 잡으면 반사적으로 고함이 터져 나왔다.

벌떡벌떡 자리에서 일어나기도 몇 차례.. 그러다가

실수를 하는 선수를 보며 드는 안타까움..

어린 선수들이다 보니 아주 많은 실수가 있었다.

헬멧 부딪치는 둔탁한 소리에 저.. 저.. 괜찮을까?라는 걱정.

덩치는 산만 하지만 아들 같은 선수들을 보고 있자니

우리 팀이건 아니 건 태클에 걸려 넘어질 때마다 조마조마한 마음이 들었다.

앞날이 창창한 아이들인데 머리는 괜찮을지.

부모들 마음 다 비슷한가. 관중석의 탄식이 유난히 길게 늘어졌다.


아들의 학교는 최약체에 속하고

최근 3연패를 당하고 있어 승리를 기대하지도 않았다.

승리를 포기하니 나름 재미있었다.

역시 포기가 부르는 긍정의 힘.

고함지르고 맥주에 핫도그까지 먹었으니 나름 아름다운 밤이었다.

31:10으로 게임에 졌어도 웃으면서 경기장을

나올 수 있었다.


아들 덕분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미식축구 구경을 했다.

T.V로 보던 것과는 많은 차이가 있었고 흥분의 순간들이

있었다.

그렇다고 갑자기 미식축구 팬이 된 건 아니다.

실제로 보니 선수들의 거친 숨소리가 들리는 듯했고

그들의 고통이 나에게도 전해지는 듯했다.

첫 미식축구 관전 경험이 나에게는 좀 과하다는

기분이 들었다.

불편한 마음으로 스포츠를 관람하고 싶지는 않다.

아파도 아픈 척을 못하는 아이들.

그래도 또 오겠지?!

모교를 응원하는 아들을 보러 내년에도 오지 않을까.

보너스 같은 핫도그와 맥주도 있으니까.

* 인기 있는 대학팀의 경기 입장료는 150불부터 시작한다.

재학생들도 모교 경기의 입장료를 내야 한단다.

대학팀이다 보니 가족과 동문등 기본 팬들이 있고, 티켓 판매는 대학 재정에 큰 보탬이 된다. 학교마다 스타디움을 꽉 채우기 위해 우수 선수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는 이유다.

학생들 경기에 도박사들도 이미 뛰어들었다.

프로 팀들이 없는 것도 아닌데,

학생 경기를 이렇게 까지 해야 하나?

모교를 위한 학생 선수들의 순수함이 물들까 조바심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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