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고민에 빠진다.
아들과 여름을 같이 보냈다.
대학에서 1년을 보내고 온 아들이었다.
기쁘면서도 한껏 큰, 아들의 눈치를 보는 시간들이었다.
작년 같다면 생각 없이 했었을 말들을 올해는 못 했다.
그렇다고 뭐 대단한 말이었겠나.
기껏해야,
전화기 좀 그만 들여 다 봐
너무 누워만 있지 마
해지기 전에 들어와
골고루 좀 먹어라
얼마 전까지 누가 들어도 잔소리로 밖에 안 들릴 말들을 반복했었다.
그리고 그 잔소리를 말없이 따라줬던 아들.
그 고마움을 알기에,
아빠는 이제.. 생각 없이 하던 말들을 생각해야 했고, 참아야 했다.
아들보다 나를 이해시켜야 하는 시간들이었다.
아이 취급을 하면서 어른의 책임을 물을 순 없지 않나.
전화기를 오래 붙들고 있다면 무슨 이유가 있겠지.
귀가가 늦는다면 어디 만날 사람이 한둘이겠어.
얼마나 피곤하면 저리 누워 있겠어
앞으로 이것저것 먹을 날 많이 있을 텐데.. 뭐 벌써부터..
잔소리인지? 조언인지? 분간이 쉽지 않다.
해결책이 쉽게 나올 리 없다.
잔소리인지, 조언인지의 선택은 듣는 사람의 몫이 아닐까?
아빠가 생각을 바꿔본다.
잔소리를 듣기 좋게 해 보려고 노력한다.
말이 길어지기 시작한다. 이제 아내가 싫어한다.
게으른 아빠는 이마저도 쉽지 않다.
생각과 행동의 충돌이 이어진다. 그렇게 아들과의 짧은 여름이 끝났다.
아들의 기숙사 앞에서 작별을 했다.
지난해에 이미 경험해 봤지만 적응이 안 됐다.
공부, 운동, 먹거리, 잠자리, 친구 그리고 이성 친구..
해줄 말이 많다 보니 입이 안 떨어졌다.
아들을 안아줬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냐고 스스로에게 답한다.
주말에 아들에게서 연락이 왔다.
저녁을 손수 준비했단다.
기껏 라면을 끓이고 생고기 구운 걸 자랑삼아 사진으로 찍어 보낸 아들.
물 조절을 못해 라면이 욕탕에 빠진 것처럼 보인다.
이걸 보고 한마디를 해야 하나 마나?
아빠는 또 고민에 빠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