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S. 의사 되기
기숙사에 있는 아들과 영상 통화를 한다.
피곤이 역력해 보이는 얼굴
웃음기 사라진 표정
핼쑥해 보이기까지 한다.
은근히 부아가 치민다.
공부 이렇게 까지 해야 해!
뭘 위해서!
공부를 열심히 안 해본 아빠는 용감하다.
주변에 공부 많이 한 사람들을 둘러본다.
대표적으로 의사들이 있다.
지극히 내 관점에서, 별로 행복해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다.
유머 감각이 없다.
화가 많아 보인다.
무뚝뚝해 보이지 않는 사람의 무뚝뚝한 행동.
그들이 고객을 대하는 태도가 원래 그런 건지,
태어나길 그렇게 태어난 건지,
의사라는 직업 때문에 그렇게 된 건지,
모르겠지만 매사가 피곤해 보인다.
한계가 있는 내 경험에 비추어 볼 때 확증편향이 맞다.
하지만 내가 만나 본 의사들 어딘지 다 이상한 것도 사실이다.
55년을 살아오며, 의사 볼 일도 많았다.
TV에서 본 그런 이상적인 의사들 본 적? 당연히 없다.
어느 날, 식당에서 시끄러운 손님들 때문에 눈살을 찌푸리게 됐다.
소음 때문에 쳐다보니 폭탄주를 만든다며 일어 나서는 난리도 아니다.
그중 가장 목청이 높던 사람.
나보고 살 빼고 술 좀 적당히 마시라고 하던 담당의사였다.
진료실에서 인상 쓰며 딱딱하게 질문하던 그 의사.
술을 마시더니 해맑아 지시네.
그에 비해 행복해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많은 사람이 원하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
삶의 여유를 만끽하는 사람들.
혹은 그렇게 보이는 사람들.
어떤 모임에 참석하건 대우도 받는다.
의사의 아내들이다.
"저 사람 남편이 의사잖아!"
모임이라도 가게 되면 묻지도 않은 정보를 알게 된다.
그 옆에는 술잔만 기울이는 남편인 의사가 있다.
이 의사가 자꾸 나에게 건배를 권한다.
아들이 마취과 의사를 목표로 공부하고 있다.
본인이 원해서 시작한 공부이니 알아서 하겠지 하는 마음과
그 어려운 공부를 잘 해낼 수 있을지 걱정이 되기도 한다.
사실 내가 아는 아들은 이과보다는 예능에 더 재능을 보였다.
그림을 잘 그렸고 음악을 좋아하는 아이였다.
가르치지도 않은 그림은 잘도 그렸는데,
가르치는 수학은 못했다.
감수성은 풍부한데 구구단을 못 외웠다.
아들이 마취과 의사를 목표로 잡았을 때
걱정이 앞선 이유다.
이 아이가 진짜 원한 길인가?
애 엄마가 강요했나?
혹시 남의 욕망을 욕망하는 건 아닌가? 그건 결과가 뻔하다.
시간의 문제 일 뿐 언젠가는 탈이 난다.
한 없이 술잔이나 기울이는 의사가 되는 건 아닌지..
그럴 바에는 의사보다 의사의 남편이 되는 게 나은데..
의사는 바빠서 돈 쓸 시간도 없더구먼.
돈은 의사를 뺀 가족들이 다 쓰더구먼.
의사라는 직업은 술 의존도가 많은 직업에 속한다.
미국의학협회(AMA의 학술지) 연구에 따르면, 여성 의사의 약 25%,
남성 의사의 약 12%가 알코올 남용 또는 의존 증상을 보였다고 한다.
의사들은 직업 특성상 음주 문제를 숨기려고 해 실제로는 더 높은 수치로 예상되고,
치료를 받는 비율도 낮아 문제를 악화시키는 경우가 많다고 본다.
특히 외과의, 응급의학과, 중환자의학과 의사들이 가장 높은 음주율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의사가 알코올에 의존하는 이유?
극심한 업무 스트레스 - 긴 근무 시간, 생명을 다루는 중압감
교대 근무와 수면 부족 - 신체적 피로와 정신적 탈진
완벽주의와 높은 기대치 –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 환경
음주 문화 – 의료진 간의 스트레스 해소 수단
감정적 부담 - 환자의 죽음, 의료 소송등의 심리적 압박
간단히 인터넷으로 찾아본 정보인데 의사가 술 마시는 이유가 참 많다.
의사들 역시 정신 건강과 스트레스 관리가 매우 중요한 직업군 중 하나임에는 틀림없다.
진료받기 전에 의사에게 음주측정을 요구해야 하는 건 아닌가?
'음주 진료 남의 일이 아닙니다!'
우리 의사 술 안 마신다고요? 약물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도 의사입니다.
연구에 따르면, 의료계 종사자가 일반인보다 오피오이드(진통제), 벤조디아제핀(항불안제),
프로포폴(마취제) 등에 의존할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미국 의학협회 AMA 참조)
의사는 할 사람이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의 생명을 취급하는 일이다 보니,
실력도 실력이지만 직업윤리나 적성이 명확해야 하지 않을까?
정신 나간 판사, 검사, 의사도 있겠지만..
정신 나간 비행기 조종사를 상상해 보시라!
의사를 비롯해 전문직은 꼭 해야 할 사람이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다시 아들 얘기로 돌아가서..
아들에게 심각한 척 이야기를 했다.
"공부가 힘든데 무슨 의사야? 그냥 의사의 남편 되는 법이나 찾아봐."
"아빠 요즘엔 의사가 의사하고 결혼해."
'아 그렇구나.. 인생 쉽지 않구나..'
* 아들의 학교에서는 직업이 적성에 맞는 지를 시험 하듯,
어린 학생들이 겪기에 쉽지 않은 일을 경험하게 한다.
버티지 못하겠으면 일찌감치 관두라는 경고 같다.
아들이 분만실 실습을 다녀온 날에 대해 곧 이야기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