괘씸한 아들

자기 고백

by Henry Hong

아들의 목소리를 들은 지 2주가 넘었다.

1주일에 한 번은 꼭 영상통화를 하겠다던 아들의 약속이 뿌였게 허무하다.

참다 못 한 아빠가 문자를 보낸다.

답장이 빨리 오는 법도 없다.

문자 보낸 걸 잊을 만한 시간에 답장을 해온다.

답장이 늦은 이유는 다양하다.

공부하느라

농구하느라

회의하느라

일 하느라..

당연히 노느라..

아빠는 안다. 제 아무리 바빠도 문자, 전화 한 통화할 시간이 없겠냐!


내 아빠에게 전화를 한 지 한 달이 넘었다.

뭐가 그리 바빴다고 일 핑계를 대고,

여유 없는 시국을 이유로 댄다.

편한 마음에 통화를 하자며 하루, 이틀 미루다 보니

아빠에게 안부 전화한 게 한 달을 넘겨 버렸다.

참을성 많은 아빠는 문자도 안 보내신다.

대신 한국에서 찍었던 사진을 보내신다.

손주 사진이 많다.

이미 봤던 사진도 잊을만하면 다시 보내신다.

사진을 보며 전화라도 드려야지 하고 다짐을 하건만,

시차를 생각하다가 타이밍을 또 놓치고 만다.


아빠는 할아버지께 거의 매주 인사를 가셨었다.

일요일이면 늘 큰댁으로 가셔서 할아버지와 시간을 보내셨다.

날씨가 좋으면 할아버지를 모시고 외출을 하셨다.

종로를 가시고

청계천을 가시고

정해진 루트를 따라 별 변화 없는 길 구경을 하시고 오셨다.

어쩜 메뉴도 국밥 아니면 설렁탕.

두 분의 일요일 여정을 따라 나선적이 있었다.

아빠와 할아버지는 대화도 없었다.

그저 앞서거니 뒤서거니 걷기만 하셨다.

이게 재밌나?

어디를 가는지도 모르고 따라나섰던 손자는 중얼중얼 후회를 하며

그들의 뒤통수 만을 따랐다.

40여 년 전 일이지만 기억은 생생하기만 하다.

이제 할아버지는 저 멀리 가셨고,

아빠는 할아버지 보다 나이 드셨고,

난 아빠보다 늙었다.

브루클린벚꽃길.JPG


괘씸한 아들에게 전화를 하는 것보다

먼저 할 일이 정해졌다.

이번에는 아빠와 영상통화를 길게 할 생각이다.

할 말을 미리 생각해 봐야겠다.

잊을지 모르니 메모를 해야겠다.

우물쭈물하다가 후회할까 두렵기만 하다.

괘씸한 내 아들을 혼내는 건 다음으로 미뤄야겠다.

지은 죄가 있다 보니 아들이 효자가 되기를 바라지도 못한다.

아주 조금.. 전화라도 자주 했으면 하고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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