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너머 범죄율

뉴욕에서 한국 걱정

by Henry Hong

저녁 뉴스를 보는데,

보데가(Bodega, 소형 편의점) 주인이 강도에게 살해당했다는 기사가 올랐다.

우리 집에서 30여 분이면 갈 수 있는 동네다.

그런데 저 너머 남의 나라 일같이 느껴진다.

이제는 보데가를 가본 기억도 가물가물하고

그런 동네에서 알바했던 기억마저 흐릿하기만 하다.

우범지역!


아파트 밀집 지역의 어귀마다 보이는 보데가는 종종 생계형 범죄의 대상이 된다.

동네 사람을 상대로 한 가게이다 보니 외상을 주기도 하는 아직은

사람 냄새가 나는 곳이라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방과 후, 아이가 지나가다가 사탕 하나를 살 수 있는 곳이다.

집에 사탕이 없는 아이들이 들르는 곳.

그러니까 차를 타고 교외로 나가 대형 매장에서

대량으로 생필품을 구매할 여력이 없는 사람들이 이용하는 곳이다.

값? 당연히 보데가가 비싸다.

보데가 주인이 대형 매장에서 물건을 떼어오는 실정이니 뭘 바라겠나?

피터델리.jpg
보데가.jpg 보데가(Bodega)의 모습

이스트 뉴욕, 뉴욕에서도 악명 높은 우범지역에서 알바를 했었다.

스포츠 용품과 운동화를 파는 가게였다.

워낙 살벌한 동네이다 보니 몇 번의 범죄 목격자가 되기도 했다.

길을 걸어가는 여자들을 상대로 귀걸이를 채가는 범죄가 흔했다.

여자의 비명 소리에 놀라 가게 밖으로 뛰쳐나가면,

귀를 부여잡고 있는 여자가 새빨간 피를 뚝뚝 떨어트리는 모습을 목격하게 된다.

팔찌만큼 큰 귀걸이가 유행이다 보니 날치기에게 쉬운 타깃이 되는 경우다.

귀걸이를 낚아챈 강도는 또 얼마나 빠른지, 피해를 의식했을 때는 이미

저쪽 건물 모퉁이로 사라 진 이후다.

늙은 소나 어린양을 연상시키는 사람을 둘러싼 10대들의 모습도 흔하게 본다.

그들은 마치 하이에나 떼가 약한 동물을 둘러싸듯 하고, 번갈아 소리를 지르며

혼을 빼놓기 일쑤다. 결국 궁지에 몰린 사람의 지갑을 채가고, 시계를 빼앗고,

이도저도 아니면 윽박이라도 질러 하이에나의 존재감을 과시하려 한다.

공권력은 너무 느리고 다른 일로 바쁘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곳이 사람 사는 곳인가 싶지만 이런 일은 일상처럼 벌어진다.

단지, 이런 일상은 몇몇 우범지역인 포담, 이스트 뉴욕, 할렘, 자메이카 등에서

중점적으로 일어난다. 뉴욕의 범죄지만,

그쪽으로 갈 일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남의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팬데믹 이후로 범죄율이 높아졌다지만 보통 사람에게는 실감이 안 나는 이유다.

우범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지지고 볶으며

저들끼리, 범죄를 저지르고 범죄의 목표가 되는 악순환을 벌리고 있다.

깨진 유리창의 법칙이 확실히 진행되는 곳이다.

작은 무질서를 방치하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뉴욕에서 강력 사건이 벌어지면, 한국의 지인들에게서 연락이 오건 한다.

총기 사건이 있었다는데 무섭지 않냐?

그런 데서 어떻게 사냐?

하지만 그들이 느끼는 뉴욕까지의 거리감만큼,

나도 비슷한 거리감을 느낀다.

갈 일 없는 동네에서 벌어진 엇비슷한 사건들.

갱단과 연결된 마약 관련 범죄와 생계형 범죄가 흔하다.

되레 태평양 건너 서울 걱정을 하게 된다.

살인

데이트 폭력

가정 폭력

이제 마약까지.

이런 일들이 우범지역이라 불리는 곳에서만 일어날까?

강남역, 논현동 부근, 종각, 혜화, 동대문 부근, 영등포역, 당산역 인근.

한국 방문 시 무조건 가고 보는 동네인데, 서울의 범죄율 최상위 지역이란다.

이곳에서는 범죄마저 다양하다.

마약, 성범죄, 절도, 소매치기, 폭행, 사기.

관악구는 고시원과 1인 가구 밀집 지역으로, 생계형 절도, 폭행 등 우발적 범죄가 많단다.


뉴욕은 지역 관리를 철저히 한다.

보이지 않는 벽으로 사람들의 일상 범위가 정해져 있다.

엄연한 차별이 존재한다.

세금 많이 걷히는 동네와 그렇지 않은 동네가 정부에게

같은 대우를 받을 거라고 누구도 기대하지 않는다.

너무 냉정하다.

누군 태어나 보니 이스트 할렘의 흙수저.

누군 태어나 보니 맨해튼 5번가의 금수저.

그래서 어쩌라고?

그냥 태어난 대로 살란다.

희망은 어차피 희망 고문으로 끝날 거라고. 체념을 배우란다.

뉴욕에 살면서 서울 걱정을 하게 된다.

서울이 뉴욕처럼 되면 어쩌지? 눈에 띄지 않는 차별의 벽이 생기면?

소외 계층을 외면하면?

옆 동네 일이 남의 나라 일처럼 느껴지면 어쩌지?

서울전경1.jpg

이웃의 불행을 외면하기에 서울의 면적은 너무 작고 인구 밀도는 높기만 하다.

미국은 땅덩어리라도 넓다.

참고로 남한의 면적은 약 100,210㎢

뉴욕주의 면적은 약 141,300㎢

뉴욕주는 남한보다 약 1.4배 크다.

그에 비해 남한 인구는 뉴욕주의 2.7배라고 한다.

태평양 건너 한국의 범죄가 걱정이다. 나이를 먹으니 걱정거리만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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