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미래
처음에는 무슨 말인가 했다.
'도치맘?'
고슴도치 엄마, 자기 자식은 무조건 예뻐 보인다는 엄마.
자녀에 대한 애정이 매우 강해 모든 것을 자녀 중심으로 생각하는 엄마를 뜻하기도 한다는데..
치맛바람 하고는 조금 다른 의미 같았다.
뜻을 알고,
코미디언 이수지 씨의 유튜브를 보게 됐다.
전혀 과한 연기가 아니었다.
대치동 엄마라고 하는데 이건 뉴욕에서도 마주치는 모습이다.
특히 미국에 온 지 얼마 안 된 이민 초짜 거나
주재원 등, 단기로 미국에 온 사람들.
옷차림만 봐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사람들이다.
한국 학원 옆 카페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내가 학원 옆 카페의 투자자여서 잘 알고 있는 모습이다.
단, 이곳 도치맘들은 대화에 영어를 섞어 쓸 때 사람 봐가며 쓴다.
뉴욕에서 영어를 마음대로 못쓰는 이 아이러니.
같지 않은 영어를 섞어 쓰다 보면
상대방의 영어 따발총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밑천 들어 날 까봐 영어가 입 밖으로 안 나온다.
감탄사 정도를 영어로 하는 건 우스워 보일 뿐이다.
그저, 서로 비슷하게 영어를 못 할 때 영어를 섞어 쓴다.
그때는 아주 많이.
모여있는 사람 중에 한 사람이라도 영어 원어민이 있다면
쏙 들어가 버리는 영어
또박또박 해지는 한국어.
이제 한국말 서투른 엄마들이 험담의 대상이 된다.
뉴욕에서는 한국 학부형들이 영어권, 한국어권으로 나뉜다.
인사는 나눌 망정, 친해지기는 쉽지 않다.
친해지기는커녕 서로를 멀리 한다.
'영어 못 해서, 한국어 못 해서'는 핑계고 문화 차가 크다.
도치맘?
자기 자식, 자기 방식대로 키우겠다는데 뭐가 문제인가?
제 자식만 자식이라 생각해서일까?
창피함이 내 몫이 되는 건, 도치맘들의 경쟁이 이상한 방향으로 향할 때다.
한국 학생은 봉이다.
이유는 한국 엄마들의 선물 경쟁 때문이다.
싫건 좋건 매 학기에 해야 하는 학부형 면담.
영어 짧은 학부모가 할 말은 못 하고 선물을 밀어 넣는다.
20불 미만의 선물만 받을 수 있는 선생님들에게
루이뷔통 가방이 건네진다.
보통 엄마들이 작은 케이크나 커피 이용권 정도를 선물로 건네는 문화에
럭셔리 선물을 투척하는 한국 엄마의 용맹이 간혹 이슈가 된다.
선물 받은 선생님이 난처해질 수밖에 없다.
교장이 모를 리 없다.
난데없이 한글로 된 가정 안내문이 아이 손에 들려온다.
'고가 선물 절대 금지'
촌지까지 건네는 사람이 있었다니 나라 망신이다.
내 돈 내가 쓰는데 무슨 문제?
당신 자식만 잘 봐 달라고?
미국에서는 뇌물죄에 걸릴 일이고 자식은 왕따 당할 수도 있는데.
한국의 이민 역사가 길어지며
엄마들이 최소 이민 2세, 3세가 되었다.
영어? 당연히 잘한다. 혹은 영어만 할 줄 안다.
이민 3세인 경우는,
미국식 교육과 영어가 모국어인 부모 밑에서 성장을 해서
그들도 부모가 된 경우다.
나는 이들이 자식들에게, 무엇이 건 강요하는 걸 본 적이 없다.
몇몇의 선택권을 주지만 선택은 자식의 몫이다.
부모가 왜 자식의 미래를 책임져야 하는 가?
당연히 책임도 자식의 몫이다.
엄마 역시 자신의 인생이 있다.
자녀 중심으로 자신의 인생을 몰빵 할 리도 없다.
자녀의 개학을 누구보다 기다리는 엄마들.
자녀가 대학생이 되기를 누구보다 기다리는 엄마들.
그들의 자유가 시작된다.
뉴욕의 도치맘은 진화에서 도태될 것이다.
도치맘들은 곧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자신들의 인생이 있는데 왜 그러고 살겠나.
인생! 생각보다 짧다는 것, 제 갈길 가는 자식 보면 안다.
그때는 이미 늦었다.
보란 듯하는 부모의 희생.. 자식의 눈에 좋아 보일리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