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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찾습니다.

어느 사진

by Henry Hong

한국을 방문할 때면 헌책방에 들리곤 한다.

좁은 통로를 비집고 들어 가 책 냄새를 맡다 보면 시간은 과거로 돌아간다.

오래된 책표지가 반갑기만 하다.

읽고 싶었던 책을 발견하면 인디아나 존스가 느꼈을 듯싶은 감흥을 느끼고,

저렴한 값에 커다란 횡재를 한 것 같다.

헌 책방에서의 보물 사냥은 즐겁기만 하다.


풍물 시장의 어느 헌책방이었다.

다시 그곳을 찾아가라면 절대 못 찾을 것 같은 곳.

사람들에 밀려 이리저리 골목골목을 걷다가 눈에 띈,

일부러 숨겨 놓은 장소가 아닐까 싶은 장소였다.

옆 걸음질을 해야 들어갈 수 있는 입구를 지나자마자

책 벽을 코앞에 마주했다.

책을 둘러보는데 무슨 기준으로 분류한 건지 짐작조차 안 됐다.

작가로 가다가 장르로 가다가 제목 순?

나 이외의 몇 손님은 모두가 단골로 보여 사장님에게 질문도 못 하겠다.

나이를 가늠하기 힘들어 보이는 늙은 젊은이 모습의 사장님.

질문을 하면 욕을 먹을 것 같은 이상한 분위기.

조용히 알아서 책 사냥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네 권의 책을 들고 책방을 나왔다.

그 책들은 당연히 태평양을 건너 뉴욕 내 방의 책장에 꽂혔다.

이번에도 가져온 책은 스무 권 정도.

구입한 책들은 어떤 책을 먼저 읽을 것인가?를 기준으로 분류된다.

일과 관계 된 또는 유행(?)인 책은 먼저 읽고,

오래된 소설책은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


읽을 책 다 읽고,

가벼운 마음으로 집어 든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집

'신의 아이들은 모두 춤춘다.'

지금 책 얘기를 하려는 것도 독후감을 쓰려는 것도 아니다.

아무튼 책을 흥미롭게 거의 다 읽어 갈 무렵..

페이지를 넘기는데, 얼굴로 뭔가가 툭 떨여졌다.

깜짝 놀라 벌떡 몸을 일으켰다.

그렇다 밤 중에 누워서 책을 읽고 있었다.

화들짝 놀라게 한 건 뜻밖에도 사진이었다.

작은 사진도 아니고 제법 큰 단체사진.

생전 처음 보는 사람들이 단체로 나를 쳐다보고 있다.

이건 또 무슨 일?

이런 우연? 이런 인연?

1995년 용유도에서의 사람들을 2025년의 뉴욕에서 보고 있다.

새벽 녁이라는 시간이 괜한 영화적 상상력을 자극한다.

핑크팬더 셔츠를 입은 47명의 소녀 그리고 인솔자.

중학생? 고등학생?

어차피 나이 가늠 같은 건 소질이 없고 지금은 30년 후다.

로맨스가 될지?

공포가 될지?

코미디가 될지? 는 보는 분들에게 맡기고 사람을

찾기로 했다.

장르 불문하고 누군가에게는 잊지 못할 추억이라는 생각이 든다.

헌책방에서 진짜 보물을 찾은 건 아닐까?



사진의 주인을 찾습니다.

연락을 주시면 사진을 돌려 드리겠습니다!

헌책방, 무라카미 하루키, 용유도의 소녀들, 30년 후,

뉴욕 아저씨..

솔직히 엔딩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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