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잣집 아이들의 놀이

어른의 참여

by Henry Hong

아들이 여름 캠프 알바를 마치고 돌아왔다.

학생 간호사로 의사를 보좌하는 일에서 시작해,

밤이 되면 캠프에서 아이들과 자면서 불침범 역할도 해야 하는 일이었다.

8주간의 알바.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었다.

아들은 당분간 아이들과 어울리는 일은 절대 없을 거라고 한다.

막무가내 아이들에게 너무 시달렸단다.


6살부터 고등학교 1학년까지, 300명의 사내아이들.

8주간의 여름 캠프 비용으로 만 7천 달러(약 2천3백만 원)를 지불할 수 있는 부모의 아이들.

형제나 삼 형제가 캠프에 참여 한 가족이 있다니 그들의 재력은 상상도 못 할 지경이다.


도대체 어떤 프로그램으로 캠프가 운영되는 걸까?

아들은 가장 어린 연령층인 6살 에서 9살 사이의 아이들을 돌보았다.

고작 6살 코 흘리기가 부모를 떠나 낯선 곳에서 8주의 시간을 보낸다.

밤마다 훌쩍이는 울음소리가 길게 이어졌단다.

나야 우는 아이가 이해됐지만 아들에게는 악몽이었단다.

하기야 엄마가 보고 싶다고 우는 아이를 아들이 어쨌겠는가.

전화 같은 건 당연히 사용 금지고 워낙 산골이라 전화가 터지지도 않는다.

캠프 사무실의 유선 전화와 몇몇의 와이파이 구역만 외부와 소통할 수 있다.

나 조차도 아들의 목소리가 그리울 지경이었다.


캠프 기간 중 딱 한 번 부모의 면회(?) 날이 있다.

Parents Day라고 아이들이 가족을 만나는 날이라고 한다.

3~4 시간이 지나면 바로 작별의 시간.

다 큰 청년도 군대의 5주 훈련 기간이 끝나면 눈물이 날 지경인데,

아이들에게 너무 가혹한 건 아닌가?

어린이들에게 인생의 쓴 맛을 보라는 건 가?

실제로 방갈로 수준의 숙소에는 에어컨이 없었단다.

열어 놓은 창문으로 들어오는 정체불명의 벌레들.

밤낮으로 기온 차가 커, 추위와 싸워야 했던 새벽 녁.

이불을 덮어주는 어른 따위는 없다.

어릴 적부터 생존 교육 제대로 시킨다.

아빠로서 그들의 교육 방침에 호기심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일단 아이들은 뉴욕의 부유층 자녀들이다.

알만한 정치가의 자녀 또는 손주가 있었고,

미국을 대표하는 패션 디자이너의 손주들도 이번 캠프에 참여했다.

캠프의 역사가 100년이 넘으니 캠프에서 배출된, 동창들이 사회 곳곳에서

활약 중이라고 한다.

2차 세계대전 중에도 캠프가 열렸단다.

그들에게는 캠프 참여가 매년 하는 연례행사다.

내 자식이 올해 참여를 안 했어도 사촌의 자식 누군가가 참여 중이다.

소녀들의 캠프도 매년 개최된다.


어떤 이유로 돈 많은 사람들이 자자손손 아이들을 캠프로 보내는 걸까?

숙소? 형편없다. 좁은 이층 침대에 벌레가 출몰하는 곳.

식사? 형편없다. 아이들이 좋아한다는 파스타 요리만 줄기차게 나온다.

그 흔한 스테이크도 두세 번이 전부였단다. (아이들이 안 먹으니까.)

그렇다면 만 7천 달러의 비싼 캠프 비용은 어디에 쓰이나?

(만 7천 달러는 기본 비용이고 원하는 스포츠 종목에 따라 비용은 상승한다.)

내 생각에 캠프 비용은 스탭 인건비에 몰빵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인기 있는 야구나 농구의 코치로 현역 선수나 코치를 모셔 온다.

서핑과 수상스키 코치는 호주에서 왔다.

영국식 억양 때문이었는지 많은 선생님들이 영국에서 왔다.

매년 손발을 맞춘 최상급 의료진도 상시 대기이다.

야외 활동이 많다 보니 뼈가 부러지는 사고가 많단다.

하지만 부모가 달려오는 일은 없다.

독서? 공부? 8주간의 캠프 생활에 그런 것도 없다.


어느덧 돈 없으면 야외 활동도 못 하는 게 현실이니 그렇다 치고

이 아이들은 캠프 참여 전, 방과 후에 뭘 하고 노는지가 궁금해졌다.

아들에게 인터뷰하듯 질문을 해서 궁금증을 조금 해소했다.

어린아이들 노는 거 거기서 거기겠지 하는 생각이었는데

특이한 점이 있었다.

운동을 하는 건 그냥 기본이었다. 야구, 농구, 축구, 배구, 라크로스, 필드하키..

개인 운동에 가까운 수영, 테니스, 체조, 양궁, 펜싱 등

적성에 맞는 운동을 찾을 때까지 종목을 바꿔가며 시도하다가 최소 한 가지를 선택한다.

그리고 즐긴다. 인생 만족도를 높이려고 체력을 키우려는 느낌?


사실 나를 놀라게 한 건 어린아이들이 아날로그 놀이를 많이 한다는 것이었다.

전자 게임을 할 거라는 예상은 빗나갔다.

그 점에 대해서는 아들도 신기하다는 의견이었다. 보통의 애들이 알고 있는

게임이나 캐릭터를 전혀 모른다고 했다.

(아들이 학원에서 일할 때는 소통의 방법으로 게임을 이야기했지만 이번에는 그럴 수 없었단다.)

야구카드.jpg 이정후 선수의 카드


대신 어린 나이인데도 스포츠 카드 교환이나 사고파는 일에 능숙하다는 거다.

자기가 좋아하는 팀의 선수들 카드만 모으는 게 아니라 카드 각각의 희소성을

알고 있단다.

캠프 내에서도 저들끼리 스포츠 카드가 오가고 가끔은 주먹다짐 마저 일어난단다.

지켜 줄 가족이 없는 낯선 곳에서 타인과의 주먹다짐. 대단한 용기다.

아이들이 즐겨하는 또 다른 놀이는 보드 게임이었다.

수많은 보드게임을 이미 섭렵했거나 섭렵하고 있단다.

이들이 하는 놀이는 진행이 느려 지루하거나

상대방의 심리 상태까지 계산해야 하는 머리 굴리기 놀이들이다.

아들에게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알다시피 보드 게임이라는 게 비디오 게임처럼 혼자 놀게 내버려 둘 수 있는 게 아니다.

누군가가 같이 놀아주거나 같이 놀 사람이 있어야 가능한 이야기다.

그 아이들에게는 인내심 있는 어른이 곁에 있었다.

보드게임1.jpg
보드게임2.jpg 누가 사는지 궁금했던 수많은 종류의 보드게임

재력 빵빵한 부모와 조부모가 뒷 배경에 있고,

자기주장이 뚜렷한 아이들.

아이들은 지나치게 체력마저 좋은 청년으로 성장할 것이다.

미래가 보장된 상속자들의 실사판(?)

드라마 속 허세가 결코 아니다. 이들은 게임의 법칙을 정확히 알고 있다.

아들을 통해 부잣집 아이들의 생활을 엿보았다.

믿고 싶지 않지만 다른 세상임에는 틀림없다.

이들과 경쟁을 할 것인가?

이들을 외면해야 할 것인가?

싫든 좋든 선택은 해야 할 것 같다.

선택은 아들의 몫이다.

재벌 2세의 꿈은 이미 날아갔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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