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호텔 행

길티 플레저 (Guilty Pleasure)

by Henry Hong

어떤 일에 대해 죄의식을 느끼면서도 그것을 좋아하고 즐기게 되는 심리

Guilty Pleasure의 사전적 의미다.


미국이 한국과 확실히 다른 것 중 하나가 호텔 문화다.

한국의 호텔에서는 과분한 친절에 위압감을 느끼건 했는데

미국의 호텔 문턱은 낮다.

길을 걷다가도 눈에 띄는 호텔에 무작정 들어선다.

아니면 아예 약속 시간보다 한 시간 정도 일찍 집을 나서

약속 장소 근처의 호텔에 들렸다가 약속 장소로 간다.

약속 시간보다 일찍 도착해도 손해라는 생각이 안 든다.


그저 회전문을 통과해 로비로 직진해 앉아있다 나올 수가 있다.

책을 읽기도 하고 모여있는 사람들 구경을 하기도 한다.

저 사람들은 어디에서 왔을까?

생전 처음 듣는 외국어에 호기심이 생기기도 한다.

외국 정상들이 묵는다는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도 마찬가지다.

큰 호텔이라고 문턱이 높은 것도 아니다.

수많은 문 중에 하나를 열고 들어가면 된다.

그들에게 "뭘 도와 드릴까요?" 같은 질문을 할 시간은 없다.


맨해튼 거리의 호텔은 더위를 피하거나 추위를 피하는 데도 적격이다.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고 있자면 마음이 안정되니 이걸 어쩌나?!

어느 때는 작정을 하고 호텔을 가기도 한다.

사무실도 커피숍도 질리면 호텔을 간다.

여유로워 보이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생각 정리를 한다.

혹은 이렇게 글을 쓰기도 한다.

푹신한 소파에 앉아 가져 온 커피를 마시며 생활의 여유를 찾는다.

'지금 여기서 뭐 하는 거예요?'

'외부 음식 반입은 금지입니다'.라는 말을 들어 본 적도 없다.

그냥 그럴려니 하는 걸까?

설마 호텔에 온 목적이 앉아 있다 가는 걸까? 의심도 않는 건 가?


남에게 해를 끼친다는 생각은 없지만

다리 아파 죽겠는 손님이 이상한 인간 때문에 앉을

자리가 없다고 하소연한다면 할 말은 없다.

호텔 로비에 앉아 있으며 조금의 죄책감이 드는 이유는

모든 게 공짜라는 것 때문이다.

나는 의자 사용료도 냉, 난방비도 한 푼 내지를 않는다.

가끔은 화장실 사용도 한다.

들고 가는 물이나 커피도 외부에서 사간 거다.

호텔로비2.jpeg

호텔행을 끊지 못하는 이유는

묘한 안정감을 주기 때문이다.

이것도 정신병의 일종인지는 모르겠는데 호텔 로비에 앉아 있으면

심적으로 안정이 된다.

놀러 와서는 잔뜩 지친 관광객의 표정을 보면 웃음이 나고

호기심 가득한 아이의 눈을 보면 아들 생각이 나고

심각한 표정의 비즈니스 맨을 보면 안심이 되고

그런 분위기 속에서 책의 글귀에 집중되고

인생이라는 게 원래 이렇게 머물다 가면 된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횡재라는 느낌도 들고..

그래서인지 호텔행은 나의 은밀한 취미다.

여러분에게도 강력히 추천드립니다!

맨하탄빌딩숲.jpeg

오늘도 호텔로 향한다.

뉴욕에는 호텔이 참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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