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요커의 매운맛 사랑

고통은 당신들 몫

by Henry Hong

예전의 미국 음식은 매운 게 매운 게 아니었다.

맵다는 음식은 모두 짜기만 했다.


"아니, 이 사람들은 매운맛과 짠맛을 구별 못하네."


외국 친구들과 한국 식당이라도 가게 되면

안 매운 음식 골라주는데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육개장 정도를 먹다가 눈물, 콧물을 흘린다.

코앞에서 밥 맛 떨어지는 모습을 보게 되면 음식 선택에

신중하게 된다.


어쩌다 김치라도 먹으면 혀에 얼음찜질을 해댔다.

이 인간들 밥상머리 매너가 이 모양이다.

친한 친구들에게는 적당히 하라고 소리도 지른다.

하지만 죽을 거 같다는 당사자를 막을 순 없다.


매운 음식이라면 기겁을 하던 뉴요커들의 입 맛이 바뀌고 있다.

여러 가지 매운맛을 만들어 내고 있다.

매운맛 초콜릿도 있고, 매운맛 과자도 다양해졌다.

맛을 보니 놀랍게도 맵다.

더 이상 짠맛이 아니다.


매운 것을 좋아하게 됐다는 친구들에게 물었다.


"고생하며 매운 음식 왜 먹어?"


"먹을 때는 매운데 먹고 나면 성취감이 있어."


"그냥 먹어, 안 먹으면 먹고 싶어."


"한국 친구들 때문에 중독됐어.."


"난 고통을 즐겨."


다양한 이유들로 매운 음식을 즐기고 있었다.


어디선가 읽었는데

스트레스가 있으면 매운 음식을 찾게 된단다.

솔직히 믿지 않았다.

태생적으로 매운 음식을 못 먹는 민족들은

스트레스가 없어서 매운맛을 발전 못 시킨 게 아니잖아!

하지만 믿지 않았던 그 말이 믿어지고 있다.

코로나 시국이 매운맛 시대로 이끈 것도 같다.


서구 사람들도 드디어 고통을 맛으로 인지하기 시작했나 보다.

세상 살다 보니 단맛, 쓴맛 그리고 매운맛

나머지 맛은 거기서 거기 아닐까?


단순할 수밖에 없던 생활에 강렬한 자극이 필요했으니까..


미국은 팬데믹 시작 후, 정신과 상담이 2배로 증가했다.

가정 폭력이 크게 늘었고,

학생들의 스트레스도 상당하다고 한다.

스트레스는 우울증, 근심, 불면증을 동반한단다.

고추를 고추장에 찍어 먹는 문화 덕분인지 우리 집 스트레스는

조절 가능한 수준이다.

조상님께 감사드린다. 갑자기?


매운 음식으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한국음식의

인기가 날로 높아져 기분 좋다.(물론 고통은 그들의 몫이지만..)

한국의 매운 음식 먹고 스트레스도 날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원래 유명했던 비빔밥이나 갈비 말고,

분식류 까지 인기를 더하고 있다니까요.

(뉴욕에 엽기 떡볶이, 못난이 핫도그도 있습니다.)


얼마 전 아들이 피부색 다른 친구들과 떡볶이를 먹고 왔다.

백인 친구가 매운 떡볶이를 아들보다 잘 먹는단다.

그 친구들이 나이를 먹으면

그들 자녀에게 떡볶이를 해 줄 것만 같다.


떡볶이.jpg


다음 세대는 스트레스가 좀 줄었으면 좋겠습니다.

앗, 그러면 매운 음식 인기가 떨어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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