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는 영재가 아닙니다

뉴욕의 영재 프로그램

by Henry Hong

하나 있는 아들에게 바라는 것

최고 일 순위는 건강하게 자라 달라는 거다.


인생 살아보니 건강, 체력이 최고다.

내가 느끼고 경험한 것에 의하면,

전교 일등 상민이 녀석도 체력 없이는 1등 할 수 없었다.

중소기업 성공적으로 키운 박 사장님도 1등 체력이다.


네 살배기 아이에게 바라는 것

유아원에 가서 잘 먹고 잘 놀고, 집에 와서 잘자면

우리 부부는 만족스러웠다.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아들아!


평소와 다름없이 아이를 데리러 유아원에 갔다.

한국 엄마와 중국 엄마가 대화를 나누고 있는 복도를 지나칠 때,

내 귀에 꽂히는 말이 있었다.

이제 아이가 4살이니 영재 프로그램 시험 준비를 해야지..

Be ready for the Gifted and Talented Program!


뉴욕에서 운영하는 영재 프로그램이 다 있어?

그게 뭔데?


안면이 있는 아주머니들이었지만 선뜻 이야기에 끼어들 수는 없었다.


집에 오자마자 아내에게 물어본다.


"뉴욕시가 운영하는 영재 프로그램이 있다는데 들어 봤어?"


잘 안단다. 자기가 쭈욱 영재 프로그램에 속해 있었단다.


4살 때 보는 시험에 합격하면,

유치원 입학부터 중학교까지 영재 교육을 받는다는 뉴욕의 영재 프로그램.


90점 이상은 학군 영재 프로그램 해당에 해당이 되고,

97점 이상은 아예 뉴욕시에서 운영하는 특별 교육을 받게 된다.


며칠 후, 유아원에서 편지가 왔다.

영재 프로그램을 위한 준비반이 있으니 등록을 하는 게 어떠냐는 내용이었다.

4살 아이에게 시험 준비를 위한 과외?


아이를 데리러 갔다가 원장을 만나 보니

벌써 많은 아이들이 시험 준비반 등록을 했고 우리 아이에게도 꼭 시켜 보라고 권장했다.

일단 뉴욕의 영재 프로그램에 들어가면 소수 정예 특수 교육을 받는 것이 최고 장점이란다.

멍하니 열변을 토하는 원장의 입을 보고 있다가 나온,

내 질문은.. 과외를 시켜서 어떻게 시험에 합격은 했는데..

내 아이가 영재가 아니면 어떡하지요?


이번에는 원장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


집으로 돌아온 우리 부부는 의논을 시작했다.

영재 프로그램 출신이라는 아내는 너무 어릴 적 일이라 기억을 못 했고

단지 그 당시에는 선생의 추천을 받은 아이들을 모아 놓고 간단한 시험으로

아이들 선발을 했단다.

경쟁률 당연히 낮았다.



우리 부부의 결론은

4살 아이에게 시험을 위한 과외를 시키는 건 무리라는 것

그러나 혹시라도 아이가 영재 일지 모르니 시험은 보자는 것이었다.


시험은 1월의 어느 날이었다.

시험 장소는 집과 30여분 거리의 어느 중학교였다.

추운 날씨, 빙판길에 넘어지기라도 할까 봐 아이 손을 꼭 잡고 정해진 시험 장소를 찾아가던 그날

한 아이의 아빠가 됐음을 절감했다.


시험 장소로 들어서니 간단히 예약 확인 후, 대기 장소에 있다가

부모와 아이는 분리되었다.


선생이 묻는 말에 대답만 하라는 이야기를 듣고, 영문도 모른 채

낯선 선생의 뒤를 따르는 4살짜리 내 아이



걱정 반 호기심 반의 아빠는 기어코 대기실을 벗어나

아이가 들어 간 방 앞을 기웃거린다.

시험을 마치고 나오는 어느 아이 덕분에 벌어진 문틈으로 내 아이를 찾는다.

선생과 1:1 대면 시험을 보는 아이들 사이에서 본 내 아이의 얼굴.

무슨 질문을 받았는지 찡그린 표정의 아이..

곤란한 표정의 아들 얼굴이 낯설게 다가왔다.


극장.jpg


웃는 게 어울리는 아이인데....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건가?라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시험이 끝나고 선생을 뒤 따라 나온 아이.

평소 기운이 넘치던 아이가 유난히 힘이 없어 보였다.

엄마가 묻는다. 어땠어? How was it?

풀 죽은 아이가 대답한다. 어려웠어. It was difficult.

아이 얼굴을 보니 화가 치밀었다.

괜히 쓸데없는 시험은 봐가지고 애 스트레스만 줬다라며 후회했다.

살면서 어차피 치러야 할 시험 많고 많을 텐데..



몇 개월 후, 시험 결과가 나왔다.

우리 아이 당당하게 불 합격

하마터면 영재도 아닌데 영재 프로그램에 들어 가 고생할 뻔했다.


아이가 다니던 한국 유아원을 옮겼다.

좀 더 뛰놀 공간이 많고 생존형 수영을 가르치는 곳이었다.


수영.jpg


4살짜리 아이에게 바라는 것

잘 먹고, 잘 놀고, 잘 자면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어린 시절, 쭈욱 영재 프로그램에 속해 있었다는 제 아내.

지금 저 만나 잘(?)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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