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이 또 없어졌다

책 좀 사려고요

by Henry Hong

학생 시절부터 다니 던 서점이었다.

데이트를 했고, 아내가 태교를 위해 찾던 서점이 없어졌다.

언제 없어졌는지도 몰랐다.

오랜만에 그 동네를 찾으니 서점이 안보였다.

서점이 없어진 이유가,

요즘 온라인으로 책을 주문 해 읽는 내 탓 같다.

추억의 장소가 또 하나 없어져 너무 아쉽다.


서점 안에 커피숍이 입점해 있고,

장난감까지 판매하는 규모가 큰 서점이었다.

아무 때고 찾아가도 빵과 커피 내음이 서점을 가득 채웠다.

들어서자마자 환영해 주는 듯한 냄새가 마음을 들뜨게 하던 곳이다.


아이 손을 잡고 어린이 섹션으로 먼저 간다.

서점 안의 서점 같은 공간이다.

아이와 같이 들어가면 아이는 혼자 나올 수 없다,

같이 온 보호자와 아이를 확인한 후에만 빠져나올 수 있다.

아이에게 옆에 사람이 아빠 맞냐고 묻기도 한다.

어린이 공간에서 아이들은 자유롭게 읽고 싶은 책을 꺼내 본다.

글을 읽지 못할 나이의 아이들, 그림을 보며 좋아한다.


아들을 무릎에 앉히고 책장을 하나 씩 넘긴다.

책을 읽어주지는 않는다.

아빠의 나쁜 발음이 아이에게 영향을 미칠까 조심스럽다.

다행히 공룡을 좋아하는 아들이 집어오는 책들은 글이 거의 없었다.

책장을 넘기며 추임새만 넣으면 됐다.

"와우!!" "으왕!" "크으으으.. 쾃!"

"Look at this!"


아들이 여 덧살쯤부터는 길기 만 한 공룡 이름을 나에게 알려줬다.

다섯 음절쯤 되는 단어를 아들은 참을성 없이 가르쳤다.

누가 알려 달랬나?


서점2.JPG


아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간 후에는

같이 책을 볼 필요도 없었다.

어린이 공간에 아이를 내려놓고 나는 나대로 책 구경을 하며

평화로운 시간을 보냈다..

혼자 책 보는 아들을 가끔 숨어서 보기도 했다.

쪼그만 게 책에 집중하는 모습이 대견스럽고

이뻐 보였다.

그럴 때면 가끔 핫 초콜릿을 사주기도 했다.

커피를 든 아빠와 건배를 하고 핫 초콜릿을 제 입으로 가져간다.

뜨겁다고 조심하라고 아빠는 또 소리를 지른다..


서점3.JPG


대형 서점 책 값 비싸다고

구경만 하고는 실제 구매는 인터넷으로 한 게 이제야 후회된다.

서점이 고소하다며 비웃는 것 같아

창피하기도 하다.

그래도 커피는 자주 샀잖아요! 때늦은 항변을 해본다.

달래지지 않는 아쉬움만 커진다.


연말이 되었다.

지인들에게 줄 책을 사려고 유니온 스퀘어의 서점에 들렀다.

이곳도 곧 없어지지 않을까? 초조하다.

책 구경을 하며 지인들의 얼굴을 떠 올려 본다.

그들의 관심사를 생각한다.

선물로 책을 고르는 일, 늘 쉽지가 않다.

그래서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올 해는 꼭 지인들에게 책을 안기고 싶다.

요리를 사랑하는 친구

운동을 시작하겠다는 친구

좀 더 철학적으로 살아보겠다는 친구

책은 장식용이라는 친구


책을 고르다 보니 주변의 모두를.. 다시 한번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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