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장난감

미니카의 추억

by Henry Hong

내가 소년이던 시절.. 초등학교를 다닐 때였다.

아마도 4학년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마포에 살고 있었는데

동네에 보세 가게가 생겼다.

여러 수입품을 가져다 놓고 파는 가게였다.

이름은 논노네

왕자 문방구, 도화 정육점, 코끼리 분식집 같은 간판이

즐비한 곳에 "논노네"라니..

지금 생각해도 획기적이지 않았나 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무슨 뜻이었을까? 일본 잡지?



옷을 팔기도 했지만 촌티 나는 마네퀸은 없었다.

우중충한 동네 상가를 모두 삼켜버릴 듯한 밝은 실내조명에

이쁜 아줌마가 주인이었던 곳이었다.

이쁜 아줌마는 가슴 부위에 항상 브로치를 달고 있었다.

안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가게 안의 진열장에는

수많은 브로치와 머리핀 들이 반짝였다.

사내아이가 봐도 반짝임에 매료되었다.

하지만 대놓고 쳐다볼 수는 없었다.

어린 나이에도 그러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사내아이가 무슨 브로치!!

편견을 강요하던 시절의 이야기다.


그날도 '논노네'를 힐끗거리며 지날 때였다.

장난감도 흔치 않던 시절, 가게 앞 쇼윈도는 미니카로 장식돼 있었다.

그 당시 모든 아이들이 갖고 싶어 했을 장난감이었다.

메탈로 만들어진 미니어처 자동차

실제 차처럼 문이 열리기도 하고 실내 디자인이 정교한 장난감

뒤로 당겼다 놓으면 빠른 속도로 달려가는 자동차

10여 대의 자동차가 어린아이들을 유혹하고 있었다.



어린 나는 '논노네'를 지나칠 때면 의례 쇼윈도에 달라붙어

진열장을 뚫어지게 바라봤다.

안 쪽으로 밀려난 브로치 같은 건 이제 안중에도 없다.

코를 거의 유리에 밀착시키고 작은 자동차를 좀 더 자세히 보기 위해 노력했다.

가게 안으로 들어 가 만져 볼 용기는 없었다.

여느 문방구처럼 쉽게 들어 가 이것저것 물어보기에는

논노네는 너무 밝고 너무 깨끗하고

아줌마는 이뻤다.


미니카의 가격을 알고 싶었지만 가격을 물어볼 용기도 없었다.


남자아이들이 왁자지껄 모여있다.

두 개의 책상을 연결해 고속도로를 만들었다.

자동차 주인인 재호가 차를 잡아 뒤로 끌어당겨 고무줄 탄력을 최대로 한다.

두 책상 건너편의 현욱에게 주의를 다시 한번 준다.

"너 잘 잡아라! 놓치면 죽을 줄 알아!"

"알았으니까 조준이나 잘해!"


자동차는 순식간에 재호의 손을 떠나 두 책상을 가로질러 점프 그리고

현욱은 필사적으로 나르는 차를 잡아낸다.


별로 친하지 않았던 재호에게 다가가 쭈뼛거리며 어디서 샀냐고 물었다.


재호가 '논노네'서 자동차를 샀다. 가격은 5천 원

조그만 성냥갑 크기의 장난감이 5천 원이라니..


'논노네'를 지나칠 때마다 숫자가 줄어드는 자동차를 봐야 했다.

다 팔려 버리면 어떡하지?

내가 갖고 싶었던 날렵한 생김새의 은색 차는 이미 팔린 지 오래다


갖고 싶었지만 부모님에게 사달라는 소리를 못했다.

어차피 안 사 줄 테니?

어린 내가 생각해도 그 조그만 장난감이 5천 원은 너무 비쌌다.

요샛말로 가성비 제로

그래도 갖고 싶은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저금을 하기로 결심했다. 규칙적으로 용돈을 받을 때가 아니라

군것질하라고 주시는 돈을 조금씩 모았다.

오십 원, 백 원씩 모으다가 포기 못한 군것질을 사 먹기도 했다.

돈이 모일만 하면 쓸 일이 생겼다. 예나 지금이나 돈 쓸 일은 많다.

오락실에 새로운 게임이 들어오는데 어쩌랴..

돈이 모일 리 없다.


논노네 앞을 피하기 시작했다.

지나갈 일이 있으면 애써 고개를 돌렸다.


고대하던 내 생일이 되었다.

평소 같으면 사달라는 말을 못 했겠지만 갖고 싶은 장난감이 있다고

아빠께 말씀드렸다.

가족 외식이 잡혀있던 날이었다.

오랜만의 외식.. 가족 모두가 약간은 들뜬 기분이었던 거 같다.

목소리 큰 엄마의 목소리가 더 커져있었다.

드디어 논노네 입성

그토록 가지고 싶었던 메탈 미니카. 미니카의 숫자는 더 많아져 있었다.

가슴이 떨리기까지 했다.

이것저것 만져보며 자세히 살펴보게 됐다.

그러다 발견한 가격표

미니카의 밑바닥에 붙어있는 가격표를 보게 됐다.

모두가 같은 가격이 아니었다.

5천 원 보다 더 비싼 것, 5천 원 보다 싼 것.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이제 저녁 먹으러 가야지.. 하는

엄마의 하이톤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결정한 미니카

그때 집어 들었던 미니카 아니 트랙터


트랙터1.jpg
트랙터2.jpg


타이어가 고무로 되어 있지도 않았고,

뒤로 잡아당겼다 놓아도 달릴 수 없는 미니카

그 장난감이 어느덧 40여 년을 같이하고 있다.

40여 년이나 같이 할 줄 알았으면 그때 좀 비싼 걸 집어 들었어야 했나?


내 아이가 아주 어릴 적부터 미니카를 사주기 시작했다.

아이는 공룡을 더 좋아했는데도 말이다.

갖고 싶은 것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 장난감들은 나를 위한 것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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