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이 전 세계에 브릭을 기부하는 이유
어린 시절 집에 몇 가지 브릭 세트가 있었다. 한번 조립해 본 뒤에는 바로 해체해 다른 브릭들과 합쳐 박스 하나에 담아두었다. 그런 다음 한데 합쳐진 브릭을 자유롭게 활용해 성이나 집을 지었다. 벽을 쌓고 창문을 만들고, 가구를 만들었다. 친구 집에는 더 많은 브릭이 있었고 브릭 전용 가방도 있었다. 펼치면 그대로 브릭 놀이판이 되는 가방이었다. 친구를 졸라 그 가방을 펼칠 때마다 몹시 부러웠던 기억이 난다. 브릭의 종류와 개수가 훨씬 많아 집에서는 만들지 못한 것도 만들어볼 수 있었다.
창의력이 그리 뛰어난 어린이는 아니었던지 주로 평범하게 집이나 성을 지었다. 집을 짓고 난 뒤에 그 집을 배경으로 역할놀이를 했다. 브릭은 그 자체로 놀이 도구였다가 놀이의 배경이 된 셈이다. 브릭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무궁무진하게 펼쳐졌다. 그날의 이야기가 끝나면 만든 것을 해체하고 브릭 조각들을 모아 담았다. 그리고 다음날 다시 조각을 모아 무언가를 만들었다.
이제 와 생각해면 그 과정에서 글 쓰기의 기초를 배운 것 같다. 흩어져있는 생각과 이야기를 한데 어우러지게 모으는 훈련을 했다. 브릭을 쌓으며 생각을 쌓는 방법도 배웠을 것이다. 친구들과 함께 노는 법을 배우고, 협동해서 하나의 결과물을 내놓는 방법을 배우기도 했으며 문제 해결 방법을 익히기도 했다. 포기하는 방법도 배웠다. 브릭 하나로 무엇이든 만들며 창의력도 키웠다. 브릭을 하며 놀기만 한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많은 것을 배웠다.
하지만 브릭을 가지고 노는 동안 배운다는 생각은 한 적이 없었다. 그만 놀고 싶다거나 지루하다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노는 건 언제나 가장 좋으니까. 더군다나 브릭은 성별이나 나이에 상관없이 모두가 흥미를 느끼는 놀이 도구이기도 해서, 성별이 다른 형제나 연령대가 다른 친구들과 함께 노는 데에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브릭은 최고의 놀이도구였다.
넥슨 지주회사 NXC 김정주 대표는 유명한 브릭 마니아. 2013년에는 최대 규모의 브릭 거래 사이트 ‘브릭링크’를 인수하기도 했다. 설립자가 세상을 떠나며 어머니가 운영을 대신하면서 경영에 어려움을 겪던 차였다. 평소 ‘브릭링크’ 사용자였던 김정주 대표는 브릭링크를 인수하고 사용하기 불편했던 사이트를 개편하는 등 개선 작업을 진행했다. 2016년에는 ‘소호브릭스’를 창립해 직접 브릭 생산을 하기도 했다. 더불어 ‘소호임팩트’를 설립해 브릭을 활용한 기부를 시작하면서, ‘넥슨재단'은 본격적으로 ‘플레이노베이션 (Playnovation)’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된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현재 ‘넥슨재단’은 전 세계에 브릭을 기부하며 브릭 놀이를 통해 어린이의 잠재된 창의성을 깨우고, 아이들이 세상을 바꾸는 혁신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넥슨재단은 왜 '브릭'을 기부하고 있을까. 넥슨재단은 브릭 놀이가 우리에게 선사했던 많은 것들을 기억하고 있다. 김정주 대표뿐 아니라 넥슨 직원 중에도 어린 시절 브릭을 가지고 놀며 성장한 사람들이 많다. 브릭과 함께 창의력을 키우며 자란 어린이들이 이제는 넥슨의 일원이 되어 게임을 만들고 있다.
수십 년이 흐른 지금도 브릭은 여전히 어린이들에게 중요한 놀이도구이다. 요즘은 브릭을 가지고 노는 방식이 예전과는 조금 달라져서 주로 정해진 설명서에 따라 완성품을 만든 뒤 다시 해체하지 않고 그 모습 그대로 간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과정에서 체계적인 사고 능력을 키울 수 있다. 체계적인 사고는 모두가 익혀야 할 기본 소양이지만 그 틀을 깨는 것도 마찬가지로 중요하다.
백지상태로 태어난 어린이들의 생각은 어떤 틀에도 갇히지 않고 거침없이 뻗어나간다. 하지만 성장하는 과정에서 사회화되고 규칙을 배우면서 어린이들의 창의력은 조금씩 감퇴되기 시작한다. 생각의 창의력은 한 살씩 나이가 들면서 조금씩 줄어들다가 8세 경에 급속히 떨어진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넥슨재단’은 어린이들이 8세까지 가지고 있던 창의력을 지켜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브릭 기부를 시작했다.
‘브릭’은 전 세계 어디에서나 언어의 장벽 없이 가지고 놀 수 있는 놀이도구이다. 어린아이부터 청소년, 성인까지 모든 연령대가 흥미를 가지고 있으며 성별에 따른 선호도 차이도 크지 않다. 또한 물감이나 찰흙 같은 것들처럼 쓰고 나면 사라지는 것이 아니고 반영구적으로 다시 쓸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무엇보다 브릭으로는 무엇이든 만들 수 있다. 브릭(2*4브릭) 두 조각으로 스물네 개의 모양을 만들 수 있고, 세 조각으로는 천 오백 육십 개의 모양을 만들 수가 있다. 브릭 한 조각 한 조각이 모이면 어떤 것이든 창조할 수 있다.
‘넥슨재단’은 캄보디아, 네팔, 미얀마 등의 지역 아동 센터와 연계해 브릭 놀이의 가능성을 실험하는 파일럿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했다. 브릭 아티스트와 함께 브릭을 처음 접하는 지역을 방문해 어린이들에게 브릭을 건넸을 때, 어떤 어린이는 그저 브릭을 탑처럼 높이 쌓았다. 어떤 어린이는 금세 브릭을 익숙하게 다루며 집을 짓기도 하고, 어떤 어린이는 브릭을 처음 만져본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근사한 결과물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어린이들은 공동작업으로 벽화를 그리기도 하고, '앙코르와트'나 '쉐다곤 파고다' 같은 건축물이나 마을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이 과정을 통해 브릭 놀이가 어린이들에게 창의성을 자극시키며 잠재력을 키워줄 수 있을 것이라는 ‘넥슨재단’의 믿음은 확신이 되었다.
2020년 1월 현재 ‘넥슨재단’은 전 세계 17개국 10개 협력기관을 통해 총 18백만 개에 이르는 브릭을 기부하며 약 20만 명 이상의 어린이들에게 즐거운 놀이의 경험을 선사하고 있으며 과학, 예술, 환경 등 다양한 영역에서 놀이의 가능성을 실험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대표적으로 몽골의 ‘게르허브’와 함께 게르 지역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으며, 케냐 ‘컨큐이 디자인 이니셔티브(KDI)와 손 잡고 키베라 지역에서 어린이들과 함께 놀이 공간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초등컴퓨팅교사협회(ATC)와 함께 ‘노블 엔지니어링’ 교육 프로젝트 ‘하이파이브 챌린지’를 운영하고 있는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넥슨은 놀이를 기반으로 성장한 회사이다. 창의적인 놀이를 통해 다음 세대를 후원하고 그들을 지지하려고 한다. 일부 혜택 받은 집단뿐 아니라 모두에게 그 기회가 닿기를 바란다. 모두가 잘 놀며 즐겁게 혁신하는 세상을 꿈꾸며 넥슨재단은 브릭이 필요한 곳이라면 전 세계 어디든 갈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