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더리스 공모전 결선 진출팀 ‘BOSS5(보쏘)’ 인터뷰
넥슨재단은 올해 ‘제1회 보더리스 공모전’을 개최했다.
첫번째 공모전 주제는 ‘게임과 전통예술의 만남’. 가장 거리가 멀고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두 분야의 경계를 허무는 실험을 통해 문화예술계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기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공모전 주제를 정했지만, 너무 과감한 건 아닌가, 과연 이 주제에 공감하고 참여할 팀이 있을까, 어려운 과제는 아닐까. 내심 고민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통예술계의 반응은 뜨거웠고, 치열한 1,2차 심사를 거쳐 결선에 최종 3팀이 진출했다.
결선에 진출한 ‘현대연희 prototype21(프로토타입21)’, ‘Play Orchestra(플레이 오케스트라)’, ‘BOSS5(보쏘)’ 세팀은 내년 초에 있을 쇼케이스를 준비 중이며 쇼케이스 후 최종 한 팀이 선정되어 본공연을 진행할 예정이다.
개성이 전혀 다른 세팀을 만나, 공연과 게임, 전통예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 인터뷰는 결선 쇼케이스 전에 진행되었습니다.
결선에 진출한 세 팀 중 ‘BOSS5(보쏘)’를 만나보았다. 인터뷰에는 연출가이자 타악 연주가인 최진석님과 대금과 소금 연주자인 곽동호님이 함께 해주셨다. ‘BOSS5(보쏘)’는 ‘카트라이더’ 캐릭터가 우리 전래동화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어린이극을 준비하고 있다. '포토몽타주'와 같은 아름다운 미술 공연도 함께 이루어질 보쏘만의 어린이극에 대한 이야기를 미리 들어보았다.
팀 이름 : BOSS5(보쏘)
작품명 : 넥슨 동화 (同化)
활용 IP : 카트라이더
팀원 : 임진성 (거문고) 곽동호 (대금, 소금) 전재우 (피리, 태평소, 생황) 최진석 (타악, 연출) 오환희 (건반 연주 및 편곡)
그외 함께 하는 분들 : 백유미 (건반 연주 및 편곡) 김바이올린 (전자 바이올린) 르마킴 (일러스트) 정안용 (포토 몽타주 작가)
BOSS5(보쏘)란 이름에는 어떤 의미가 있나요?
최진석 각 분야의 '보스' 다섯 명 모였다고 해서 BOSS5(보쏘)라고 이름을 지었습니다. 교육 받은 기간까지 치면 각 분야에서 2-30년 가까이 활동하던 사람들입니다. 국악 단체 치고는 평균 연령이 굉장히 높은 편입니다. 젊은 친구들 같은 열정 보다는 노련함이 있고요, 거기에 젊은 친구들 못지않은 패기까지 함께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보쏘’라는 말은 밀양 아리랑의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 가사의 ‘보소’의 의미도 담고있어요.
어떤 분들이 모였나요?
최진석 전재우님은 피리 대취타와 피리 정악 중요무형문화재 이수자이고요. 곽동호님은 중요무형문화재 제46호 대금 정악 이수자입니다. 거문고 주자 임진성님은 현재 한국의 집 거문고 주자이면서 한국을 대표하는 거문고 주자로 외국에서 공연도 많이 했고요, 건반 주자 오환희님은 낮에는 대학에서 교수로 강의 활동을 하고 저녁에 재즈클럽에서 연주를 하는 굉장한 이력을 가지셨고, 세션과 편곡을 같이 맡아주고 있습니다. 타악 주자인 저(최진석)는 이것저것 많이 하는 타악 주자입니다.
본인에 대해서만 겸손하게 말씀하신 것 같아요.
최진석 이것 저것 많이 한다는 게, 저는 원래 국악을 전공했지만 부전공으로 공부 했던 서양음악이나 라틴 퍼커션이 너무 재미있어서, 대학 때부터 한 15-20년 정도 라틴 퍼커션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지방 문화재를 이수하고 있기도 하고요. 그리고 대한민국의 양반 음악이라고도 하는 '정악'을 굉장히 좋아해서 그 분야 음악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팀원들이 서로 오랜 시간 알고 지낸 사이라고 하셨는데, 이전에도 함께 작품을 준비하거나 공모전에 참여한 적이 있었나요?
최진석 '보쏘'라는 팀으로 다 같이 활동한 적은 없고요, 곽동호 님, 오환희 님이 저와 따로 작업한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임진성 님과는 대학교 선후배 사이라서 학교에서 많은 작품 함께 했고요, 피리하는 전재우 님은 고등학교 때부터 알던 막역한 사이입니다.
‘보쏘’는 이번 공모전 준비하시면서 새로 결성하신 건가요?
최진석 네, 공모전을 겨냥해서 음악 잘하는 좋은 친구들을 모아봤습니다.
넥슨에서 ‘게임과 전통예술의 만남’을 주제로 보더리스 공모전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준비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나요?
최진석 보통 게임을 가지고 전통 예술 작품을 만든다고 하면, 게임 음악을 국악기로 연주한다든가, 아니면 게임 영상이나 그림을 동양화적인 화풍으로 그린다든가 하는 거에 국한되어있었죠. 처음엔 이번 공모전 타이틀만 보고 단순히 그런 건가 했는데, 알고보니까 굉장히 많은 것들을 준비해야하더라고요. 많은 분들의 조언을 통해서 기획안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보더리스 공모전’은 예술인들이 기획부터 할 수 있다는 부분이 신선했어요.
예술인의 시각에서 공모전 공고를 봤을 때 어떠셨는 지 궁금해요.
최진석 예전에 ‘파워레인저 연극’에 참여한 적이 있어요. 게임이나 만화 등을 예술을 접목 시킬 때 대부분 회사에서 주최하고 예술가들을 캐스팅해서 공연을 하지요. 그런데 ‘보더리스 공모전’은 예술인들이 기획부터 할 수 있다는 부분이 신선했어요. 그냥 연주나 공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게임을 통해서 저희가 갇혀있던 벽을 깨고 넘어설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신 것에 대해서 굉장히 감사해요. 생각할 수록 광범위해서 조금 어렵긴 했지만, 이런 공모전이 많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다른 팀과 차별화되는 점 중 하나가 공연에 미술 분야를 접목시키신 부분이에요. 포토몽타주, 일러스트와 함께할 생각은 어떻게 하시게 된 건가요?
최진석 예전에 부산문화재단에서 주최하는 공모전 ‘청년 예술가들의 신진 실험 무대'에서 스트릿 댄서, 비보이, 소리꾼, 재즈 댄서 분들과 함께 공연을 한 적이 있어요. 저는 라틴 퍼커션과 대북, 그리고 정안용 작가는 포토 몽타주를 담당했고요. 그때 인연이 계속 이어졌어요. 종종 안부를 묻고,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가 제가 정안용 작가에게 "놀면 뭐하니" 해서 이번 공모전을 함께 하게 되었어요. 공연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과정에서 정안용 작가가 어떤 부분은 일러스트로 표현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해서 르마킴 작가를 소개해주셨고요.
넥슨의 대표 캐릭터들이 아이들이 잘 알고 있는 전래동화의 주인공으로 동화된다는 발상이 참신했습니다. 이런 발상은 어디에서 시작되었나요?
최진석 도서관 사서공무원으로 38년 근속하셨던 어머니가 "예술은 편식하면 안된다." 라고 늘 말씀을 하셨어요. 휴일에 도서관에 출근하실 때면 저를 데리고 가서 책을 한 권 주시곤 독후감을 쓰게 하셨죠. 하루는 어머니가 "돈까스 먹으러 가자" 고 해서 외출했다가 정명훈이 지휘하는 오케스트라 공연을 본 적이 있어요, 또 어떤 날은 들국화의 락 콘서트를 봤고, 발레나 뮤지컬 공연을 보기도 했고요. "함박 스테이크 먹으러 가자"고 하면 거의 미술관에 가는 거였어요. 책이나 문화 이런 모든 것들을 편식하면 안 된다는 걸 어릴 때부터 배우다 보니까, 그 영향을 받은 거 같아요.
대학교 때부터 ‘작품 비틀기'를 많이 했어요. 춘향전을 비튼 작품을 정기 연주에 올린 적도 있어요. 춘향전은 보통 판소리로 공연되는데요. 춘향이랑 이몽룡 두 사람은 주인공이니까 판소리를 하고요, 춘향의 엄마는 기생이니까 경기 민요와 서도 민요를 하고, 이몽룡의 부모님은 양반이니까, 양반들이 하는 정가, 가곡을 하는 식으로 해서 세 개의 소리가 합쳐지는 소리극을 만든 적이 있어요.
어머님께서, 말하자면 조기교육을 너무나 훌륭하게 해주셨네요.
최진석 네. 아버지는 "남자는 좀 뻔뻔해야한다. 남들 앞에서 말하는 거 두려워하면 안된다." 고 늘 말씀 하셨어요. 자녀가 목마르다고 하면 보통 아버지는 음료수를 사주시잖아요. 저희 아버지는 “저기 식당에 가서 물 한 잔 얻어먹고 와봐.” 하셨어요. 그게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나 생각하는 방식 등에 영향을 주었어요. 구속되거나 얽매이기보다는 좀 많이 자유분방해요. 그러다보니까 이 나이 먹고도 아직 철이 좀 덜 든 것 같아요.
우리가 아이들을 찾아가서 공연을 하면 어떨까 하는 거죠.
2차 심사 때 발표하신 내용 중에 ‘큰 공연장에서 공연할 수도 있지만, 규모를 축소해서 도서 지역이나 병원 로비에서도 공연이 가능하다’고 하신 점이 인상적이었어요.
최진석 대극장 공연에서는 저희 연주자들이 다 라이브 연주를 하게 될 거에요. 하지만 아이들이 공연장에 오는 게 쉽지가 않아요. 그리고 아이들을 데리고 부모님이 연주장에 오는 것도 쉽지 않아요. 그렇다면 우리가 아이들을 찾아가서 공연을 하면 어떨까 하는 거죠. 영상을 보여줄 수 있는 화면 하나와 음악을 들려줄 수 있는 스피커, 그리고 그걸 잘 설명할 수 있는 성우 이 세가지 조건만 된다면 아이들은 어디서나 공연을 볼 수 있고요, 아이들이 공연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계기가 될 거에요. 그리고 궁극적으로 그걸 본 부모님들이 아이들과 함께 큰 공연장에 올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맞아요. 모든 어린이, 모든 가정이 큰 공연장을 찾아갈 수 있는 여건이 되는 건 아니니까요. 말씀 들으니 작은 공연이 아이들과 부모님들에게 어떤 계기가 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관련해서 2차 심사 때 눈물을 흘리며 하셨던 이야기가 인상깊었어요. 그 이야기를 좀더 해주실 수 있을까요?
최진석 제가 시한부 판정을 받고 병원 생활을 오래한 적이 있어요. 지금 인터뷰 같이 하시는 곽동호 님이 병문안도 왔었는데요, 병원에서는 정말 할 수 있는 게 너무 없거든요. 동호 님이 면회오면 휴대폰으로 같이 야구 중계 보는 게 가장 큰 낙일 정도였어요. 어느 날 병원 로비에서 음악회를 한다고 방송이 나오더라고요. 링거를 들고 가봤죠. 제 옆방에 병원 생활 오래한 아이가 있었어요. 의사나 간호사 선생님만 오면 소리 지르고 떼쓰고 병원 생활을 너무 힘들어하던 아이예요. 그 아이가 로비에서 있던 클래식 공연을 너무 행복하게 껑충껑충 뛰면서 즐기는 거예요. 이건 정말 음악의 힘이에요. 신선한 충격이었어요. 이 이야기를 하면 저는 늘 울어요. 지금도 목이 잠기네요.
제가 시한부 판정을 받고 병원 생활을 오래한 적이 있어요.
그 경험으로 어린이극에 관심을 가지게 되신 건가요?
최진석 어린이들을 굉장히 좋아해요. 그래서 20대 때부터 어린이극을 많이 했어요. 제 조카들이 저희 집에 오면 제 볼에 뽀뽀를 안해주면 집에 못 들어와요. 그리고 조카들 휴대폰에 제 이름은 ‘천사 삼촌’으로 저장되어있어요.
이 공연을 나중에 조카들이 와서 본다면 너무 좋겠네요.
최진석 네 본공연 뿐 아니라 쇼케이스도 보러오고싶다고 말해요.
평소에 게임을 많이 하시는 편이세요?
최진석 어마어마하죠. 어릴 때도 학교와 연습실 가는 시간 외에는 거의 피씨방에 있었으니까요. 넥슨 게임 중에서는 크레이즈아케이드와 카트라이더를 많이 했고요. 카트라이더 같은 경우에는 무지개 장갑까지 했어요. 카운터 스트라이커나 디아블로 이런 게임도 종종 했었고요. 게임도 편식하지 않아서 다양한 게임을 많이 했습니다.
거문고 주자 진성님이랑 하셨던 길드 얘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최진석 카트라이더에 저희 ‘사라 길드’가 있어요. 여자 이름 ‘사라’가 아니라 “오늘은 니가 라면 사라” 할 때의 ‘사라’에요. 제 아이디는 ‘피크닉 사라’ 였고요. ‘육개장 사라’ ‘오다리 사라’ 같은 아이디를 가진 친구도 있었어요. ‘다 뿌사라’ 같은 아이디를 가진 친구들도 있었고요. (웃음)
곽동호 그랬습니다. (웃음)
동호님도 한 게임하셨나요?
곽동호 저도 20대 절반은 거의 피씨방에서 보냈죠. 밤낮없이 16시간 씩 피씨방에서 있을 때도 있었는데, 그때 이후로 이건 좀 아니다 싶어서 최대한 멀리하려고 노력했어요.
쇼케이스 준비는 잘 되어가세요? 게임 캐릭터들과 전래동화 속 인물을 연결시키는 건 잘 되어가시나요?
최진석 탈모가 왔어요. (웃음) 게임 캐릭터들을 스토리에 녹이려다 보니까 고민이 많아요. 예를 들어서 카트라이더 캐릭터들은 굉장히 악한 역할의 캐릭터가 없어요. 악당인 로두마니조차 너무 귀엽죠. 그런 귀엽기만 한 아이들을 좀 나쁘게 만들기도 하고, 모험심이 강한 아이나 혹은 연약한 아이로 만들기도 하는 작업이 어려워요. 캐릭터 설정 상 한 장면 밖에 출연하지 못하는 캐릭터도 있고요. 그런 것들을 조절하고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는 게 쉽지 않네요.
'모스'라는 캐릭터는 엔지니어인데 엔지니어가 전래동화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이 없어서 고민을 많이 했어요. 햇님 달님 이야기에서 어머니가 장에서 떡을 팔고 돌아오는 길에 호랑이를 만나잖아요. 극 중 장터에서 엔지니어 캐릭터들이 카트라이더 아이템을 팔 거에요. 어머니는 옆에서 떡을 팔고요. 그런 식으로 캐릭터를 가능한 많이 보여주려고요. 잠깐 등장하더라도 아이들은 "우와, 나 저거 아는데” 하며 기뻐하고 어른들은 "내가 했던 캐릭터가 저기서 저걸 팔고 있네” 와 같이 추억을 곱씹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면 좋겠어요. 카트라이터 만들었던 니트로 스튜디오를 직접 찾아가 캐릭터 개발 비하인드 스토리 같은 것들을 들어보기로 했어요. 캐릭터를 만들고 이야기를 구성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이야기를 들으니 공연의 모습이 머리 속에 조금씩 그려지기 시작했어요. 기대가 됩니다. 공연을 준비하면서 가장 염두에 두고 있는 부분이 있나요?
최진석 미술과 스토리 뿐 아니라 음악에 대해서도 시간을 많이 쓰고 있어요. 지금 저희 대금 연주자가 넥슨 게임 음악 몇 백 곡을 다 듣고 있어요. 발랄한 카트라이더 음악을 마이너 코드로 바꿔서 약간 음산하고 수상한 분위기를 만든다든가하는 식으로 편곡을 해서 사용하려고해요. 이 작업에 백유미 작곡가가 함께 할 거예요. 피아노 두 대가 있으면 음악에서는 무서울 게 없거든요. 김바이올린님이 선율 악기인 전바자이올린을 연주할거고요. 대금, 피리, 그리고 더 강한 소리를 낼 수 있는 태평소, 그리고 좀 더 예쁜 소리를 낼 수 있는 소금, 현을 때려서 소리를 내는 유일한 타현 악기인 거문고, 그리고 제가 각종 타악기를 손 두 개로 열심히 연주하면서 음악을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캐릭터, 스토리, 포토 몽타주에 음악까지 챙기실 게 많네요. 정말 탈모가 오시겠어요.
최진석 흰머리도 많아지고요.
동호님은 어떠세요.
곽동호 최진석 님이 워낙 추진력도 좋고, 잘 이끌어 나가주셔서 든든합니다. 진석 님이 열심히 기획하면 저희는 기름칠하고 잘 굴러가게 하고 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보스의 보스시네요.
곽동호 네 맞아요. 보스 중에 또 보스죠.
최진석 보스 아니고 머슴이에요.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