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보더리스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재단법인 넥슨재단 Sep 27. 2022

'게임 음악 콘서트' 에티켓

‘심포니 오브 메이플스토리' 안두현 지휘자 인터뷰

메이플스토리 20년의 여정과 함께 해온 음악을 오케스트라 연주로 만나는 '심포니 오브 메이플스토리' 전국 투어가 성황리에 진행 중이다. 7월에 진행된 부산과 서울 공연과 9월에 있었던 대전 공연에서 관객들은 추억을 떠올리며 게임을 즐기듯 열정적으로 공연을 관람했다. 생애 처음 오케스트라를 경험하며 즐거워하는 관객도 있었다. 그리고 오케스트라 공연의 기본 에티켓을 알면 좀 더 편하게 마음껏 공연을 즐길 수 있을 것 같다는 아쉬움을 전하기도 했다. '심포니 오브 메이플스토리'는 익산, 인천, 여수, 대구 등에서 공연이 이어질 예정이다. 이후 공연에 함께할 관객들을 위해 안두현 지휘자를 만나 ‘게임 음악 콘서트 에티켓’에 대해 들어보았다.


'심포니 오브 메이플스토리' 공연 팸플릿


'수상할 정도로 등이 멋진' 안두현 지휘자와 함께 게임 음악과 메이플스토리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느낀 것은, 게임 유저들은 이미 준비된 훌륭한 관객이라는 점. 각자의 메이플스토리 속에서 주인공인 우리는, '심포니 오브 메이플스토리' 공연 안에서도 지휘자와 오케스트라 연주자와 하나가 되어 함께 공연을 이끌어나갈 준비가 끝난 사람들이다. 그러니 '클래식 공연장에서 펼쳐지는 오케스트라 공연'이라는 부담감을 내려놓고 즐기면 된다. '메이플스토리' 음악에 오롯이 집중하며 오케스트라 연주와 함께 호흡하고 지휘자의 수신호를 이해하는 건 게임 유저인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니까.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저는 '심포니 오브 메이플스토리' 지휘자 안두현입니다. 클래식계에서 지휘자로 활동하고 있고요. 연세대학교 음악대학에서 오케스트라 지도도 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영화 음악 지휘를 가장 많이 하는 지휘자 중 한 명이기도 합니다. 정통 클래식 외에 다양한 장르의 음악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메이플스토리 음악을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만드는 과정이 궁금합니다. 특히 중점을 두신 부분이 있다면요?

클래식은 음과 소리를 듣기 위한 공연으로, 음악이 주인공입니다. 반면 영화 음악은 장면이나 스토리가 중심이 되죠. 그래서 영화 음악을 들을 때는 자연스럽게 영화의 스토리를 떠올리게 됩니다. 게임 음악은 여기서 한발 더 들어갑니다. 듣는 사람이 스토리에 직접 참여를 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게임 음악의 특별함이에요. 이 스토리의 주인공은 유저인 거죠. 쾌감, 성취, 좌절감 같은 각자의 이야기가 담겨있으니 게임 음악은 내 삶이 배경 음악이기도 합니다. ‘메이플스토리’는 특히 더 그렇고요. 그게 엄청난 장점이에요. 게임 음악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개인의 삶에 깊이 들어가 있다는 사실을 항상 염두에 두고 작업하고 있습니다.


듣는 사람이 스토리에 직접 참여를 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게임 음악의 특별함이에요. 이 스토리의 주인공은 유저인 거죠. 


게임 음악을 편곡할 때 어려운 점도 이 부분과 관련되어있습니다. 유저들이 이 음악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을 거라는 거죠. 공연을 보다가 원곡과 템포가 달라지면 '왜 빠르지?' '왜 느리지?' 하며 낯설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어서 고민이 깊었습니다. 특히 ‘메이플스토리’의 경우 밴드 음악이거나 애초에 미디 음악으로 만들어진 곡이 많습니다. 컴퓨터로는 그 어떤 연주도 다 가능하지만 물리적으로 오케스트라 내에서 연주가 어려운 경우가 있거든요. 그 경우 어쩔 수 없이 템포를 늘리거나 빠르게 하기도 했습니다. 대신 사이사이 새로 생긴 공백을 또 다른 방식으로 채워야 했어요. 까다로운 작업이었지만 오케스트라가 낼 수 있는 사운드 내에서 원곡의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심포니 오브 메이플스토리' 공연을 보는 동안 관객들 머리 위에 자기 만의 말풍선이 있는 것 같았어요. 각자의 추억을 떠올리는 듯한 모습을 지켜보며 같은 관객의 입장에서 재미있었어요. 그리고 그런 관객들 앞에는 안두현 지휘자님이 있었습니다. '수상할 정도로 등이 멋진 지휘자'라고 메이플스토리 유튜브에서 소개했을 만큼 열정과 에너지가 엄청나시던데요! 무대 위에서 어떤 기분이실지 궁금합니다.

게임을 좋아해요. 그래서 게임에 몰입했을 때 감정을 잘 알고 있습니다. 짜증, 긴박감, 희열 등 게임을 통해 느끼는 희로애락을 알고 있으니 지휘를 할 때 더 몰입하게 되는 면이 있습니다. '레헬른 시계탑' 지휘할 때는 정말 뭔가에 쫓기는 기분이 들었고요. 전투신 배경 음악을 지휘할 때는 마치 제가 전쟁에 참여한 것처럼 온몸을 휘저으면서 지휘를 했어요. 클래식 공연을 지휘할 때와 달리 게임 음악을 지휘할 때는 폭발하는 감정을 제어하지 않고 터트립니다. 그래야 듣는 사람들의 심장을 마치 게임을 할 때처럼 쿵쾅거리게 만들 수 있거든요.



오케스트라뿐 아니라 관객도 지휘하시는 셈이네요.

맞아요. 오케스트라 연주자들 뿐 아니라 관객과도 함께 숨 쉬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심포니 오브 메이플스토리'의 관객들은 어떤 관객들인가요?

보통 클래식 공연의 경우 스타 연주자나 유명 지휘자를 보기 위해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심포니 오브 메이플스토리'는 게임 그 자체가 스타라는 점이 특별해요. 메이플스토리를 좋아하기 때문에 공연장에 온 관객들인 거죠. 공연장에 도착했을 때부터 메이플스토리 안에 들어가기 시작합니다. 관객 각자의 머릿속에 그림이 펼쳐져있기 때문에 상상력을 불러일으키지 않아도 됩니다. 그래서 관객들 집중력이 엄청 좋은 편이고 관객 반응도 열광적입니다. 종종 공연 중에 일부 관객들이 소음을 내는 경우가 있었지만, 그건 클래식 공연장을 다녀보지 못해서 생기는 문제일 뿐이고요. 그들도 엄청 공연에 집중하고 있었을 거라고 믿습니다.


공연 중 박수 치는 관객 (좌) 리허설 장면 (우)


'심포니 오브 메이플스토리' 투어 하시면서 인상 깊었던 일이 있었다면 소개해주세요.

우선 예매사이트 평점 높아서 기분이 좋습니다. 공연 후 반응도 직접적이고요. 부산 공연에서는 제가 나올 때까지 공연장 밖에서 기다리는 팬들도 있었습니다. 인스타그램 계정에 디엠을 보내서 공연 후기를 전해주는 분들도 많습니다. 최근에 연세대학교 수업에 갔는데, 정외과 학생이 강의실 앞에서 기다리다 편지 주고 가기도 했습니다. 12장짜리 편지에는 게임 음악에 대한 감상이 빼곡하게 담겨있었습니다.


하반기 투어에 올 관객들을 위해 게임 콘서트를 관람할 때 주의 사항이나 지켜야 할 점 등에 대해 알려주세요. 생애 처음 클래식 공연장에 오는 관객의 눈높이에서 말씀해주시면 더 좋겠습니다.

곡이 끝날 때마다 박수를 치는 것에 대해 인터넷 커뮤니티 상에서 갑론을박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흐름 끊긴다. 왜 박수치냐. 하는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본 적 있어요. 저는 일부러 곡마다 박수를 유도합니다. 그건 작곡가에 대한 예우기도 해요. 비록 이 곡의 작곡가가 누구인지 명시되어 있지는 않지만, 다 다른 작곡가가 만든 곡이니 별개의 곡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곡이 끝날 때마다 박수를 쳐준다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연주자 입장에서도 곡과 곡 사이에 박수가 없으면 어색해요. 곡을 바꿀 때 일종의 연기처럼 감정을 전환하고 캐릭터를 바꾸는 과정이 필요하고요, 이때 박수를 쳐주면 곡과 곡 사이의 어색함이 사라집니다. 이 것과 관련해서 연주자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더니 대부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곡과 곡 사이의 박수를 통해 연주자들의 집중력이 높아지면 더 좋은 연주가 가능해지겠죠.


그리고 관객들이 모두 소리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관객이 내는 작은 소리도 크게 들릴 수 있습니다. 다른 관객들이나 연주자들이 음악에 집중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세요. 불가피하게 소리가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곡과 곡 사이 박수칠 때가 기회입니다. ‘심포니 오브 메이플스토리’는 42곡을 연주하니까, 최소 마흔 번이 넘는 기회가 있습니다.


박수 치는 법을 좀 더 구체적으로 알려주시면 공연을 즐기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곡과 곡 사이는 짧게 두세 번 정도 박수를 치고, 1부, 2부가 끝날 때는 길게 박수를 치면 됩니다. 조용하게 끝나는 곡의 경우는 박수치는 타이밍이 조금 애매하지요. 여운을 즐기고 싶은데 곡이 끝나자마자 박수가 나오면 음악에 몰입하고 있던 관객들의 감정이 끊길 수 있어요. 박수 타이밍이 애매할 때는 지휘자의 팔을 보면 됩니다. 저는 여운이 긴 곡의 경우 팔을 들고 있다가 서서히 내립니다. 지휘자가 팔을 내리면 그때 박수를 치면 됩니다. 쉽죠? 만일 한 곡이 끝나고 지휘자가 한쪽 팔을 계속 들고 있다면 박수를 치지 마세요. 스토리가 연결되는 음악이어서 바로 다음 곡을 준비하는 경우일 수 있습니다.


이처럼 지휘자의 수신호를 이해할 수 있다면 가장 좋겠습니다. 하지만 게임 음악은 대중음악이고요, 사실 게임 음악을 들으러 오는 사람들이 이것 때문에 긴장할 필요는 없습니다. 편하게 즐기세요.


다만, 2부까지 모든 공연이 완전히 마무리된 후에는 지금까지 받은 감동을 모두 모아 오랫동안 박수를 쳐주세요. 의자에서 일어나 환호해주셔도 괜찮아요. 지휘자가 무대 뒤로 들어가도 계속 박수를 쳐주면 좋습니다. 클래식 공연의 성공 여부는 커튼콜(공연이 끝난 뒤, 관객이 찬사의 표현으로 환성과 박수를 계속 보내어 무대 뒤로 퇴장한 출연자를 무대 앞으로 다시 나오게 불러내는 일)이 몇 번인가에 따라 결정된답니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말씀드리면, 오케스트라가 모두 퇴장하면 진짜 모든 공연이 끝난 것입니다. 이때 오케스트라 마지막 단원이 무대 뒤로 사라질 때까지 박수 쳐주시면 좋겠습니다. 진심 어린 박수는 오케스트라 단원들에게 정말 큰 힘이 됩니다.


지휘자의 수신호를 이해할 수 있다면 가장 좋겠습니다. 하지만 게임 음악을 들으러 오는 사람들이 이것 때문에 긴장할 필요는 없습니다. 편하게 즐기세요.


강원기 디렉터와 안두현 지휘자


'심포니 오브 메이플스토리' 뿐 아니라 다른 게임 음악의 콘서트도 많이 진행되는 추세입니다. 게임 음악 콘서트가 이벤트성 공연을 벗어나 음악 콘서트의 한 장르로 자리 잡을 수 있을까요?

일회성 공연이 아니라, 클래식 콘서트나 재즈 콘서트처럼 우리 주변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음악 콘서트가 되기를 바랍니다. 그럴 수 있다고 봐요. 게임을 사랑하는 유저였다가 게임 음악 콘서트 지휘자가 되면서 게임을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보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고요. 게임이 가지고 있는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는 걸 새삼 느꼈습니다. 게임 음악 콘서트 외에도 게임과 예술이 만나서 할 수 있는 일들이 정말 많을 것 같아요.


넥슨재단이 '보더리스'를 진행하면서 예술계에 종사하시는 분들을 만나면 다들 게임의 예술적 가치나 잠재력을 높게 평가하시더라고요.

특히 메이플스토리를 비롯한 다양한 게임 IP를 가지고 있는 넥슨이 앞장서서 게임을 활용한 도전을 해줬으면 좋겠어요. 게임 음악 콘서트에 게임의 시각적 요소를 활용한 무대 예술을 접목시켜 발전시켜볼 수도 있을 것 같고요. 개인적으로는 음악뿐 아니라 게임의 다양한 요소들을 활용한 전시나 박람회 등도 상상해봤습니다. 할 수 있는 일들이 어마어마합니다.


마지막으로 메이플스토리 유저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게임의 역사가 오래되긴 했지만, 인터넷의 발달을 통해서 전 세계가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커뮤니티가 형성되고 하면서 최근에 게임이 더 일상화되기 시작한 것 같아요. 앞으로 게임은 점점 더 영역을 확장 해나가게 될 거고 새로운 게임 역사가 만들어질 거예요. 지금 유저분들이 바로 그 역사가 될 분들이라고 생각해요. 긍정적이고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방향으로 문화예술로서의 게임을 이끌어나가 주기를 바랍니다. 

최고의 관객이신 메이플스토리 유저분들 '심포니 오브 메이플스토리' 공연에서 뵙겠습니다.


'심포니 오브 메이플스토리' 커튼콜


매거진의 이전글 "모든 것이 새로워" "전통예술과 게임 모두에게 윈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