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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단법인 넥슨재단 Dec 01. 2022

몽골의 게르허브와 함께한
4년을 마무리하며

넥슨재단 박선민 팀장이 말하는 게르허브와의 파트너십

몽골의 게르허브와 넥슨재단은 2018년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처음 만났다. 당시 넥슨재단은 설립 1년 차, 게르허브는 3년 차 신생 조직이었다. 사업을 시작한 지 오래되지 않은 두 조직이 뜻을 모아 게르촌의 어린이, 청소년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 게르우데를 만들었고, 이후 4년간 함께 게르우데를 이끌어나갔다. 넥슨재단은 브릭을 제공하고 놀이와 교육 노하우를 나누었고, 게르허브는 몽골 현지에서 프로그램 운영 전반을 책임졌다.


넥슨재단은 게르허브와의 협업을 올해로 마무리한다. 게르허브와의 4년을 정리하며 넥슨재단의 박선민 팀장을 만났다. 4년 동안 게르허브와 넥슨재단이 함께 이루어낸 것에 대해 묻고, 지난 4년을 마무리하는 소회를 나누었다. 게르허브와의 관계를 통해 진정한 파트너십을 배웠다는 박선민 팀장의 이야기는 밑줄을 긋고 싶을 만큼 인상적이었다. 게르우데 프로그램을 통해 펠로우들이 성장한 만큼, 게르허브와 넥슨재단도 성장했다. 게르우데는 여기서 끝나지 않고 계속된다. 그건 게르허브와 넥슨재단도 마찬가지다.


넥슨재단 박선민 팀장




게르허브와는 어떻게 인연이 시작된 건가요? 

2018년 넥슨재단이 출범한 해 가을쯤 넥슨작은책방 사업 지원차 몽골 울란바토르에 출장을 갔어요. 출장 중에 시간을 쪼개서 몽골의 NGO들을 찾아다녔어요. 그러다 우연히 게르허브 창업자 바드룬 가르디 대표와 인연이 된 거예요. 그때 게르허브는 출범한 지 3년 된 젊은 조직이었어요. 몽골 게르촌의 문제가 정말 풀기 쉽지 않거든요. 그런데 이걸 풀어보겠다고 게르허브를 설립하고 다양한 도전을 하고 있는 상황이었어요. 추위를 쫓기 위해 게르 안에 석탄 난로가 들어가요. 그러다 보니 게르 안 공기가 되게 안 좋았어요. 그걸 개선할 수 있는 새로운 난로를 디자인한다거나, 에너지 효율이 좋은 게르를 디자인하는 등의 주로 건축과 관련된 프로젝트를 하고 있었어요. 처음에는 프로덕트 디자인을 하는 과정에서 프로토 타입을 만들 때 저희가 가지고 있는 브릭을 활용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을 했어요. 그런데 바드룬 대표가 하는 이야기가 좀 뜻밖이었어요. 지난 몇 년 동안 게르 문제를 해결하고자 활동을 하다 보니까 프로덕트를 만드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는 거예요. ‘게르촌 문제를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은 게르촌에 사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어른들은 문제를 풀 의지가 없다. 그러니 어린이들한테 희망이 있다. 그런데 어린이들이 교육을 받을 기회가 없다’는 거죠. 그러면서 만일 넥슨재단과 함께 한다면, 교육 사업을 해보고 싶다고 했어요. 그렇게 원래 저희 예상과는 달리 교육 사업인 게르우데를 시작하게 됐어요.

서로 뜻이 잘 맞았네요.

굉장히 잘 맞았어요. 저희가 가지고 있는 도구를 게르허브가 잘 활용해 줄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부터 두세 달 함께 기획을 했어요. 그리고 2018년 9월에 게르우데 프로그램을 론칭했죠. 그때 뽑힌 12명의 1기 펠로우들과 함께 게르우데가 시작됐습니다.


게르촌 문제를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은 게르촌에 사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어른들은 문제를 풀 의지가 없다. 그러니 어린이들한테 희망이 있다. 그런데 어린이들이 교육을 받을 기회가 없다.



게르우데 프로그램의 처음 목표는 무엇이었나요? 

게르 지역의 환경적 사회적 경제적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미래 세대 리더들을 양성하는 것이에요. 게르촌에서 나고 자란 친구들이 게르우데 과정을 함께 하면서 게르촌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브릭 같은 도구들을 활용해서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을 고민해보는 거죠. 고민에서 멈추지 않고 지역 정부에 가서 새로운 제안을 하기도 하고요. 스스로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책을 찾은 뒤 그것을 실천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 프로그램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지난 4년간 게르우데를 통해 어떤 성과가 있었나요? 미처 기대하지 못했던 성과도 있었을 것 같아요. 

일단 숫자로 말씀을 드려도 꽤 놀라실 것 같아요. 4년 동안 게르우데를 졸업한 펠로우 친구들이 407명이에요. 코로나 이후에 상당 부분 온라인으로 프로그램을 옮겨 진행했어요. 그러면서 온라인 프로그램도 많이 활성화가 되었고요, 온라인으로 참여한 친구들은 대충 어림잡아 700명 이상이고요. 상당수가 게르 지역 출신 고등학생들이에요. 일부는 대학에 진학을 했어요. 이 친구들이 졸업을 하고 나서도 여러 가지 성과를 만들어내고 있어요.


아르바이히르 청소년들이 브릭으로 만든 지도


최근에 있었던 아주 인상적이었던 일을 말씀드릴게요.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430km 정도 떨어진 시골 마을 아르바이히르에 사는 친구들이 게르우데 프로그램에 참여했어요. 게르우데와 그 지역 파트너가 협력을 맺고 아르바이히르에서 프로그램을 운영한 거죠. 브릭으로 마을 지도를 만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고 해요. 그러다 시내에 있는 중요한 문화 사적지를 발견한 거예요. 근데 이 장소가 시에서 철거를 결정한 곳이었대요. 이 친구들이 프로그램이 끝난 다음에 주민 서명을 받기 시작했어요. ‘철거 반대 운동’을 한 거죠. 그래서 결국 이 지역에서 그 사적지만 철거를 하지 않는 걸로 결정이 났어요. 이런 변화들은 저희가 기대하지 못했던 것이죠.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을 사려 깊게 관찰하고 브릭으로 재현을 하다가 몰랐던 것을 발견하고, 그것에 대해 더 깊이 알고 싶어 지고, 파 보는 과정에서 지켜야 했던 소중한 것을 지킬 수 있었던 거죠. 최근에 가장 놀라고 감탄한 일이에요.


아르바이히르 시내에 있는 유서 깊은 벽화. 보존이 결정됐다.


그리고 게르우데 2기 펠로우 친구들 중에 게르촌의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음식물 쓰레기를 생분해할 수 있는 지렁이 키트를 만든 친구들도 있거든요. 그 친구들은 여전히 그 사업을 하고 있어요. 투자받으려고 적극적으로 기업에 찾아가기도 한대요. 정말 대견하죠. 저희가 애초에 목표로 했던 것들이 조금씩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아서 이럴 때마다 엄청 자부심을 느껴요.


음식물 쓰레기 생분해 지렁이 키트. 게르촌의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안했다.


사실 프로그램에 브릭을 활용한다고 하면 ‘약간의 재미를 추가한다’ 정도로만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들어보면 브릭으로 표현하지 않았다면 어쩌면 발견하지 못했을 문제들도 브릭을 통해 발견하게 되기도 하는 것 같아요. 브릭은 어떤 힘을 가지고 있을까요? 

이것에 대해서 게르허브 운영진과도 얘기를 나누고 또 넥슨재단의 브릭 전문가 방구 님과도 이야기를 많이 나눴어요. 고민을 통해 나온 솔루션을 우선 브릭이라는 도구로 만들어보거든요. 막상 만들어보면 머릿속으로 생각했던 것과 다른 경우가 더 많을 거예요. 그럴 때마다 바로 무너뜨리고 다시 짓고, 검증해보고 아니다 싶으면 또 무너뜨리고 다시 도전하고. 이걸 여러 번 반복할 수 있잖아요. 별도의 비용 없이 시행착오를 경험할 수 있는 거예요. 그런 면에서 브릭은 엄청 효율적인 도구예요. 다루는데 특별한 기술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요. 최근에 게르우데 한 팀이 풍력 발전소에 견학을 다녀온 뒤에 더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풍력 팬을 브릭으로 모델링해봤다고 하더라고요. 아마 그 모델링도 한 번에 된 게 아니라 반복해서 만들고 부수고 하면서 결국 성공했을 거예요. 그런 면에서 브릭이 상당히 효과가 있는 것 같아요. 그걸 다른 도구로 하면 쉽지 않거든요.


게르우데 프로그램에서 브릭 놀이를 하는 어린이들


얼마든지 계속 재도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네요. 거기에다 재미있기도 하고요. 

맞아요. 재미가 있어야 또 도전을 하니까요.

게다가 부쉈을 때도 엄청 속상하진 않잖아요. 

부수는 것도 재밌으니까요!


풍력발전소 견학을 간 게르우데 펠로우들


지난 4년을 돌아보며 특별히 기억에 남는 사람들이 있나요? 

아무래도 게르우데 프로그램을 거쳐간 펠로우들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코로나 시작되기 전까지는 매년 두 번은 몽골에 출장을 갔어요. 게르우데 프로그램 입학식 때 한 번 가고 졸업식 때 한 번 가고 하면서 그 친구들이랑 직접 만났었는데 입학할 때랑 졸업할 때 아이들의 모습이 너무 달라요. 몽골 교육이 창의적이고 자유로운 분위기는 아니에요. 그런 교육 환경에 있던 아이들이라서 처음에는 발표하는 것도 되게 주저하고 그래요. 그런데 프로그램이 끝날 때가 되면 각각 한 명 한 명이 다 마치 사회운동가처럼 적극적으로 변해 있어요. 어떤 마술을 부리는지 모르겠지만요. 펠로우 모두가 다 기억에 남아요. 이 친구들이 보기엔 되게 말수도 적고 조용하고 그렇지만 기회를 주면 변화를 만들어내는구나. 이 아이들을 보며 몽골의 미래는 밝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가 퍼지면서 게르우데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어요. 프로그램 특성상 한 번에 참여하는 펠로우 수가 그렇게 많지 않고, 한 명 한 명 스킨십을 통해 밀착해서 리더로 만들어가는 그런 프로그램이니까요. 그런데 오프라인으로 대면이 안 되니까 어려운 상황이 된 거죠. 게다가 주요 도구인 브릭도 다 게르허브 사무실에 있어서 정말 난감한 상황이었거든요. 게르허브에서 한 두어 달 만에 정말 빠르게 게르우데 프로그램을 온라인으로 전환했어요. 그래서 아주 다행스럽게도 온라인에서도 충분히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었어요. 그런 점은 게르허브한테 정말 고맙죠. 이 고마움을 직접 전하고 싶은데, 코로나 때문에 다시 몽골에 가지 못하고 마주 보고 인사를 하지 못한 채 사업을 마무리하게 돼서 엄청 아쉬워요.


게르허브와 넥슨재단의 관계가 정말 특별하다고 느껴져요. 파트너십이란 무엇일까요? 

최근에 게르허브로부터 올해 성과 보고서를 받았어요. 맨 마지막 문단에 이렇게 적혀 있더라고요 "넥슨재단의 그동안의 믿음과 지지가 없었으면 게르우데 프로그램을 못했을 거다. 고맙다."

시작했을 때 게르허브도 저희도 다 신생 조직이었거든요. 저희를 증명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어요. 근데 정말 믿음 하나 가지고 손 잡고 4년을 같이 해온 거죠. 게르허브가 보고서에 쓴 이야기를 저도 똑같이 해주고 싶어요. 넥슨재단을 믿어줘서 정말 고맙다고요. 뭘 믿고 이렇게… 아무튼, 파트너십이란 잘 해낼 거라고 서로를 믿고 기다려주는 것 같습니다.

뭉클하네요. 게르우데는 게르허브와 넥슨재단 둘 중에 하나가 빠졌으면 존재하지 않을 프로그램인 것 같아요. 이런 소감을 현지에 가서 직접 전해야 하는데, 너무 아쉬워요.


넥슨재단의 그동안의 믿음과 지지가 없었으면 게르우데 프로그램을 못했을 거다. 고맙다.



넥슨재단과 인연은 마무리되더라도 게르우데 프로그램은 계속되나요? 

네! 코로나가 퍼졌을 때 게르우데 페이스북 커뮤니티를 적극적으로 운영했어요. 그때 게르우데 페이스북이 확 커서 지금 팔로워가 6,400명이 됐어요. 그렇게 많지 않은 숫자처럼 느낄 수 있는데, 사실 이게 몽골 인구의 0.2%거든요. 어마어마한 팔로워를 갖게 된 거죠. 지금 게르우데의 온라인 존재감이 정말 엄청나요. 코로나라는 위기를 기회로 바꾼 것 같아요. 이걸 발판으로 저희가 파트너십을 종료한 이후에도 좋은 파트너들을 새로 확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아니, 게르우데 계정 팔로워가 6,400명이라고요! 

네. 맞아요. 게르허브도 아니고 게르우데 단일 프로그램 페이스북 계정 팔로워가 6,400명이에요. 몽골에서 엄청 유명해졌어요. 넥슨재단에서 4년 동안 브릭을 280만 개 이상 제공했어요. 이걸 가지고 전에 없던 프로그램을 운영하다 보니까 굉장히 차별화된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몽골 내부에서도 여러 파트너십을 새로 맺었고, 덕분에 울란바토르를 넘어 먼 시골에서도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었고요. 저희는 이제 공식적으로는 게르우데를 지원하지 않지만 이 프로그램이 멈추지 않고 계속 운영이 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서 너무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게르우데의 앞날이 정말 기대가 되네요.

작년에 스탠포드에 진학한 두 친구 중에 한 명이 겨울 방학에 몽골로 돌아와요. 그 친구가 환경공학 쪽을 전공해서 공부하고 있어요. 게르촌의 문제를 환경공학적인 측면에서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를 주제로 게르우데 하위 프로그램을 하나 맡아서 진행한다고 하더라고요. 이런 식으로 게르우데로 다시 돌아와 공헌하는 펠로우들이 제법 있어요.  이 친구들이 또 어떤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어낼지 기대가 돼요.

스스로 선순환을 만들고 있는 펠로우들이 너무 대견해요. 앞서 말씀드린 친구 말고도 제가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사례들이 있어요. 한 친구는 게르우데 프로그램 졸업하자마자 대학 진학을 안 하고 디자인 프로덕트 만드는 기업을 창업했어요. 그 친구도 시간 날 때마다 게르우데 프로그램에 참여해서 자원봉사로 강연을 하고 있대요. 제가 제일 뿌듯한 건, 지난 4년 동안 이런 자립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든 것이에요. 물론 제가 만들어준 건 아니지만 게르우데가 스스로 차별화된 프로그램으로 잘 성장해서 이제 저희 없이도 좋은 다른 파트너들과 함께 할 수 있게 됐다는 게 가장 큰 소득 같아요.



마지막 질문이에요. 게르허브와 파트너십을 통해 배운 점이 있다면요? 

겸손해야 한다는 걸 알게 됐어요. 소위 개발 도상국, 혹은 어떻게 표현해야 될지 모르는 제3 세계라고 하는 곳들과 일을 하는 경우에 흔히들 말은 협력 기관이라고 하지만 사업을 하는 모습을 보면 안 그럴 때가 많거든요. 돈을 쥐고 있는 쪽이 권력을 가진 채로 일을 진행할 때가 있어요. 그러면 꼭 갑의 지시로 일하는 을처럼 현지 파트너들도 아주 소극적인 태도가 될 수밖에 없거든요.

하지만 현지 파트너 없이는 우리는 정말 아무것도 못 해요. 현지 파트너 만이 가지고 있는, 현지에 대한 아주 깊은 이해, 네트워크 이런 걸 귀중하게 여기고 저희도 겸손하게 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게르허브와의 파트너십을 통해서 많이 배우게 됐어요. 정말 진정한 의미의 ‘동등한 파트너십’을 가지고 사업에 임하면 결과적으로 얻는 것도 훨씬 많아요.

진심으로 서로를 대해서 가능했던 일 같아요. 수고하셨어요.

게르우데 사업에 대한 넥슨재단의 지원은 공식적으로는 종료됐지만 저는 지속적으로 연락하면서 프로그램이 어떻게 성장하고 있는지 묻고 안부도 전하고 할 거예요. 당연히 그렇습니다.


몽골에서 찍은 기념사진. 한 자리에 모인 게르우데와 넥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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