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민에르든과 엥크진이 이야기하는 "우리가 놀이를 통해 배운 것"
'넥슨재단'은 2018년부터 몽골의 '게르허브'와 함께하고 있다. '게르허브'는 게르촌의 열악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만들어진 비영리 단체. 게르촌 주민의 주거 환경을 개선시키기 위한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해결책을 찾고자 하는 목표를 가지고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그 중에 게르촌의 미래를 이끌어나갈 지도자를 키우는 교육 프로그램 '게르우데'가 있다.
'게르우데' 프로그램의 가장 특별한 점 중 하나는 미래의 지도자가 될 청소년 펠로우들이 모든 과정을 직접 이끌고 있다는 점이다. '게르우데'라는 이름 역시 청소년 펠로우들이 직접 지은 이름으로 게르(GER)와 교육(EDU)을 합친 말이다. 우데(UDE)는 에듀(EDU)를 뒤집어 만들었으며 기존 교육 방식을 창의적으로 뒤집어보자는 의도가 담겨있다. 펠로우들은 교재를 만들고, 더 나이 어린 어린이들을 교육하는 것까지 모두 그들의 힘으로 진행하고 있다. 현재 5개 기수가 졸업을 하였고, 졸업 후에도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넥슨재단'과 '게르우데'는 국경을 넘어 서로 긴밀하게 협업하며 프로그램을 이끌어가고 있다. '넥슨재단'은 운영비를 지원하고 '브릭'을 제공하며 넥슨 만이 가지고 있는 놀이와 교육에 대한 노하우를 전하며, '게르우데' 펠로우 역시 그들만의 열정과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통해 '넥슨재단'에 신선한 영감을 전해주고 있다.
넥슨재단의 박선민 팀장은 '게르우데' 펠로우들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마다 두 눈이 반짝 거린다. 이번에도 펠로우 2 명이 미국 '스탠포드 대학교'에 당당하게 합격했다는 소식을 전하며 마치 자신의 일처럼 기뻐했다.
당장 몽골로 날아가 직접 축하 인사를 전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는 상황이라, 우리는 온라인으로나마 축하의 자리를 마련하기로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몽골 전체 단 2명이라는 스탠포드 대학 합격자가 모두 우리 게르우데 펠로우 출신이라는 이야기에 몹시 궁금해졌다. 그들이 게르우데 프로그램으로부터 얻은 것은 무엇일까. 노민에르든과 엥크진은 차분하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박=넥슨재단 박선민 팀장 , 노=노민에르든, 엥=엥크진)
박 : 게르우데 프로그램에는 어떤 계기로 참여하게 되었나?
노 : 친한 학교 선배가 게르우데 1기였다. 페이스북에 게르우데 프로그램에 대한 글을 쓴 글을 보고 어떤 프로그램인지 궁금해서 언니한테 연락해보았고, 직접 경험해봐야 알 수 있다며 2기에 지원하라고 강력하게 권했다. 그래서 여동생과 함께 지원했다.
엥 : 게르우데 페이스북 페이지를 1기 때부터 줄곧 팔로우하고 있었다. 1기 선배들이 올리는 글을 보니 지역 사회에 기여하는 동시에 스스로의 역량도 높일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2기 모집 공고가 나자마자 망설이지 않고 지원했다.
박 : 실제 참여해보니, 어땠나?
노 : 학교에서 경험해보지 못 했던 시간이었다. 학교에서는 시키는 걸 해야 하는데, 게르우데에서는 아무도 우리에게 지시하는 사람이 없었다. 대신 우리가 풀고 싶은 문제를 스스로 정했다. 우리가 결정한 거니까 다들 더 책임감을 갖고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했던 것 같다.
엥 : 맞다. 우리끼리 아이디어도 많이 짜고, 사례 조사도 하고, 주말마다 현장 탐방도 나갔다. 그 중에서 현장 탐방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내가 속한 커뮤니티의 다양한 문제들을 창의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을 직접 만났다. 그리고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노 : 나 같은 경우 '디자인 씽킹(Design Thinking)', '프로토타입 제작(Prototyping)'같은 것들을 배우고 나서 바로 실제 프로젝트에 적용할 수 있는 점이 특히 재미있었다. 게르우데 일정이 있는 날이면 아침부터 신이 났다.
박 : 브릭은 자주 가지고 놀았나?
엥 : 브릭은 게르우데 프로그램 내내 함께 했다. 선발 인터뷰 때부터 브릭이 등장했는데, 사실 처음에는 속으로 '애들 장난감 가지고 뭐하라는 거지' 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브릭으로 내 생각을 형상화하고 보여주니까, 표현이 너무 잘 되더라! 나에게 브릭은 단순한 놀이 도구가 아니라 나의 창의력과 열정을 발산할 수 있는 매개체 같다.
노 : 게르우데 프로그램에는 브릭으로 하는 팀빌딩 세션들이 많다. 평소 말수가 적은 친구들도 자기가 브릭으로 만든 걸 설명하는 것은 좋아했다. 브릭을 계기로 많이 친해질 수 있었다.
엥 : 그리고 프로그램 마지막에 우리가 제안하는 솔루션을 프로토타입으로 만들어 발표해야 했는데, 이때도 우리는 브릭을 가지고 프로토타입을 제작했다. 어릴 땐 브릭이 이렇게 쓰임새가 다양한지 상상도 못 했다.
노 : 어릴 때 바비인형 말고 브릭을 더 가지고 놀 걸. (하하)
박 : 노민에르든의 경우, 게르우데 동기 4명과 함께 '작은 지렁이(Little Worm)'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어떻게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나?
노 : '작은 지렁이'는 쉽게 말하자면 음식물 쓰레기를 분해하는 지렁이 키트를 학교에 보급하고, 학생들을 교육하는 사업이다. 게르우데 프로그램이 끝나갈 즈음 뜻이 맞는 동기들끼리 힘을 합쳐 시작했다.
게르우데에 참여하기 몇 년 전부터 울란바토르 시내 쓰레기 문제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우리의 힘으로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며 인터넷을 찾아보다 지렁이를 이용해 음식물 쓰레기를 퇴비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친구들에게 지렁이 키트를 전국 학교에 보급하고, 우리같은 학생들을 직접 교육해보자고 제안했다. 그렇게 친구들과 힘을 합쳐 시작하게 되었다.
박 : 그런데 얼마 안 가 코로나로 인해 학교들이 문을 닫았다.
노 : 그렇다. 아시아재단(The Asia Foundation)에 우리의 아이디어를 프리젠테이션하고 후원을 받아 지렁이까지 확보해놨는데, 학교들이 문을 닫아버렸다. 그렇지만 우리는 포기하지 않고 몽골 비영리단체 중 어린이/청소년을 대상으로 환경 교육 사업을 하는 곳에 지렁이 키트를 보급하는 것으로 전략을 바꿨다.
오프라인으로 모일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페이스북 라이브로 사업 설명회를 열고, 구글폼으로 원서 양식을 만들어 협력 파트너를 모집했다.
(참고 : 모집 결과 총 48개 단체 및 개인이 지원했고, 작은 지렁이팀이 직접 서류 및 인터뷰 심사를 하여 최종 3개 단체를 선발하였다. 이들에게는 지렁이 키트를 보급하였고, 온라인으로 키트 관리 교육을 실시하였다.)
박 : 대단하다! 프로젝트를 통해 무엇을 경험했나?
노 : 프로젝트를 해보기 전에는 사실 우리는 모두 어린 학생일 뿐이고, 쓰레기 문제는 우리가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 누구든 작게라도 시작을 하면 변화를 만들 수 있다는 용기를 얻었다. 나중에는 기후변화와 같이 더 거대하고 심각한 문제도 풀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생겼다.
박 : 지렁이들은 잘 살아있나?
노 : 우리 협력 파트너들이 잘 키우고 있다. (하하)
박 : 게르우데 프로그램 졸업(2019. 12) 이후, 이듬해 여름 두 명 모두 게르허브 인턴으로 돌아왔다. 왜 돌아왔고, 무슨 일을 했는가?
엥 : 게르우데 프로그램 졸업 직 후, 내가 게르우데에서 배운 것들을 우리 동네 어린이들에게도 가르쳐주고 싶었다. 그래서 게르허브에 게르우데 커리큘럼을 공유해달라고 요청했다. 그 커리큘럼을 가지고 약 두 달동안 동네 아이들을 모아놓고 혼자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하다 보니 게르우데 콘텐츠를 제대로 확산시키고 싶은 마음이 들어 인턴으로 지원했다.
노 : 그동안 게르허브 가족(노민에르든은 게르허브에서 게르우데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운영진을 이렇게 표현했다)으로부터 받은 게 많다. 내가 받은 것을 후배들에게 돌려주고 싶었다. 엥크진과 나를 포함해 총 4명의 여름 인턴이 있었는데, 우리는 2019년 초에 출간되었던 '21세기 역량 개발 툴킷(Toolkit)'의 후속편이라 할 수 있는 '게르우데 역량 개발 툴킷'을 제작하는 작업을 했다. 두 번째 툴킷은 브릭을 활용해 소프트 스킬(Soft-Skill)을 개발할 수 있는 게임들과, 게르우데 프로그램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프로젝트 기반 학습(Project-based Learning)' 방법론도 소개한다.
박 : 올해 두 명 모두 세계 유수 대학에 합격했다. 특히 스탠포드대는 몽골에서 단 두 명만이 합격했는데, 그 두 명이 게르우데 펠로우라니 놀랍다. 진학 후 계획은?
엥 : 빈곤층 어린이들에게 질 높은 교육을 저렴하게 제공하는 데 관심이 많다. 우선 빈곤을 둘러싼 사회적 문제들을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 스탠포드대에 진학하여 사회학을 전공하고 싶다. 졸업하면 몽골에 돌아와서 교육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
노 : 환경공학 석사 과정까지 마치고 몽골로 돌아와 우리나라의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 공부 하는 중에도 여름마다 몽골로 돌아와서 어린 후배들을 위해 게르우데와 같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싶다.
박 : 언제 미국으로 떠나나?
엥/노 : 8월에 간다. 인천공항을 경유할 예정이다.
박 : 공항 밖으로 나올 수 있는 일정이면 연락 달라. 식사 대접하겠다.
박 : 게르우데를 통해 경험한 '놀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노 : 간단하게 말해 '재미있게 배우는 것'이다.
엥 : 논다는 것은 소통하고, 협력하는 것이다. 놀이는 모두를 하나의 단결된 목표로 끌어모을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박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노 : 게르우데는 문제 해결사들이 모인 특별한 커뮤니티다. 들어갈까 말까 망설이는 후배들이 있다면 꼭 지원했으면 좋겠다.
엥 : 한국의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우리가 제작한 '게르우데 역량 개발 툴킷(Toolkit)'을 잘 활용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