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ILIKETRIP Feb 05. 2018

조지아여행-첫날부터 이러기 없기.  

사랑스러운 트빌리시



 오랜만에 하는 진짜여행. 해시태그(#)도 필요없고 의무감으로 작성해야 하는 글도 없어 참 다행이다 생각했는데 평소때보다 더 많은 사진과 영상을 담았다. (여행블로거의 숙명인듯.) 노이즈가 많거나 흔들린 사진은 대부분 여행길 위에서 지우는 편인데 이번엔 그냥 고스란히 다 집으로 가져왔다. 아마 꼭 오고 싶던곳이라서 한순간도 잊고 싶지 않아서 그런것 같다. 여행을 추억하기에 사진만큼 좋은건 없으니까. 
 한국에서 조지아를 찾는 대부분 사람들은 새벽공기를 맞으며 도착하지만 난 은아이펙트 덕분에 한국에서 가는 비용보다 무려 1/4 가격에 시간에 쫓기지 않아도 되는 비행 스케쥴로 조지아까지 갈 수 있었다. 두바이에선 무더위와 맞서야 했고 조지아에선 강추위와 맞서야해 두계절의 옷을 챙겨야해 짐은 좀 많았지만 가격이 모든걸 용서해줬고 같이 하는 사람들 덕분에 1도 힘들지 않았다. 
 두바이에서 조지아까지는 난생 처음 타보는 fly dubai 항공기에 몸을 싣고 평소 앉지 않던 왼쪽 창가자리 A열에 앉았다. 그동안 여행했던 곳과는 다른 하늘을 날테고 창 밖 풍경은 그동안 보던것과는 분명 다를테니까. 그것도 잠시 유난히 강한 햇살 때문에 창문을 내릴 수 밖에 없었고 두바이여행에 지친 피로를 풀기 위해 가장 편안한 자세를 찾아 벽에 머리를 기댔다. 두어시간 남짓 지났을까 가장 편할것 같은 자세는 가장 불편해졌고 피로가 풀리긴 커녕 온몸이 찌뿌둥해졌고 자연스레 눈이 떠졌다. 멀리 떠나버린 잠은 더이상 돌아올 생각을 하지 않았고 비좁은 자리에 앉아 한시간 반을 버텨야했다. 내가 이 좁은 자리에서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창 밖을 보는일, 살 일 없는 면세점 책자를 꺼내 넘기는 일, 기내에서 파는 음식들의 가격을 살피는 정도였다. 햇살이 조금 너그러워졌을까 싶어 창문을 열었다. 평소 여행중 보던 풍경과 다른 모습에 놀라 뒤에서 곤히 자고 있던 녀석을 깨웠다. 해외여행이 많은 녀석인데도 이런 풍경은 처음인지 카메라를 꺼내 연신 셔터를 눌러댔다. 한동안 창 밖 풍경에 정신이 팔려 시간이 가는줄 모르고 있을때쯤 승무원의 의자를 바로 세우고 벨트를 확인하라는 말에 조지아에 가까워지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꼭 오고 싶었던 곳이라 그런지 공항마저 신기했다. 두바이에서 마주친 사람들과는 또다른 생김새의 사람들, 흡연실이 아닌 공항내 카페에서 담배를 피울수 있는 환경등 새로운것 투성이었다. 참았던 담배도 필겸 공항 밖으로 나섰다. 피부색도 다르고 생김새 마저 다른 동양인이 신기했을까 하나둘 다가와 어디서 왔냐. 어디까지 가냐. 때아닌 질문세례를 받았다. 공항에서 시내까지 가는 바가지 요금에 대한 정보는 익히 알고 있던터라 내 대답은 간단했다. 난 한국인이고 난 버스를 탈거야라고! (트빌리시 시내까지 버스비 0.5라리 한화 약 250원)


 

뭘 먹을지는 생각해뒀지만 어디가 잘하고 어디가 유명한집인지는 몰라 시내로 향하는 버스안에서 혼자 앉아 있는 여자 옆자리에 조심스레 앉아 말을 걸었다. 낯선 이방인에 질문에도 친절하게 기대 이상의 대답을 건내 준 덕분에  조지아여행 첫날이 조금 수월해질것 같았다. 미리 예약해둔 에어비앤비 숙소에 짐을 풀고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길을 나섰다. 조금은 을씨년스러운 숙소 주위에 비해 버스에서 소개받은 레스토랑 근처는 사람들로 북적거렸고 눈씻고 찾아봐도 동양인은 볼 수 없었다. 낡은 차가 뿜는 매연, 조금은 차갑던 공기, 낯선이의 호객. 모든게 신기했다. 

 

소개받은 레스토랑 2층 테라스에 자리를 잡았다. 앉에 따뜻한 자리가 있었지만 밖에 펼쳐지는 트빌리시 야경을 조금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여행전부터 찾아 놓은 현지 음식과 와인을 주문하고 음식이 나올동안 하염없이 바라봤다. 눈밑이 조금 떨렸다.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녀석들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담배를 피러 간다는 핑계로 자리를 일어섰다. 담배를 피지 않은 녀석들 때문에 자리를 피하는일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담배에 불을 붙이고 또 한번 궁상을 떨었다. 꼭 오고 싶었던 곳이니까 오늘만큼은 조금 그러고 싶었다. 도시의 불빛들, 시끄러운 경적소리, 옆 테이블의 소음도 지금 이순간만큼은 꽤나 조화로워 보였다. 아름다웠다. 눈물이 조금 났다. 자리로 돌아가 담배연기 때문이라고 거짓말을 하기에 충분한 양만큼. 딱 그만큼 울었던것 같다. 오늘의 밤이 끝나지 않았으면 빨리 내일이 됐으면 했던 조금은 모순적인 순간. 

돼지고기,연어구이(좌) 버섯에 치즈 듬뿍(우)



하차푸리(1) 히카리 튀긴거(2) 히카리 삶은거(3)









매거진의 이전글 그루지야 아니고 조지아 라고 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