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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LIKETRIP Sep 22. 2015

걷기 좋은 가을

이화동 벽화마을을 거닐다.


이곳을 처음 와본 게 아마 7년 전쯤이었던 것 같다. 지금도 물론 좋아하지만 그땐 사진 찍는걸 정말 좋아했었다. 쉬는 날이면 밥 먹는 시간도 양보해가며 집에서 멀지 않은 곳, 사진 찍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면 혼자서 카메라를 들고 찾아다녔다. 그때와 지금 조금 달라진 게 있다면 사진보다 눈으로 더 많이 담아 온다는 점 정도?




지난 주말 오전 무턱대고 나와 허탕을 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 마음을 달래 주는 듯 갑자기 하늘이 예뻐지고 있었다. 그래, 이렇게 예쁜 하늘을 보여주는데 그냥 들어가면 가을한테 미안한 일이지. 때마침 동대문 근처를 지나고 있어 불현듯 떠오른 이화동 벽화마을. 항상 카메라를 차에 넣고 다니니 이럴 때 참 좋은 것 같다. 





낙산공원 주차장을 나와 추억이 묻어있는 길을 걸었다. 난간 밖 풍경은 그대로인 것 같은데 벽화마을은 조금 많이 변한 듯했다.  수많은 상점들이 생기고 새로이 지어진 건물들은 텅 비어 있고 임대라는 글씨만 붙어 있었다. 우리나라 사람들 참 돈 냄새 하나는 잘 맡는 것 같다. 사람들 좀 모인다 싶으면 임대료 올리고 부수고 다시 짓고. 홍대도 그랬고 북촌도 그랬고 성수동 역시 곧 연남동도. 아니, 연남동도 아마 이미 오른듯하다. 













여유롭게 쉬고 있는 참새들에게 방해가 될 정도로 다가가진 않았는데... 미안하네.



언제부터인지는 알 수 없지만 사람이 드나들지 않는 순간부터 조그만 정원이 생긴듯하다.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이화동 마을 박물관 안내지도. 토요일임에도 불구하고 닫혀 있는 곳이 많았고 임대를 놓은 곳도 많았다. 







줄을 서서 찍어야 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몰리는 벽화계단






예전에 찍었던 같은 구도로 한 장 담아 봤다. 그때 사진이 지금은 없지만 지금도 기억나는 건 다리 위에 할머니 세분이 앉아계셨다는 것.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이 찾는 곳은 정해져 있는 것 같다.  예전에 나도 그랬었고. 그런데 이날은 일부러 사람들이 찾지 않는 길을 찾게 됐다. 나이가 먹은 탓인가 북적거리는 곳보단 이렇게 한적한 곳이 좋다. 












유명세 덕분이지 계단마다 골목마다 플리마켓이 열리고 있었다. 많지 않아 특별했던 플리마켓도 여기저기 생기니 이제 좀 별로.




















플리마켓에서 본 드라이 플라워. "죄송한데 카드결제도 돼요?" 될 리가 없지. 보안카드라도 있었으면 계좌이체라도 시켜줬을 텐데 꼭 필요한 순간에는 없다. "저기 죄송한데 제가 엔화밖에 없는데 엔화로 드려도 될까요?" 웃음이 터져 버린 셀러. 괜찮단다. 달러도 좋단다. 차로 달려가 엔화를 가져와 그 사람에 줄 꽃을 샀다. "선물하실 건가 봐요?", "네, 편지만 주기 뭐해서 꽃하고 주면 잘 어울릴 것 같아서요." 다시 올 줄 몰랐는데 고맙다고 엽서도 한 장 줬다. 오예 개이득.






하루하루 날씨가 너무 좋다. 집에만 있기엔 가을에게 미안할 정도니. 유난히 올 가을은 조금 빠른 것 같다. 나 아직 맞이할 준비도 못하고 있었는데... 잘 즐기고 있는 거 맞나?

걷기 좋은 가을이다. 당신과 함께 걷고 싶은 가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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