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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 좋은 가을

이화동 벽화마을을 거닐다.

by ILIKETR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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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을 처음 와본 게 아마 7년 전쯤이었던 것 같다. 지금도 물론 좋아하지만 그땐 사진 찍는걸 정말 좋아했었다. 쉬는 날이면 밥 먹는 시간도 양보해가며 집에서 멀지 않은 곳, 사진 찍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면 혼자서 카메라를 들고 찾아다녔다. 그때와 지금 조금 달라진 게 있다면 사진보다 눈으로 더 많이 담아 온다는 점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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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오전 무턱대고 나와 허탕을 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 마음을 달래 주는 듯 갑자기 하늘이 예뻐지고 있었다. 그래, 이렇게 예쁜 하늘을 보여주는데 그냥 들어가면 가을한테 미안한 일이지. 때마침 동대문 근처를 지나고 있어 불현듯 떠오른 이화동 벽화마을. 항상 카메라를 차에 넣고 다니니 이럴 때 참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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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산공원 주차장을 나와 추억이 묻어있는 길을 걸었다. 난간 밖 풍경은 그대로인 것 같은데 벽화마을은 조금 많이 변한 듯했다. 수많은 상점들이 생기고 새로이 지어진 건물들은 텅 비어 있고 임대라는 글씨만 붙어 있었다. 우리나라 사람들 참 돈 냄새 하나는 잘 맡는 것 같다. 사람들 좀 모인다 싶으면 임대료 올리고 부수고 다시 짓고. 홍대도 그랬고 북촌도 그랬고 성수동 역시 곧 연남동도. 아니, 연남동도 아마 이미 오른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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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롭게 쉬고 있는 참새들에게 방해가 될 정도로 다가가진 않았는데... 미안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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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지는 알 수 없지만 사람이 드나들지 않는 순간부터 조그만 정원이 생긴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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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이화동 마을 박물관 안내지도. 토요일임에도 불구하고 닫혀 있는 곳이 많았고 임대를 놓은 곳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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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을 서서 찍어야 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몰리는 벽화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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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찍었던 같은 구도로 한 장 담아 봤다. 그때 사진이 지금은 없지만 지금도 기억나는 건 다리 위에 할머니 세분이 앉아계셨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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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이 찾는 곳은 정해져 있는 것 같다. 예전에 나도 그랬었고. 그런데 이날은 일부러 사람들이 찾지 않는 길을 찾게 됐다. 나이가 먹은 탓인가 북적거리는 곳보단 이렇게 한적한 곳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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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세 덕분이지 계단마다 골목마다 플리마켓이 열리고 있었다. 많지 않아 특별했던 플리마켓도 여기저기 생기니 이제 좀 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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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리마켓에서 본 드라이 플라워. "죄송한데 카드결제도 돼요?" 될 리가 없지. 보안카드라도 있었으면 계좌이체라도 시켜줬을 텐데 꼭 필요한 순간에는 없다. "저기 죄송한데 제가 엔화밖에 없는데 엔화로 드려도 될까요?" 웃음이 터져 버린 셀러. 괜찮단다. 달러도 좋단다. 차로 달려가 엔화를 가져와 그 사람에 줄 꽃을 샀다. "선물하실 건가 봐요?", "네, 편지만 주기 뭐해서 꽃하고 주면 잘 어울릴 것 같아서요." 다시 올 줄 몰랐는데 고맙다고 엽서도 한 장 줬다. 오예 개이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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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날씨가 너무 좋다. 집에만 있기엔 가을에게 미안할 정도니. 유난히 올 가을은 조금 빠른 것 같다. 나 아직 맞이할 준비도 못하고 있었는데... 잘 즐기고 있는 거 맞나?

걷기 좋은 가을이다. 당신과 함께 걷고 싶은 가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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