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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LIKETRIP Dec 20. 2016

일본 골목여행 - 오사카 나카자키쵸

걷는 여행은 언제나 즐겁다.


 

얼마 전 다녀온 오사카에서 자유시간이란 고작 공항 가기 전 두어 시간밖에 없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조식을 해치우고 호텔을 나섰으면 그나마 시간이 좀 여유로웠을 텐데 마지막 날이라 긴장이 좀 풀려서인지 늑장을 부리다 열두시가 다 돼서야 호텔을 나섰다. 다행히 자유시간 동안 뭘 해야지 계획을 세워둔 터라 고민 없이 길을 나섰다. 호텔이 있는 유니버셜시티역에서 목적지인 나카자키쵸까지 갈 수 있는 빠른 방법을 확인하면서 역으로 걸음을 재촉했다. 180엔짜리 표를 끊고 열차가 들어온다는 소리에 서둘러 계단을 내려갔다. 다행히 문이 닫히기 전 열차에 탔다.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자리에 앉아 핸드폰으로 갈아탈 역을 확인했다. 아 이런.. 반대로 탔다. 다음 역에 내려 건너편 플랫폼으로 와 열차를 기다렸다. 그럼 그렇지. 바로 올 일이 있나. 10분이 훨씬 지나서야 열차가 도착했다. 30분을 손해 보고 덴마역에 도착했다. 시계를 보니 돌아갈 시간을 제외하면 고작 한 시간 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  구글 지도를 켜고 나카자키쵸로 걸음을 재촉했다. 빠르게 걷다가 문뜩 지금 옆에 스치는 풍경도 놓쳐서는 안될 것 같아 걸음을 늦췄다. 그 풍경들은 내가 일본 여행을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인 풍경들이었다. 소박한 주제에 일본 영화 속에서 볼법한 낡고 오래돼서 더 좋은 풍경들 말이다. 여기서 얼마 안 되는 우메다엔 세련되고 높은 빌딩이 가득하고 셀 수 없이 많은 사람이 오가는데 여긴 그와는 정 반대였다. 해가 머리 위에 바로 떠야지만 길 위에 햇살이 비치는 곳이 더 많았고 성인 두 명이 마주 보고 나란히 오는 경우라도 생기면 게처럼 옆으로 걸어야 하는 골목도 많았다. 그리고 그 골목 위엔 문을 열고 들어서거나 창문 너머로 안을 들여다봐야 그 정체를 알 수 있는 가게들이 있었다. 가정집처럼 보이지만 드르륵 미닫이문을 열면 커피볶는 냄새가 솔솔 나던 카페, 가파른 계단을 올라 만난 조그만 갤러리, 낡고 오래된 물건만 팔던 중고샵, 가장 목좋은 자리에 아직까지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구멍가게. 나카자키쵸에 햇빛이 머무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하지만 그들이 들려주는 소박하고 따뜻한 이야기는 해가 지고도 계속 될것 같았다. 일본 그 어느곳보다 분주하고 화려한 오사카 속 조금은 느리고 소박한 동네 나카자키쵸. 오사카 여행이 처음이 아니라면 소박한 일본풍경이 궁금하다면 걷는게 좋다면 꼭한번 찾아가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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