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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LIKETRIP Feb 20. 2017

담고 싶은 겨울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여행은 더 즐겁다. 

함께해서 더욱 즐거웠던 나의 삿포로 여행




 사진 폴더를 뒤져 보면 유난히 겨울에 찍은 사진을 찾기가 어렵다. 우리나라에서 제대로 된 겨울을 만나기 쉽지 않은 이유도 있겠지만 겨울에 언 손을 녹여가며 사진을 찍으러 다닐 만큼 열정이 없는 이유도 한몫했다. 겨울 내내 카메라 위에 소복이 쌓인 먼지는 언제나 TV에서 봄소식을 알리는 뉴스가 나올 때쯤이 돼서야 털어내곤 했는데 올해는 겨울이 끝나기도 전에 내팽개쳐둔 카메라를 꺼냈다. 그리고 삿포로로 떠났다. 뭔 바람이 불어 그랬는지 지금도 알 수 없지만 제대로 된 겨울을 만나고 싶었던 것 같다. 바람만 새 차 게 부는 추운 겨울 말고 펑펑 눈이 내리는 조금은 낭만적인 겨울.  




 

 3시쯤 인천을 출발한 비행기는 6시나 돼서야 홋카이도에 도착했다. 동지가 지난 한국은 해가 제법 길어져 이 시간이면 하늘이 붉게 물들 시간인데 홋카이도는 이미 한밤중이었다. 렌터카 하우스에서 미리 예약한 차를 빌려 삿포로로 향했다. 마음은 이미 도착해 삿포로 맥주 한잔을 들이켜고 있는데 어두운 밤에다 초행길이고 길까지 미끄럽다 보니 쉽사리 속력을 내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두어 시간을 달려 호텔이 있는 삿포로에 도착했다. 피곤해서 잠깐 누울까도 싶었지만 내 여행의 덕목은 언제나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기'이기 때문에 짐만 풀고 삿포로 시내로 향했다.  



  



 평일 늦은 밤인데도 거리는 많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화려한 네온사인은 삿포로의 밤을 더 밝고 화려하게 만들었고 여기저기 거하게 술기운이 오른 사람들의 목소리와 자동차 경적소리, 거리를 향해 나있는 스피커에서 나오는 음악이 한데 뒤엉켜 들려왔다. 일본에서 이런 정신없음을 느껴보는 것도 참으로 오랜만이었다. 


 

일본 위스키업체인 니카(Nikka)위스키의 광고판





삿포로의 화려한 간판들은 일루미네이션도 무색하게 만든다.





일본사람들의 대관람차 사랑이란 정말





겨울 위를 달리는 노면전차는 삿포로의 밤을 더 낭만적으로 만들어 준다.




 

  익숙한 노면전차도 삿포로에서 보니 그 느낌이 또 달랐다. 조금 더 낭만적이라고 해야 할까? 정류장에서 승객을 태우고 멀어지는 노면전차는 뒤엉켜 들려오던 요란한 3중주 박자에 맞춰 경적을 울려댔다. 그리고 멀어져 가는 노면전차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낯선 여행자의 행동이 이상할 법도 한데 성에 낀 차창 너 머로 미소와 함께 건네는 인사가 아련하게 보였다. '삿포로의 밤은 지금부텁니다'라고 하는 듯 보였다. 그 미소 속에 담긴 의미가 설령 그런 이유는 아닐지라도 여행의 피로가 쌓인 내겐 꽤나 즐거운 화답이었다. 










이튿날 눈을 뜨자마자 커튼으로 향했다. 눈이 왔으면 작은 바람 때문인지 히든카드를 확인하는 도박사 마냥 조심스레 커튼을 열었다. 창문에 나들이를 마친 눈꽃들이 하나둘 내려앉고 있었다. 눈이 오고 있었다. 그동안 봤던 내리는 눈과는 조금 더 느린 속도로 천천히. 덕분에 서둘러 나가려던 마음도 조금 차분해졌다. 내가 이렇게 눈을 좋아했었나?





단출한 차림으로 호텔을 나섰다. 특별한 목적지도 이렇다 할 계획도 없어서 무작정 걸었다. 걷는 여행이 익숙하다 보니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얼어붙은 인도 위를 걸을 때면 자연스레 펭귄처럼 뒤뚱뒤뚱 걷기도 하고 한껏 멋을 부리며 얼음 위를 미끄러지듯이 달렸다. 





누가 만들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크고 작은 눈사람들이 삿포로를 더 낭만적으로 만들어줬다. 


 워낙 많은 눈이 오다보니 사람들이 다니는 길을 제외한곤 눈이 항상 쌓여있다. 








도시생활 부적응자라 여행을 갈 때도 높은 빌딩들이 솟아 있는 곳은 피하는 편인데 겨울 삿포로에서만큼은 그럴 수 없었다. 답답해 보이는 거리도 눈이 더해지니 충분히 아름다웠다. 오히려 마냥 눈이 쌓인 설산보다 더 낭만적이었다.  


삿포로 낭만전도사






한 겨울의 삿포로, 낮보다 밤이 더 아름다웠던 스스키노 사거리, 어깨를 포개 앉아도 좁았던 라면가게, 유난히 눈 내리는 풍경을 좋아하던 은아, 조금 더 예쁜 사진과 영상을 찍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하던 진아, 언제나 무뚝뚝하지만 정 많은 내 친구 용준이. 나의 올 겨울여행은 이렇게 끝이 났지만 언제라도 꺼내 얘기 나눌 수 있는 친구들과 함께 해 더욱 아름답고 빛났던 나의 겨울 삿포로 여행. 



친구들과 함께 만든 삿포로 여행영상 

                                                        


더 많은 홋카이도 여행영상은 아래에서 볼 수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channel/UCgrXzFvry1FgCGGOhmCejh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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