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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J Oct 25. 2022

관광의 속궁합

행복한 도시 만들기 #4

어느 날, 바람처럼 떠나고 싶다


가을 바람이 차다. 어디로 단풍 구경을 갈까? 얼마 동안? 누구랑 같이? 비용은 얼마나? 기차를 탈까? 아니, 폼 나게 사진을 찍으려면 바이크로? 비가 오면 어떡하지? 이런 저런 상상이 즐겁게 꼬리를 문다. 바로 그 때, 인터넷에서 여행지를 찾기 시작하면서 고민은 시작된다. 어쩌다 좋은 평만 넘치는 블로그를 보면 왜 그런지 몰라도 의심이 앞선다. 억지로 좋은 말만 써 준 냄새가 난다고 할까? 사진 빨 좋고 글 빨 좋은 블로거가 얼마나 흔한가 말이다. 그곳에 막상 가 보면 블로그에서 본 것과는 좀 많이 다르다. 그러니 인스타의 멋진 사진을 봐도 마음 속으로는 “보정 잘 했네”라고 생각이 들 뿐이다. 생판 모르는 남이 소개한 정보를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가? 


정보를 제공하는 사람은 신용이 좋아야 한다. 그래서 신용의 마지막 보루라는 정부가 직접 나서서 중요한 등급제를 만들기도 한다. 잠자는 호텔에 무궁화 간판을 붙여주고, 먹는 고기에 ++ 도장을 찍어주는 일까지, 공급자와 소비자를 이어주는 정부의 중매쟁이 역할은 계속 진행 중이다. 


자고로 중매를 잘 서면 술이 서 말이고 잘못되면 뺨이 석 대라 했다. 그런데, 눈에 콩깍지가 씌워야 이뤄진다는 사랑 놀음에 누가 기준을 세우고 등급을 매긴다 말인가? 이미 21세기의 똘똘한 소비자는 정부의 추천을 무시한 지 오래 되었고, 소비자가 진짜 원하는 것을 알아챈 서비스 중매쟁이 플랫폼 사업자들은 소비자가 직접 추천하는 방식으로 서비스와 콘텐츠의 등급을 평가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별점도 완벽하지는 않다. 별점이 아무리 높은 곳이라도, 막상 가면 기대에 못 미칠 때도 있고, 기대하지 않고 우연히 들른 곳에서 감동적인 인상(印象, 보거나 듣거나 했을 때 대상물이 사람의 마음에 주는 느낌)을 받는 경우도 있다. 여행에서 경험하는 대상에 대한 개인적 공감대 여부에 달렸다. 어떤 곳에서 얻은 인상이 나 혼자만의 것일 때도 종종 있다. 


<인상주의 회화의 원조, 클로드 모네의 '건초더미' 연작 중에서>

인상주의(impressionism, 印象主義) 화가 모네(Claude Monet, 1840~1926)의 '건초더미' 연작 중 하나가 2019년의 경매에서 1억 1070만 달러에 낙찰되었다고 한들, 누구나 건초더미에 공감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관광지 고르는 것이 전부 복불복 같다고 생각할 필요도 없다. 일단 떠나보자.


맛집은 먹어보기 전에 알 수 없고, 첫사랑은 만나보기 전엔 모른다

사람들은 예나 지금이나 개인화된 서비스를 선호한다. 개인의 성향과 취향이 다르기 때문이다. 소개하는 사람의 신용도 중요하지만, 결국 중매쟁이의 평가는 만남의 결과가 서로를 만족시키는가에 따라 결정된다. 궁합이 맞아야 한다. 뛰어난 중매쟁이는 양쪽의 성향을 파악하는 일부터 한다. 사주와 관상을 통해 성공 확률을 높인다. 현대의 중매쟁이는 기본적인 통계에 인공지능까지 포장해서 남녀의 만남이 결혼으로 이어지도록 총력을 다한다. 관광지 역시 방문객의 성향을 알아야 그에 맞는 콘텐츠(관광지의 모든 것에 더해 운영하는 사람까지)를 준비할 수 있다. 거꾸로 그렇게 만든 콘텐츠를 어떤 성향의 방문객이 좋아할 것인지도 예상할 수 있다. 그들을 집중 공략하면 일단 성공적이다. 


<보성에서 우연히 만난 생선 구이 맛집> 


성향 x contents, 관광의 궁합 맞추기 


누구나 본능적으로 끌리는 여행지가 있다. 반복해서 끌리는 곳으로 가다 보면 어느덧 행동방식이 패턴화 된다. 누군가의 여행 패턴을 분석해 보면 그 사람이 좋아하는 관광지의 유형을 알 수 있다. 그런 유형은 다시 그 사람이 무엇에 가치를 두고 있는가를 알 수 있게 한다. 방문객의 성향을 분류하려는 시도는 관광지와 방문객의 궁합을 맞춰보자는 의도에서 비롯한다. 


요즘 유행인 MBTI 성향 분석이 맞을 확률은 대략 80% 수준이다. 다섯 명이 검사를 하면 4명 정도는 맞을 수 있다. 그리 나쁜 것은 아니다. 나머지 한 명의 경우를 빼면 말이다. 게다가 자발적으로 검사를 받은 사람들이 많다. 정교한 타겟팅을 해야 할 때는 좋은 방법은 아니지만, 큰 그림에서는 유용할 수 있다. 세분화 방법을 모른다면 MBTI 분류라도 고민해 보라. 


시스템을 보완하고 개선해서 성공적인 관광지를 만들려며 먼저 취약한 부분을 알아야 한다. 물론 가장 기본은 매력적인 콘텐츠의 제공이다. 알맹이 없는 마케팅으로 몇 사람을 잠깐 속일 수 있어도, 모든 사람을 계속 속일 수는 없다. 답은 간단하다. 필요조건과 충분조건을 모두 만족시키는 것이 성공의 비법('넷'땡땡과 '왓'땡 서비스의 차이는 개인화된 경험 제공방식이 아니라 공급하는 콘텐츠의 양과 질에서 드러난다. 콘텐츠는 필요조건, 궁합은 충분조건)이다. 지피지기 백전백승, 너무 당연한 것이다. 


길을 찾는 여행자들은 지금도 인터넷을 뒤지는 중이다.


김세진 / 넥스텝디자인  한국대표  www.nextepdesign.com  

https://vime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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