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모님의 막걸리 안주

두부김치는 소울입니다.

by 김주원

장모님과 나는 친구다. 술친구. 장모님께서 우리 집에 오신 날엔 어김없이 내가 가게 일을 마치고 퇴근할 때쯤 나에게 연락을 하신다.


"김서방아, 올 때 막걸리 두 통이랑 두부 한 모 사온나."


사실 장모님은 막걸리파고 나는 소주파다. 그래서 술을 사려고 편의점에 들르면 막걸리 두 통이랑 소주 두 병을 항상 산다. 그런데 두부는 편의점에서 안 산다. 편의점에 파는 두부는 가격도 비싸고 그마저도 동이 날 때가 많아서 술을 사기 전 바로 옆 부식가게에서 먼저 산다.


"2,700원입니다."


상냥한 가게 주인의 말투와는 반대로 두부 가격은 완전 살벌하다. 살 때마다 느끼지만 두부 정말 비싸졌다. 나 어렸을 때 엄마 손잡고 시장에 가면, 부식가게 주인아줌마가 커다랗고 샛노란 두부판에서 이미 누군가가 가져간 흔적이 보이는 반쯤 남은 두부 덩어리를 가로세로 네모 반듯하게 잘라서 봉다리에 싸서 주셨는데 그땐 그 두부 한 모가 200원이었던 기억이 난다. 왜 이렇게 순식간에 10배나 넘게 뛰었을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내 이해가 됐다. 그게 벌써 30년 전 물가였다는 것을...

내가 나이 먹은 건 생각 안 하고 항상 두부 살 때마다 비싸다고 툴툴대니까 처음에 멋쩍게 웃으면서 맞장구 쳐주시던 가게 주인아저씨는 이제 대꾸도 안 해주신다. 두부랑 술을 사들고 집으로 가는 길은 어느새 해가 지고 어둑어둑한 늦은 저녁이다.

집 안에 들어서자마자 주방에서 침 고이는 냄새가 풍겨온다. 장모님께서 오시면 항상 냉장고 안에는 나물이며 밑반찬들이 업데이트되었다. 진심으로 감사해하며 흐뭇하게 냉장고 한 번 스캔해주고 식탁에 앉았다. 내가 사 온 두부는 이미 끓는 물에 데쳐지고 있었다. 두부, 그냥 먹어도 되는데 왜 데치시지? 이런 생각을 할 때쯤, 장모님께서는 냉장고 깊숙한 곳에서 꺼낸 묵은지와 참기름을 한데 버무리시고는 접시 한켠에 소복이 담아 놓으셨다. 침이 꼴깍 넘어갔다. 소주 한 잔으로 입가심을 한 후 따끈따끈하게 데친 두부 한 모퉁이를 한 입에 먹기 좋게 잘라내어 그 위에 참기름으로 버무린 묵은지 한 점 올려서 입에 넣는 순간, 이미 장모님과 나는 서로의 술잔을 채워 주기 바쁘게 된다.

막걸리 안주로는 두부김치가 제격인 것 같다. 그리고 두부김치는 소주 안주로도 제격이다. 식감이 부드러워서 굳이 턱에 힘을 주고 씹을 필요도 없고 적당한 포만감도 느껴지는 것이, 야식 좋아하면서 다이어트 걱정하는 표리 부동한 나에게는 딱 맞춤 안주인 셈이다.

그렇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일주일에 두세 번은 두부김치 한 접시에 장모님은 막걸리, 나는 소주잔을 기울이곤 했는데 요즘은 어째 뜸해졌다. 나만 나이를 먹는 게 아님을 느끼고 있는 중이다. 부부의 연을 맺은 아내와 나는 백년해로를 약속했지만 술친구인 장모님과는 언제까지 같이 마실 건지 약속을 아직 못 정했다. 어느 날 갑자기 장모님이 해주시는 두부김치를 못 먹으면 너무너무 서운해질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러니까 장모님, 두부김치 자주 안 먹어도 좋으니까 오래오래 같이 먹기로 약속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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