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인턴

by 김주원

취업준비생 시절, 고향에 지내는 동안 밥만 축내는 식충이 같은 느낌이 들어서 소소하게 용돈이나 벌어보려고 시청에 행정 인턴에 지원했다. 얼마 후 경쟁률이 저조해서인지 손쉽게 합격해서 바로 어떤 부서에 배치받았다. 잠깐 있다가 나갈 건데 송구스럽게도 개인 자리와 컴퓨터까지 내어주셨다. 자, 이제 내 화려한 문서작성 스킬을 가감 없이 보여주겠거니 했는데 내가 한 일은 지적도 출력물을 용도에 맞게 잘라서 종이 보드에 풀로 예쁘게 붙이는 게 다였다. 그리고 그 학예회 작품 같은 현황판은 캐비닛 속에 처박혀서 내가 나갈 때까지도 빛을 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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