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첫 직장을 그만둔 수백만 가지 이유 중 하나가 회식이었고, 최종적으로 그만둬야겠다고 마음먹게 된 결정적이었던 사건은 크리스마스 이브에 갑자기 해야 했던 야근이었다.
스톤이 다 박힌 건틀렛을 착용한 타노스처럼 납품처였던 대기업 대리'님'의 손가락 튕김 한 번에 1월 초에 납품해야 할 제품을 12월 27일까지 맞춰야 되는 상황이 벌어졌던 것이다. 내 기억으로 그때는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이 금요일이었고 당연하게도 25일은 토요일, 26일은 일요일이었다.
전지전능한 그 인간은 말 한마디로 30여 명의 크리스마스와 주말을 동시에 앗아갔고 내 인생에 얼마 없던 썸 타는 상대방까지 떠나가게 만들었다. 나의 20대 마지막을 그렇게 보내버리고 서른을 맞이하는 새해가 밝아오자마자 결국 사표를 썼고 몇 달 뒤 나는 시드니행 비행기에 몸을 싣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