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1주일 여행의 마지막은 강릉이다. 속초에서 강릉으로 가는 도중에 양양 서피 비치에 잠시 들러 아이들이 모래놀이를 하는 동안, 아내와 나는 부서지는 파도를 한동안 쳐다보았다. 나이 지긋해 보이는 어르신이 서핑하는 모습을 보고 저렇게 멋있게 늙고 싶다고 말했다가 아내가 나랑 몇 살 차이 안 날 거라는 말에 상처를 받고 차에 올라탔다.
강릉에서는 2박 3일의 일정이었지만 시간은 금방 흘러갔다. 자전거를 빌려서 경포호수를 두 바퀴나 돌았고 옥수수를 사 먹고 커피거리에서 커피가 아닌 뱅쇼를 마셨다. 일부러 경포해수욕장 근처 관광지 맛집이 아닌 로컬 맛집을 기어코 찾아내서 붐빔 없고 기다림 없이 즐겁게 식사도 했다.
아이들이 자는 동안 책도 읽고 아침에 뜨는 해를 바라보며 왜 사람들이 동해로 일출을 보러 오는지 이해도 됐다. 1월 1일의 일출이 아니면 어떠랴. 누군가가 나눠 놓은, 해가 뜨고 지는 반복적인 그 시간의 경계를 벗어나서 해가 뜨는 그 순간을 바라보고 내가 벅차올랐으니 그만하면 된 것이다.
별의별 생각과 질문이 아무 맥락없이 내 머릿속에서 이어졌다. 나는 무엇 때문에 아등바등 사는 걸까? 왜 하루 12시간을 넘게 가게에 얽매어 지내왔을까? 아이들이 성인이 된 후 어릴 적 아빠와의 추억이 없어서 서먹서먹하게 되면 오히려 그게 더 슬픈 일 아닌가? 이렇게 1주일을 쉬었는데 먹고사는데 큰 타격을 입지는 않을까?
강원도에서 돌아온 지 벌써 한 달 넘게 지났지만 그에 대한 답을 얻지는 못했다. 내 안에 수많은 질문만을 간직한 채 다시 생업에 복귀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 시간을 내가 스스로 마련한 것에 내 삶을 내가 이제라도 살아가고 있음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