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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함께 한 일주일 간의 강원도 여행[3]

by 김주원

평창에서 속초로 가는 동안 무언가 다른 느낌을 받았다. 기후가 바뀌는 느낌이었다. 산속에 위치한 평창과 산을 넘어 동해 바다가 보이는 지역의 느낌은 완전히 달랐다. 이건 뭐라 자세하게 묘사를 하지 못하겠으나 하여튼 뭔가 몸이 다르게 받아들이고 있음을 느꼈다.


평창에서 출발해 1시간 남짓 달려서 도착한 속초에서 그토록 먹고 싶었던 생선구이를 먹었다. 밥과 국, 반찬이 깔려서 오랜만에 제대로 갖춰서 먹는 기분이 들었다. 아직 컨디션이 회복되지 않아서 그런지 따뜻한 밥과 국, 그리고 생선구이가 마치 치료약처럼 느껴졌다. 막 허겁지겁 먹었다. 심지어 아내가 먹던 밥도 빼앗아 먹었다.


30대까지만 하더라도 하루 종일 햄버거만 먹을 수도 있었고 심지어 해장도 치즈버거로 할 때가 많았다. 그런데 40대로 들어서니 입맛이 조금 바뀌었다. 가만 생각해보니 나이 들면서 조금씩 몸에 고장이 하나 둘 나기 시작하면서 바뀌어 간 듯하다. 아직 앞 날이 창창한데 건강관리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만족스러웠던 식사를 마친 후 속초해수욕장에 들러 대관람차도 타고 해변가에서 멍하니 파도치는 모습을 감상하기도 했다. 이상하게도 멍하게 있으면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뭔가 막연하지만 머릿속이 정리되는 기분이 들었다.


아내는 몸이 좋지 않은 나를 리조트에 내려주고 아이들을 데리고 설악산으로 향했다. 나중에 보내준 사진을 보니 아이들은 케이블카를 타고 설악산에 올라가서 춤추고 난리도 아니었다. 사진 속 아내와 아이들이 행복해 보여서 나도 흐뭇하게 미소 지었다. 나는 체크인을 하고 약을 먹고 한동안 침대 위에 누워서 1시간 정도 낮잠을 자고 나서 리조트 앞 해변을 거닐었다. 가족 여행에 나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배려해준 아내와 아이들이 새삼 고마웠다. 나는 혼자 있는 시간 동안 내 나름대로의 정신적 방황을 스스로 마음껏 할 수 있도록 내버려 두었다.


해가 산 너머로 기울어 넘어갈 때쯤 아내와 아이들이 숙소에 도착했다. 아이들은 피곤해 보여도 신이 났는지 계속 재잘거렸다. 그런 모습을 보니 나도 따라갈걸 그랬나 싶었다. 이후 우리는 속초 시장에서 구경도 실컷 하고 닭강정도 샀다. 대게도 엄청 저렴해서 사 먹을까 고민하다가 닭강정만으로도 배가 부를 것 같아서 사지는 않았는데 정작 아래 동네로 갈 때마다 비싸지는 대게 시세 때문에 이때 못 사 먹은 걸 후회했다.


숙소에 와서 맛있게 닭강정도 먹고 아내는 와인도 한 잔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별 시답잖은 이야기도 밖에 나와서 떠드니 재미있었나 보다. 한참을 떠들었다고 해도 역시나 9시가 채 되지 않아 다 같이 잠에 빠져 들었다.


나는 코골이가 심해서 혼자 거실에 이불을 깔고 누웠다. 벌써 강원도 여행 일주일 중 절반이 흘렀다. 역시나 시간이 흐르는 건 상대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면 절대적인 시간의 흐름보다 내 안의 시간이 더욱 가속도가 붙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지켜야 되고 짊어지는 게 많아질수록 더욱 빨라지는 것 같다. 흘러가는 시간을 내가 붙잡을 방도는 없다. 그냥 그저 오늘 하루 지금 이 순간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그렇게 한참을 뒤척이다 결국 날이 밝아왔다. 이제 우리는 마지막 목적지인 강릉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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