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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함께 한 일주일 간의 강원도 여행[2]

by 김주원

* 이번, 가족과 함께 떠난 강원도 여행은 어디를 여행하고 뭘 사 먹었다는 이야기는 최대한 줄이고 그저 가족과 함께 하면서 느꼈던 감정을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지난번 글에서는 강원도로 일주일 동안 여행을 가기까지의 고민과 결심을 담았었다.




작은 차에 우리 가족 4명이 몸을 싣고 떠난 아침, 내 컨디션은 그렇게 좋지 않았다. 추석 연휴를 보내고 나서 더 쉰다는 안도감이 들었는지 몸살 기운이 슬슬 올라오기 시작했다. 하루의 대부분을 일만 하던 사람이 갑자기 며칠을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찾아오는 그런 아픈 기운이었다.


그래도 장거리 운행이기에 운전대는 내가 잡았다. 항상 경남과 부산 주변만 맴돌며 살다 보니까 몰랐는데 내가 사는 김해에서 평창까지는 꽤나 먼 거리였다.




떠나기 전에 대략적으로 잡았던 예산은 100만 원 정도였으나 평창에서 지내던 3일 동안 관광지 주변의 어마어마하게 비싼 물가 덕분에 식비의 비중이 상상 이상으로 크게 차지했다. 리조트는 비수기라 우리가 이용할만한 것은 편의점 밖에 없었다. 눈이 없는 스키장, 눈이 없어서 사람도 없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놀러 온 사람들은 많이 보였다.


아내와 연애할 때 횡성 한우를 처음 맛보고 신세계를 경험한 기억이 있어 강원도에 다시 가게 되면 꼭 한우를 맛보리라 다짐했건만 비싸도 너무 비싼 가격에 한우는 포기했다. 대신 아는 동생으로부터 대관령 탕수육 맛집을 추천받아 갔던 진태원이라는 곳에서 식사는 푸짐하게 했다. 몸은 안 좋아도 마음의 여유는 있다 보니 질색팔색 하던 웨이팅까지 해가며 먹었다.


먹는 건 하찮게 먹었더라도 평창의 공기는 깨끗해서 정말 좋았다. 경남의 9월은 늦여름의 기운이 가시지 않았지만 강원도 평창, 그중에도 리조트 주변의 9월은 쌀쌀한 기운이 감돌았다. 깨끗하고 차가운 공기가 내 폐부 구석구석에 돌아다니는 느낌, 나는 이 느낌이 좋았다.


나는 일정 중간중간 나만의 시간을 가졌다. 강원도로 출발하기 전 아내와 이야기를 나눈 게 있는데 강원도에 머물면서 나는 조금이나마 나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아내는 10년을 함께 지내오면서 나에게 이런 시간이 필요함을 잘 알기에 흔쾌히 허락을 해주었다.


아내와 아이들이 대관령 양 떼 목장을 보러 가는 동안 나는 대관령 도서관에 들러서 가져온 책을 읽기도 했고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해가 지고 어둠이 찾아오면 우리는 곧바로 잠을 잤다. 평소에는 아이들도 자정이 되기 직전에 잠이 들곤 했고 우리 부부 역시 새벽 2~3시는 돼야 할 일을 마무리하고 잠을 청하곤 했는데 강원도에 와서는 저녁 8시에 모든 일정을 마무리하고 늦어도 9시 전에는 잠을 잤다. 일찍 잔다는 것이 어색하긴 했지만 도수치료를 받으며 뼈마디가 맞춰지는 느낌을 받듯이 이른 취침으로 내 몸에 밸런스가 맞춰지는 느낌이 들었다.


당연하게도 아침 6시가 되니 저절로 눈이 떠졌다. 충분한 잠, 휴식, 아이들 조잘거리는 소리, 아내와의 대화, 그리고 혼자만의 시간... 모두 누릴 수 있었다.


몸살 기운은 남아 있었고 물가는 비쌌지만 잠 하나 잘 잔 것만으로도 평창에 온 보람이 있었지 않았나 싶었다. 이틀을 그렇게 보내고 사흘 째 되던 날 아침 우리는 상쾌한 기분을 느끼며 체크아웃 예정시간인 11시보다 더 일찍, 아침식사를 하기 위해 속초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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