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우리 강원도 여행 갈까?
지난달, 강원도에서 일주일 동안 지내보기로 결정하고 실행에 옮기기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다. 현재 우리 가족의 소득원은 식당 하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주일이라는 긴 시간 동안 가게 매출을 포기하고 떠난다는 것은 정말 큰 결심이 아니고서는 하기 힘든 결정이었다. 가게 매출 자체도 예전만 못해서 어쩌면 생계 자체가 위태로울 수도 있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그래도 이런 결심을 하게 된 이유는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을 갖기 위해서다. 평일에는 가게에서 정신없이 보내고, 일요일에는 아침잠이 많은 아내의 늦잠을 허용하며 밀린 빨래를 하고 아이들을 챙겨주다 보면 어느새 소중한 주말 하루가 훌쩍 지나가 버린다. 매주 쉬는 날마다 아이들과 시간을 보낸다고는 하지만 뭔가 추억이라고 할 만한 것들은 없었다. 그러다 보니 나중에 아이들이 컸을 때 아빠, 엄마랑 다 같이 추억을 공유할 거리가 하나라도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한 것이 강원도 일주일 살기였다.
이런 생각들을 아내와 공유하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생활비는 조금 줄이면서 최소한의 금액으로 강원도에서 지내보자고 했다. 아내는 곧바로 가장 저렴하게 이용할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비수기 평일 할인, 리조트 직원 친구 찬스 등을 이용해서 말도 안 되는 가격으로 숙소를 예약했고 가져가는 짐도 최소화했다.
출발시기는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9월 12일 월요일, 여행은 토요일까지 일주일간이었다. 추석 연휴의 끝자락에 여행을 하는 거다 보니 명절 연휴를 포함해서 9월 중 거의 절반을 쉬는 셈이었다. 9월은 아마 내 인생에서 경제적으로 가장 시린 가을로 기억될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짐을 챙기고 여행 계획을 세우면서는 나와 아내, 그리고 아이들 모두 설레어했다. 보릿고개를 설렘으로 극복하자고 마음먹었다.
9월 12일 아침, 우리 가족 4명은 자그마한 차에 몸과 짐을 싣고 평창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