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 가지치기

by 김주원

곧고 잘 뻗어있는 좋은 목재를 생산하기 위해서나 아름다운 꽃과 열매를 맺기 위해 필요한 건 뭘까요? 바로 가지치기입니다. 식물 스스로가 해당 부분을 말려서 떨궈내기도 하지요.


제 인생에도 가지치기를 한 순간들이 있었는데요. 쳐내야 했던 가지의 종류로는 인간관계, 자만심, 실수, 실패 등이었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정점을 찍는 순간에 '나'라는 존재가 완성이 되어 그 인격체가 죽을 때까지 이어질 줄 알았었는데요. 불혹을 넘기면서는 '죽음'이 인생의 완성이자 시작이라는 의견에 동의를 하게 되면서 죽기 직전까지 인생이라는 나무에 생기는 잔가지들을 솎아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이렇게 가지치기해야 하는 것들은 쉽게 말해 고통이라고 보면 될까요?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가지치기를 하는 것 자체가 고통이더군요. 그럼 고통으로 고통을 솎아내는 것일까 자문해 봅니다.


과거에도 그랬지만 최근에도 '실패'라는 가지를 쳐냈습니다. 앞으로도 무수히 많은 '실패'라는 가지를 쳐내게 될 텐데요. 매번 쳐내는 가지지만 그럴 때마다 따끔한 고통이 온몸에 퍼지는 것은 막을 수가 없더군요. 어쩌겠습니까? 받아들여야죠.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간다는 말을 참 많이도 듣고 살았습니다. 그만큼 제가 많이도 나댔다는 말인가 싶기도 한데요. 학습의 힘일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본능적으로 그걸 거부하는가 봅니다. 실패, 참 많이 했죠. 하지만 아직까지는 실패가 두려워 가만히 있는다는 그것이 가장 큰 내 인생의 실패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습니다.


내 인생의 오답노트에 정리되는 것들이 쌓여갈수록 실패를 할 확률은 점점 줄어들지 않을까요? '원칙'이라는 책을 낸 레이 달리오 마저도 수많은 실패를 통해 인생의 원칙을 세운 사람입니다. 스티브 잡스는 자신이 세운 애플에서 쫓겨나기도 했고요. 충무공 이순신은 26세에 처음 무과에 도전했으나 말에서 떨어져 실패하고 훗날 6년 뒤인 32세에 중간 등수로 무과에 급제하게 됐습니다. 에디슨은 말 안 해도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수많은 위인들이 숱한 실패와 역경을 딛고 자신만의 영역을 개척해 나갔고 이름을 역사에 남겼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 거창한 사람들처럼 되려는 것은 아닙니다. 내 인생, 성공하면 좋은 거고 실패를 한다면 다시 가지치기를 하면 그뿐인 것이죠.


남들과의 비교는 금물이겠죠? 나는 파란색 꽃을 피웠는데 옆에 있는 빨간색 꽃이 더 예뻐 보인다고 내 파란 꽃을 빨간색으로 물들이는 바보 같은 짓은 하지 않으렵니다. 그저 내 파란 꽃이 활짝 필 수 있도록 때가 되면 열심히 물을 주고 가지치기 정도만 해줘도 충분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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